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도심과 비도심 간 집값 격차 커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대세폭락장은 다시 찾아올 것인가”에 대한 답을 데이터에서 찾아보자. 이미 절반이 지나간 올해 부동산시장은 많은 힌트를 줬다. 지난해부터 서울뿐 아니라 전국 모든 집값이 입지와 노후도 혹은 평형(주택 면적)에 상관없이 상승을 거듭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모드에 올라탄 금리가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심판자’ 혹은 ‘필터’ 역할을 하면서 과열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가르기 시작했다. 서울은 대선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송파구는 4월 대비 -1% 수준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이어 도봉구, 강동구, 관악구, 노원구, 금천구, 성북구 등이 하락세를 보였다. 하락한 지역을 생활권별로 나눠 살펴보면 강남4구 중 강남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송파구, 강동구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강북지역에서는 도심이 아닌 도봉구, 노원구, 성북구, 강북구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런 상황을 좀 더 들여다보면 하락세를 주도한 송파구, 강동구와 달리 강남구와 서초구는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강남4구에서 강남2구 체제를 굳히고 있다. 도심지역인 종로구, 용산구 역시 여느 강북지역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며 도심과 비도심 간 격차를 벌려놓았다.
하락 주도 지역을 묶을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예외지역’이다. 올해 상반기 하락 지역 중 강북생활권의 강북구와 도봉구, 강서생활권의 금천구와 관악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상한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다. 즉 이들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제한이 없어 높은 분양가 책정이 가능한 곳으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부동산 빙하기엔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마침 상반기 강북구에 분양한 한 브랜드 단지가 그간 서울 분양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미분양 광고’를 대대적으로 개시하며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서울 분양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분양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은 서로 긴밀하게 엮여 있기에 향후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예외지역’에서 발생한 10억 원 넘는 고가 미분양은 이들 지역의 집값을 흔들며 서울 집값 하락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상반기 서울 주택시장이 준 힌트는 바로 ‘찐강남’ ‘찐도심’ ‘고분양가 규제지역’ 여부가 성패를 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수년간 폭등 장세에 가려져 있던 상승과 하락 기준이 명료하게 수면 위로 드러남을 의미한다. ‘명료한 기준’이 드러났다는 것은 기준에 따라 상승과 하락 지역 혹은 상승과 하락 단지가 구분된다는 뜻이다. 이는 기준 없이 모두가 과열됐던 비정상의 시대가 종료되고 시장의 장기 트렌드 부합 여부에 따라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는 정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내년에는 절대적 공포 혹은 절대적 낙관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정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대세 폭락’ 혹은 ‘대세 재반등’ 모습이 종적을 감추고 시장 기준의 부합 여부에 따라 지역별, 상품별로 차별화된 모습이 전개되는 개별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역세권 소형 평형 하락 주도
앞서 살펴본 ‘지역 기준’ 이외에 서울 집값의 차별 장세를 주도하는 것은 ‘입지 특성’과 ‘주택 면적(평형)’이다. 이는 지역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다. 도심지역인 마포구에서 하락을 주도하는 단지는 바로 서울지하철 5·6호선 공덕역 역세권에 위치한 래미안공덕3차 24평형이다. 이곳은 지난해 9월 고점 15억 원 대비 올해 7월 20% 하락한 12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 역세권에 위치한 신촌그랑자이 24평형도 신축 단지임에도 지난해 고점 대비 약 8% 하락했다. 또한 마포구에 이웃한 서대문구에서도 경의중앙선 가좌역 역세권인 DMC파크뷰자이 25평형이 지난해 고점 대비 20% 떨어지며 서대문구 집값 하락세를 주도했다.이는 ‘역세권 소형 평형’이 지역에 상관없이 하락을 주도하고 있음을 뜻한다. 언뜻 보면 상승 궤도를 타기 위한 절대반지라 할 수 있는 역세권 소형 평형은 어쩌다 서울 집값 하락을 주도하게 됐을까. 직주근접 트렌드에 따라 역세권이, 인구 추세에 따라 1~2인 가구가 대세라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아는 ‘상식’일 것이다. 특히 지난 6년간 이어져온 서울의 최장 상승 사이클은 “역세권 소형 평형은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을 전파했다. 그러나 ‘대세론이 만든 버블’은 올해 들어 ‘금리’라는 바늘을 만나 서울 각지에서 터지고 있다. ‘국평’으로 불리는 34평형(전용면적 84㎡)보다 소형 평형이 갭투자 면에서 더 용이하다.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 보존이 어려운 시점에서 소형 평형은 내년이 되더라도 지난 6년간 과도하게 상승한 영향 탓에 하락세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집값 하락을 주도하는 것이 역세권 소형 평형이라면, 견조한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 것은 금리 걱정이 없는 ‘자산가의 대형 평형’이다. 지난해 KB부자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중 부자’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은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 종로구, 성북구다. 이 중 아파트가 주거 형태의 주를 이루는 서초구, 강남구, 용산구의 대형 평형(전용면적 85㎡ 초과)은 대선 이후 서울에서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부동산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지도 참조). 6년이라는 긴 상승 사이클이 시작된 2015년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며 자산가치의 기하급수적 증식을 누렸을 서울 자산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자산이 더욱 증가해 20억 원을 상회하는 높은 집값이나 금리상승 위협에도 대형 평형을 매수하는 데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다.
내년 여름 공포 클라이맥스
두 번째 질문인 “하락 사이클의 끝은 언제인가”에 대한 답을 데이터에서 찾아보자. 2020년 이후 다수 전문기관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보면 주택시장, 특히 수도권 부동산시장은 금리에 민감한 시장이 됐다(그래프2 참조). 실제로 서울 아파트의 고점 거래 시점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금리가 3%를 돌파한 지난해 가을에 몰려 있다. 금리상승으로 시작된 집값 하락은 결국 금리상승 파도가 잔잔해지는 시점에서 멈추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금리상승은 언제쯤 그 기세가 꺾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국 ‘확률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점도표를 살펴보면 미국의 기준금리 정점은 2023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하는 금리인상 확률을 제공해주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후 내년 여름 즈음 상승 기조를 완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표 참조). 따라서 서울 부동산시장은 미국 금리상승 기조에 연동해 내년 여름쯤 하락 공포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공포가 심화될 지역은 지난해 하반기 고점에 물린 거래가 많았던 노원구, 성북구, 송파구가 될 것으로 보이며, 해당 지역에서는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하는 단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인 ‘8·16대책’은 ‘민간 위주의 도심 공급’이라는 공급 정책 방향만 다시 강조했을 뿐, 내년이나 2024년 서울에 대대적인 공급이 발생할 여지는 적어 보인다. 결국 서울 부동산시장은 내년 여름 공포의 클라이맥스를 겪은 후 만성적인 공급 부족 후유증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급락 단지들이 저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서울 집값이 현재보다 20% 혹은 30% 넘게 하락한다 해도 여전히 근로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서울 도심의 대대적인 공급이 쉽지 않다는 미래를 직시한 사람은 그저 폭락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언젠간 반값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대세 하락론과 헤어지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하반기 이후 펼쳐질 하락 공포에 눈감지 않고 이를 직시하면서 공포의 덮개가 가려진 숨겨진 보석을 찾아 나선다면 내년 여름 공포의 클라이맥스가 그 위세를 떨칠 때 위기를 기회로 맞아 2023년 가을의 경취를 만끽하는 여유를 누릴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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