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 [조영철 기자]
그동안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은 중증질환 진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환자-질환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해 미래 의학을 이끌어갈 마스터플랜을 2단계로 나눠 계획해왔다. 마스터플랜 1단계의 첫 단추로 8월 초 미래관이 오픈해 9월 6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고, 2단계인 누리관은 내년 착공된다. 국내 감염 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희진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을 만나 미래관 준공에 담긴 의미와 지향점을 상세히 들었다. 정 병원장은 지난해 11월 고려대학교구로병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백신 임상시험을 주도하며 백신 국산화 성공에 앞장선 공로로 대통령 근정포장을 받았고,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정책 자문에 힘쓰고 있다.
올해로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이 개원 39주년을 맞았다. 그간 쌓아온 대표적인 의학 분야 성과는 무엇인가.
“1987년 세계 최초 열 손가락 절단 환자 재건 수술 성공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단일공(單一孔) 폐암 로봇수술 성공, 세계 최초 복부 접근 로봇 단일공 흉선 절제술 성공 등이 대표적이다. 진료과의 성과를 꼽는다면 이보다 훨씬 많다. 최근에는 백신, 신약, 의료기기 등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감염내과는 국내 호흡기 감염과 백신에 특화돼 있으며 인플루엔자, 성인백신 임상시험 최다 기관으로 손꼽힌다. 민간 백신연구 기관인 정몽구 백신혁신센터의 주축도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이다. 또한 의료 분야 연구사업화 선도병원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개방형 실험실을 운영 중이며, 의사와 기업을 매칭해 현장 기반의 의료기기들이 개발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 사용적합성센터를 갖추고 의료기기 개발부터 사용까지 전 주기 지원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국가적으로 바이오산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미래 의료기술 융합을 통한 의료기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조성한 ‘G밸리 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중증질환 진료 시스템 강화
전체 환자 중 중증 환자 비율이 61%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중증질환 진료 시스템이 잘 유지되는 비결이 있다면.“중증 환자 비율이 61%를 넘는다는 건 그만큼 고난도 기술과 수준 높은 의료 역량이 필요한 중증 환자를 많이 치료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급종합병원을 평가하는 중증도 기준은 해마다 상승하는데, 우리 병원이 기록한 61%는 아주 높은 수준이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은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 등을 운영하며 중증질환 치료에 고도화된 의료진과 시스템 등 최적의 역량을 갖췄다. 특히 중증외상전문의를 육성하는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사회적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차근차근 쌓여 환자를 전원하는 주변 의료진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외부에서 전원받은 환자를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하게 치료하고 급성기 진료, 중증 단계 치료가 끝나면 다시 중소병원으로 되돌려 보내는 ‘되회송시스템’이 잘 갖춰져 중증 환자 비율을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중증특화병원으로 도약을 위한 마스터플랜 1단계로 미래관이 오픈했는데.
“마스터플랜은 단순히 공간 확충의 의미가 아니다. 중증질환 중심으로 병원 시설과 시스템 전반을 재편함으로써 우리 병원의 강점인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해 중증질환 특화병원으로 도약한다는 의의가 있다. 미래관은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사회적책임을 다하고,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메디컬 인프라를 확대하는 전환점이다. 이런 역할을 하려면 협진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존 본관과 신관의 진료과 중 외래환자 비중이 높은 10개 진료과(안과,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피부과, 병리과)를 미래관으로 이전하고, 그 공간에 중증질환 치료 핵심 시설을 집중 배치해 중증 환자 진료 시스템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러한 통합진료를 바탕으로 센터 중심 의료서비스의 기반을 다지면서 최상위병원(상급종합병원)의 롤모델로 거듭날 계획이고, 그 도약점이 바로 미래관이다.”
8월 초 문을 연 고려대학교구로병원 미래관 전경. 기존 본관과 신관에 있던 진료과 중 외래환자 비중이 큰 10개 진료과가 미래관으로 이전했다. [사진 제공 · 고려대학교구로병원]
환자-질환 중심의 시스템 구축
미래관은 어떻게 구성됐나.“지상 7층, 지하 6층 규모의 미래관은 연면적 2만8390㎡(약 8557평)에 외래 진료실 및 검사실, 건강증진센터, 교수 연구실 등이 들어서 있다. 미래관의 외래 공간은 기존보다 2배 이상으로 넓고, 건물이 도로와 인접해 병원 접근성 및 편의성이 크게 향상됐다. 영상의학과와 스포츠의학센터 등 각종 진료 지원 시설을 확장해 배치했고, 환자의 이동 동선도 최소화해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고자 신경 썼다.”
미래관으로 10개 진료과가 이전하면서 본관과 신관은 어떻게 재배치되나.
“외래 이전과 본관·신관의 진료 공간 재배치를 통해 환자가 증상과 질환에 따라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은 2015년 신경과와 신경외과를 한 공간에 배치한 뇌신경센터를 선도적으로 오픈하면서 뇌신경질환 환자 치료에 통합진료 개념을 도입하고 긍정적인 치료 성과를 내왔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관과 신관 공간에 근골격질환센터, 소화기간담췌센터 등 내외과를 비롯해 질환과 관련된 다양한 진료과가 한 공간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개편할 계획이다. 근골격질환센터에는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소화기간담췌센터에는 소화기내과·간담췌외과 등이 배치될 예정이다. 심혈관센터의 경우 기존에는 순환기내과 위주로 진료가 진행됐는데, 재배치로 공간을 2배 가까이 늘리면서 흉부외과, 심장재활, 소아심장 등 심장질환과 관련 있는 다양한 진료과가 같은 공간에 자리하게 된다. 또 신관 0층과 3층에 분리돼 있던 암병원을 신관 3층으로 통합 재배치하고, 다학제진료실을 확대해 다학제 협진과 암질환 통합치료로 강화할 방침이다. 이렇듯 공간이 재편되면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환자들이 한 공간에서 동선이 최소화돼 최적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내외과 협진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재배치는 내년 4~5월 마무리할 계획이다.”
마스터플랜 2단계인 누리관도 내년 착공에 들어간다. 어떤 역할이 예정돼 있나.
“구체적인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 여러 협의가 이뤄지는 단계지만, 기존 건물에 있는 장례식장이 누리관으로 이전되고 그 자리에 권역응급의료센터, 수술실 등이 확장될 예정이다. 또한 각종 특성화 센터를 구축함으로써 응급의료체계뿐 아니라 중증질환 환자 치료 시스템 운영을 고도화하고 센터 중심의 진료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중증응급외상환자, 중증급성기환자를 치료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으로서 면모를 확고히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이라는 역사적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자부심을 갖고 지금까지 지역사회 의료에 이바지해왔다. 구로지역뿐 아니라 서울 서남권역과 경기, 인천, 서해안 등 교통라인에 있는 다른 병의원들이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앞으로도 환자는 물론, 주변 지역 의사와 병원들이 신뢰하는, 중증질환 환자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개원가와 중소병원이 해결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를 커버하는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것이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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