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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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시장 악재 현대차그룹, 역대급 실적 이어갈까

전문가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주가에 단기적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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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2-08-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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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전기 세단 ‘아이오닉 6’가 사전 계약 첫날 역대급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의 전기 세단 ‘아이오닉 6’가 사전 계약 첫날 역대급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쾌재를 외치던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2분기 현대차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조 원에 육박했고, 기아 역시 최초 2조 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 악재로 차량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호실적을 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2분기 전 세계에서 97만6350대를 팔아 전년 동기 103만1000대보다 판매량은 5.3% 줄었지만,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한 35조9999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2조9798억 원을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50.2% 급증한 2조2341억 원으로 사상 처음 2조 원을 넘겼다.

    2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현대차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제네시스 중심 고급화 전략과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률이 좋은 고급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를 많이 판매하는 ‘믹스(차종별 구성 비율) 개선’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마진율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더해졌다.

    8월 2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8월 2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2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판매량 3위에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총 329만9000대를 판매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1위는 513만8000대를 판매한 도요타, 2위는 400만6000대의 폭스바겐이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347만5000대를 판매해 5위였으나 올해 순위가 2계단 상승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글로벌 5위를 차지한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성과다.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감소 우려

    역대급 호실적으로 잔칫집 분위기인 현대차그룹에 찬물을 끼얹은 주인공은 바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다. 8월 16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서명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적용되던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30만 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표 참조). 문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정 비율 이상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의 광물과 부품을 사용해 미국에서 만든 배터리를 써야 한다. 이 법의 발효로 세액공제 대상은 72종에서 21종으로 줄었다(그래프3 참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 차종(아이오닉5, GV60, 코나EV, 기아EV6, 니로EV)은 모두 국내 생산으로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아이오닉5는 1000만 원가량 세액공제를 못 받는다.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전기차 점유율이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렸는데,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세제 혜택이 끊기면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그래프2 참조).

    정부와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8월 23일 정의선 회장은 긴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의 구체적인 출장 목적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계에서는 미국 정관계 인사를 만나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내년에 착공한다는 계획을 올해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5월 20일 장재훈 현대차그룹 사장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현대차그룹-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이 협약식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공장, 배터리셀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체계 구축에 총 6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아이오닉6 사전 계약 첫날 ‘대기록’

    전기차 수출에 직격탄을 맞은 정부도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기로 했다. 8월 22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통상교섭본부장이 아마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담을 위한 미국 출장에서 이 문제를 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덕근 신임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등을 찾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에 유리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각국 정부 및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8월 18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한국은 미국과 포괄적 협력을 추진하되 중국 시장에서의 지위가 약화되지 않도록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중국과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현대차그룹에서 고무적인 성과가 나왔다. 8월 23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가 첫날 사전 계약 역대 최다 기록을 쓴 것이다. 아이오닉6는 사전 계약 첫날 3만7446대 계약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모델인 아이오닉5의 첫날 사전 계약 2만3760대를 훌쩍 뛰어넘는 대기록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8월 23일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현대차·기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맹추격’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시장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테슬라를 추격하는 현대차그룹의 모습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월한 사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오닉5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문가 3인의 현대차 주가 전망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경쟁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주식시장에서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된 이튿날인 8월 17일 현대차 주가는 3.8%, 기아는 4.02% 하락했다. 과연 현대차그룹 주가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까. 전문가 3인에게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 전망’에 대해 물었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낸 현대차와 기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주가가 단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자하기 괜찮은 가격대로 보인다. 8월 24일 현대차 주가는 18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기아는 7만5000원이다. 기아가 유럽 리콜 사례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7만5000원대였다. 전 저점에 근접한 가격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우려는 거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 여파뿐 아니라, 최근 태·조·이·방·원 주가가 좋다 보니 투자금이 쏠리는 영향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현대차그룹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다양한 채널로 대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울산에서 생산한 전기차 반조립 부품을 미국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조립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현대차 주가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PER(주가수익비율) 5~6배로 너무 싸다.”


    박제영 한국투자증권 eBiz전략부 차장.

    박제영 한국투자증권 eBiz전략부 차장.

    “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은 단기적 악재로 보인다. 무엇보다 아이오닉6가 사전 계약 첫날 3만7000대 넘게 판매됐다. 역대급이다. 지금 자동차는 역사적으로 재고가 가장 줄어 있는 상태다. 재고를 쌓아야 하는데 사전 계약까지 넘치고 있다. 여기에 테슬라를 위협할 정도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실적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까지 높게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연말쯤이면 현대차 주가는 좋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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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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