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중국 해군 항공모함 ‘푸젠(福建)’ 진수식이 열렸다. [뉴시스]
中 항모, 제2차 대전 때 만든 구형함으로 첫 단추
중국에 푸젠은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중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칭(劉華清) 제독이 1982년 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사령관)에 취임해 항모의 필요성을 역설한 지 40년 만에 독자 설계 항모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미국 이외 나라가 완성한 유일한 슈퍼 캐리어(super carrier: 배수량 7만t 이상 대형 항모)이자 사출기 이함 방식(CATOBAR: 증기 등 동력으로 함선에서 항공기를 발진) 항모를 말이다.중국은 1985년 호주 해군의 퇴역 항모 멜버른(HMAS Melbourne)을 구입해 처음으로 항모를 손에 넣었다. 멜버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건조한 구형 항모지만 호주가 미국식 증기 사출기를 장착해 제트기 운용 능력을 확보한 모델이었다. 중국은 이 배를 완전히 분해해 항모 설계와 운용에 대한 기본기를 쌓기 시작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러시아로부터 키예프(Kiev)와 민스크(Minsk)를 사들여 STOVL(단거리 수직이착륙) 항모 기술도 확보했다. 다만 이 시기 중국이 구입한 항모는 구식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었다. 멜버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물이었고, 키예프와 민스크는 1960년대 기술로 만든, 즉 정식 ‘항모(aircraft carrier)’가 아닌 ‘항공중순양함(heavy aircraft-carrying cruiser)’이라는 독특한 물건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구입한 항모를 모두 해체해 연구용으로 활용하고, 이후 해상박물관 등으로 사용하는 데 그쳤다.
1990년대 초반 류화칭 제독이 중국공산당 및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되면서 중국은 외국에서 항모를 직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개혁·개방으로 국고가 채워지기 시작했고 서방과 관계도 나쁘지 않았기에 가능한 모든 방법이 추진됐다. 소련 붕괴 후 경제난으로 휘청거린 러시아 넵스키 설계국과 합작해 중형 항모를 설계하거나 키예프급 항공중순양함 4번함인 바쿠(Baku)를 개조하는 계획, 프랑스가 퇴역시키려던 클레망소(Clemenceau)를 현대화해 도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항모를 들여와도 이를 개조할 기술이 없었다. 외국의 도움을 받아 개수하더라도 항모에서 운용할 함재기나 호위용 중대형 전투함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류화칭 제독의 든든한 정치적 배경이던 덩샤오핑(鄧少平)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항모 도입에 부정적인 장쩌민(江澤民)과 상하이방 계열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했다. 결국 1990년대 중국의 항모 도입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2011년 12월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遼寧·당시 명칭 바랴그)이 시험 항해를 마치고 랴오닝성 다롄항에 정박해 있다. [동아DB]
사출기 이함 방식 채택하긴 했는데…
미 해군 전투기가 항공모함에서 사출기 이함 방식(CATOBAR)으로 이륙하고 있다. [사진 제공· 미 해군]
이와 달리 STOBAR 방식은 보조 장비가 없기에 항공기 스스로 이함에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자체 중량을 줄여야 하므로 CATOBAR 방식보다 항공기의 연료·무장 탑재 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랴오닝, 산둥에서 자체 중량 17.5t, 최대이륙중량 32.5t인 J(젠)-15 전투기를 띄우려면 25노트(46.3㎞/h) 역풍이 불어 양력을 확보해야 한다. 항모가 맞바람을 받으며 전속력으로 달려야 이함이 가능한 최소한의 조건이 갖춰진다. 문제는 J-15의 엔진 추력 부족으로 충분한 연료·무장을 실은 채로는 이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는 산둥과 랴오닝의 출항 및 훈련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공개한 어떤 영상이나 사진에서도 J-15 전투기가 카탈로그 데이터상 최대 무장 능력인 8t급 무장을 장착하고 이착함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J-15가 날개를 접고 항모에 주기된 채 공대공·공대함미사일을 주렁주렁 달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착함할 땐 가벼운 공대공미사일 2~4발 정도만 장착한 모습이다. J-15의 원형인 러시아 Su-33에 장착된 AL-31F3 계열 엔진의 추력이 123킬로뉴턴(kN)이지만 이를 카피한 중국 WS-10A의 추력은 89.17kN에 불과하다. 이함에 힘을 보태는 장비가 없는 상태에서 전투기는 무거운데 엔진은 힘이 달린다는 뜻이다. 전투기로서 정상적인 임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무장과 연료를 탑재하기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중국은 STOBAR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고 푸젠함을 미국 항모와 같은 CATOBAR 방식으로 건조했다. 푸젠함의 사출기는 미국 니미츠급에 탑재된 증기식이 아니라, 최신 제럴드 R. 포드급에 적용된 전자기식(Electromagnetic Aircraft Launch System·EMALS)이다. 고압 증기를 사용한 증기식 사출기는 구조가 복잡하고 사고 위험도 크다. 리니어 모터(linear motor) 원리를 이용한 EMALS는 단순한 구조에 힘도 좋아 증기식보다 무거운 항공기를 쏘아 올릴 수 있다.
‘전력 먹는 하마’ 항모 특성 간과
지난해 2월 중국과 싱가포르 해군이 연합 해상 훈련을 하는 모습. [뉴시스]
중국 관영매체 ‘CCTV’ ‘관찰자망’의 6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푸젠함의 동력 계통은 보일러 방식으로 기존 산둥함의 것을 개량해 출력을 약 10% 향상한 것이다. 보일러 8개를 가동해 증기터빈 4개를 운용하고 여기서 164MW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력으로 8만5000t급 항모의 추진축을 돌리고 EMALS와 레이더 등 각종 전자장비의 소요를 모두 충당해야 한다. 푸젠함보다 작은 4만5000t급 아메리카함이 확보한 전력량이 178MW 정도다.
4만2500t급 샤를드골함이 211MW, 7만600t급 퀸엘리자베스함이 192MW, 3만t급 카보르함이 166MW 수준의 동력을 확보한 점을 고려하면 푸젠함 같은 항모의 동력이 164MW에 불과한 것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수 있다. 푸젠함과 비슷한 덩치의 미국 항모는 추진 동력으로만 260MW를 소비하고 EMALS 1회 사출 때 100MW 전력을 쓴다. 푸젠함의 EMALS 가동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처럼 부족한 스펙의 항모를 급히 진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 해군에 맞설 슈퍼 캐리어가 절실한 중국 지도부가 무리한 성능과 납기 일정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술력의 한계를 넘는 스펙을 요구해 겉모양만 그럴싸하고 제 기능은 못 하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된 것이다. 실제로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푸젠함 개발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이런 추진 방식을 도입한 것은 산둥함과 푸젠함 진수 사이 시간이 5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면서 “5년 만에 추진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것은 기술 면에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