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전문가 장명훈 씨. [홍중식 기자]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먼저 쌀과 라면, 과일, 채소 등 ‘밥상물가’가 치솟았고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도 올랐다. 등유, 경유, 휘발유 등 석유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39.6%나 올랐다.
딱 하나 가입한다면 실손의료보험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도 3세대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3세대 실비보험은 2017년 4월 출시됐는데, 5년이 지나면 보험료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세대와 2세대 실비보험의 경우 올해 평균 보험료가 16%가량 올랐다. 흔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가장 먼저 해지를 고려하는 것이 보험이다.‘반값 보험료 만들기 프로젝트’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반값 보험료 만들기’를 운영 중인 장명훈 씨는 “이번 기회에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재점검해 필요 없는 특약은 과감히 정리하는 리모델링을 하라”고 조언한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대기업 연구소에 다니던 그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자 과감히 퇴직하고 현재 재무설계 및 자기계발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보험 리모델링은 왜 해야 하는가.
“우선 많은 분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 내용을 잘 모른다. 또 지인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싼 보험료를 내는 이도 허다하다. 보험은 질병이나 사고가 찾아왔을 때 재정적 위험을 헤지하는 역할 정도만 하면 되는데 때로는 욕심에 의해, 때로는 무지에 의해 온갖 특약이 추가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보험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헤지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필요한 보장은 강화하고 필요 없는 특약은 빼는 리모델링이 중요하다.”
‘보험은 2+1이면 된다’고 말한다.
“맞다. 만약 경제적 여유가 없어 보험을 딱 하나만 들 수 있다면 실비보험은 무조건 가입해야 한다. 실비보험의 강력한 장점은 특정 사항에 해당해야 보험금을 지급하는 여느 보험들과 달리 예외 사항만 빼고 보험금을 다 지급한다는 것이다. 비록 4세대로 내려오면서 보장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건강보험과 실비보험만 있으면 우리가 평생 살아가면서 발생할 병원 치료비의 90% 이상은 해결된다. 여기에 큰 질병에 걸려 휴직이나 퇴직을 해야 하는 경우에 대비한 보험을 추가한다. 한국인의 3대 사망 원인인 3대 질병(암, 심장, 뇌) 진단비 보험이다. 병원비 외에 추가로 필요한 생활비, 간병비, 요양비 등을 준비하는 차원이다. 사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경우 이 두 가지면 충분한데, 자녀가 있다면 부모 중 1명이 일찍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 남은 배우자가 새로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연봉 2년치 정도(1억 원) 정기보험(사망보험)에 가입해놓으면 좋다.”
앞서 설명한 2+1 보험 외에 2가지 특약도 추천했다.
“있으면 좋은 특약은 상해/질병 후유장해 특약과 가족 일상생활 배상책임 특약이다. 다치거나 병에 걸려 몸에 영구적인 장애가 남은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후유장해 특약은 보험료가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 여러 신체에 중복 보상이 가능하고 보장 범위도 넓다는 장점을 지닌다. 질병 후유장해 특약은 치매보험보다 가성비가 좋고 신체 보장 범위가 넓어 인기가 많은데, 현재는 가입할 수 있는 보험회사가 적다. 3대 질병 진단비 보험에 가입하면서 이 특약을 추가하면 좋다. 가족 일상생활 배상책임 특약은 월 1000원이 안 되는 저렴한 보험료로 우연히 남에게 피해를 주는 수많은 경우의 재정적 피해를 보장하기에 가성비가 좋다. 만약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후유장해는 빼고 가족 일상생활 배상책임 정도만 넣어도 괜찮다.”
특약 과감히 정리하는 리모델링
“수술비, 입원비, 골절, 화상, 기타 진단비 등 많은 특약이 있는데 실비보험이 있다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가입했다면 유지해도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갱신형인 실비보험이 올라 보험료가 부담되는 경우 그런 특약들을 줄여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험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또 의외로 보험료가 비싸고 갱신형인 질병사망 보험금 특약이나 실비보험 외 갱신형 특약도 빼거나 비갱신형으로 교체한다.”
이미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있는 특약들을 해지할 수 있나.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90% 이상은 뺄 수 있다. 그런데 보험에 따라서는 최저 보험료가 설정된 상품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보험은 3만 원 이상, 또 어떤 보험은 5만 원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 자세한 부분은 보험사에 문의해 알아봐야 한다.”
가입하지 말아야 할 보험도 있나.
“종신보험, CI보험, 저축보험, 치아보험, 치매/간병보험은 권하지 않는다. 종신보험은 가장이 사망했을 때 유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인데 보험료가 비싸다. 40세 남성 가장이 종신보험에 가입해 배우자가 1억 원을 받게 되는 종신보험은 월 보험료 25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CI보험도 종신보험처럼 언제 사망하더라도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비싼데, 이 두 보험은 훨씬 저렴한 온라인 정기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 저축을 하려면 수수료를 줘야 하는 저축보험보다 은행적금이 낫다. 치아보험은 여러 제한 조건이 많이 걸려 있어 가입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매보험은 앞서 설명한 후유장해 특약이 중복 보상이나 가성비 면에서 낫고, 간병보험도 낮은 장기요양 등급에 보험금을 많이 지급하는 상품은 보험료가 비싸다. 다시 말하지만 보험료가 부담되면 유지가 어려운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중에 비싸서 부담이 될 실비보험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자기부담금 높아진 4세대 실비보험
“실비보험은 현재 4세대까지 나와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다(표1 참조). 그래서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각각의 특징을 알아야 하는데, 우선 실비보험은 모두 갱신형이다. 2세대 표준화 이후는 보장 내용이 세대별 차이만 있을 뿐 모든 보험사가 같다. 1세대, 2세대 실비보험의 특징은 ‘좋은 보장’이다.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10~20% 내외라서 전체 병원 치료비 중 가입자가 내는 금액이 상당히 적다. 그 대신 보험 기간이 80세 만기로 짧은 상품도 있고, 좋은 보장만큼 보험료도 비싸다. 또 보험사 손해율이 커서 갱신 때마다 보험료 인상 폭이 크다. 특히 60세 이후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싸질 수 있으니, 보장보다 긴 유지를 원한다면 전환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3세대는 비급여 중 보험사 손해율이 큰 3가지 항목을 자기부담금 30%로 높여 특약으로 분리해 보험료가 저렴하다. 보장도 나쁘지 않고 보험료도 적당한 ‘착한 실비보험’으로 불리는 가장 메리트 있는 보험인데, 지금은 판매가 종료됐다. 4세대는 자기부담금이 높아진 대신 보장은 줄었다.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에 할인, 할증이 개인별로 차등 적용된다. 보험료는 3세대보다 10% 이상 싸져 실비보험을 오래 유지하고 큰 위험에 대비하고자 하는 가입자에게 적합하다(표2 참조).”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젊고 건강하다면 실비보험은 온라인으로 가입한다. 어떤 분은 보험설계사가 없으면 나중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는데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13개월 차 등록 정착률이 생명보험회사 평균 40.9%, 손해보험회사 평균 56.7%다. 즉 1년 안에 절반이 그만두거나 이직한다는 뜻이다. 어차피 끝까지 남아 있는 설계사가 없기 때문에 설계사를 통한 보험 가입은 큰 의미가 없다. 그 대신 3대 질병 진단비 보험은 보험대리점 설계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관리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똑같은 보장을 받아도 회사마다 보험이 다르고 어쩔 때는 특판 같은 걸로 엄청 싸게 내놓기도 한다. 각각 다른 대리점에 속한 3명 정도의 설계사로부터 3개씩 상품을 받아보면 가장 보장이 좋고 저렴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4인 가족 월 20만 원이면 충분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기, 보험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GettyImages]
“20년납이 보험 가입 후 초기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방식이라면 전기납은 보험 기간 내내 보험료를 내는 방식이다. 전기납을 선택하면 보험료를 오랜 기간 나눠서 내니 월 보험료가 저렴해 오래 유지할 확률이 높고 시간이 흐르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지니 부담이 줄어든다. 또 납부 도중 암 진단 등을 받으면 납부 면제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에 납부 총금액은 좀 비싸지만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해지를 결정했을 때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실비보험이 포함된 보험은 해지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보험에 실비보험이 포함됐다면 다른 특약을 먼저 삭제하거나 4세대 전환 등으로 보험료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 또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면 먼저 대안을 알아보고 가입한 뒤 기존 보험을 해지하는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 그사이 유병자가 되거나, 기존 보험금 청구 등이 이유가 돼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 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적정선은 자기 소득의 10%라고 말한다.
“그 10%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말하는 것이고, 보통 4인 가족은 월 20만 원이면 충분하다. 주변에 보면 비싼 자녀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있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두려운 마음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위험률은 노인이 질병에 걸리는 위험률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자녀를 위해서는 실비보험 하나면 충분하고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온라인 보험 정도를 추가하는 것이 적당하다. 내가 책정해본 적정 월 보험료는 어린 자녀 1만~2만 원, 20대 사회초년생 남녀 4만~6만 원, 30세 남녀 5만~6만 원, 40세 남녀 6만~9만 원, 50세 남녀 9만~11만 원이다. 나 또한 보험에 관해 공부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부분이다. 보험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면 보험사의 의도대로 흔들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 가입은 꼭 필요하지만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보장성 보험에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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