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이 2018년 ‘꽃 길’ 이후 4년 만에 싱글 ‘봄여름가을겨울 (Still Life)’을 발매했다. [사진 제공 · YG엔터테인먼트]
빅뱅 곡들을 놓고 비교하자면 ‘봄여름가을겨울’은 팝송의 단단한 외피 속에서 감성이 도드라졌던 ‘BLUE’보다 ‘LOSER’ ‘꽃 길’ 등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적당히 센 척하는 모습마저 다른 이유로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일부로서 드러내 보이는 듯한 질감이다. 오랜 공백과 논란을 겪은 만큼 조금은 힘을 빼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듯 발표한 곡이라고 생각하면, 앞서 이야기한 아쉬움도 단점이라기보다 오히려 매력적일 수 있겠다.
팬들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자아 성찰?
멤버 네 명은 제목의 사계절을 하나씩 담당해, 영상에서도 극명한 시각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곡은 사계절과 함께 흐른 세월에 대한 아련함과 그렇게 다시 이어질 삶을 노래하고 동시에 빅뱅에 관해 주장한다. 빅뱅은 사계절처럼 4인조로 충분히 완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 세계에서는 익숙한 문법이다. 이탈 멤버가 있을 때 남은 멤버의 숫자를 가사나 영상에서 다양한 상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때로는 애초에 남은 멤버들만이 진정한 완벽성이었다는 주장이 되기도 한다. 멤버 이탈로 뒤흔들린 그룹과 팬덤을 추스르고 다시 한 번 결집시키면서 악재를 딛고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다.문제는 빅뱅 ‘고난’의 핵심이 ‘버닝썬 게이트’라는 점이다. 사계절과 ‘또다시 봄’이라는 동양풍을 한 스푼 얹은 주제가 해외 팬들에 소구할 만한 선택일 수 있겠다. 그러나 같은 주제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대중을 경악하게 한 미투운동 대상이던 것은 우연이라도, 게으른 선택이라도 너무 지독한 농담이다. 버닝썬 게이트에는 전 멤버 승리뿐 아니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관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멤버들은 사실을 정말 몰랐느냐는 의문도 공유돼 있다. YG의 남자들이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 ‘철없다’는 형용사도 그래서 찜찜하다. 4인이 사건에 관여했든, 관여하지 않았든 그들의 고난에 철없음을 거론할 여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멤버들 역시 분노와 상처를 경험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가사처럼 계절이 ‘속절없이 흘러’서도 ‘철들지 못해’서도 결단코 아니다.
의혹과 사실을 혼동해서는 물론 곤란하다. 하지만 의혹과 사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이에게 남긴 상처까지 모두 뒤섞인 채로 빅뱅의 신곡이 세상에 공개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럴 때 반드시 활동을 포기하거나 절절한 반성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주제와 표현 방식은 있다. 잃어버린 찬란한 시절을 그리며 그저 흐르는 인생을 노래하는 것이 팬들과 케이팝을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예의로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