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에서 공유오피스 위워크의 애덤 뉴먼 전 최고경영자를 연기한 재러드 레토(가운데). [애플TV+ 캡처]
현모 아~ ㅋㅋㅋ 맞아요. 저도 사전에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영상들을 찾아보고 간 거라 재미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엉뚱하고 웃기더라고요.
영대 한글로 자기 이름도 쓸 줄 알고,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찐’으로 느껴지더라고요.
현모 그러니까요. 얼마 전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등장했을 때도 마치 친한 친구를 본 것처럼 왠지 반가웠답니다. ㅋㅋㅋㅋ
영대 근데 정말 그분은 뮤지션으로 밴드 활동을 할 때랑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어디에 등장할 때랑 작품에 출연할 때랑 죄다 너무 달라서 전혀 알아보지 못하겠어요.
현모 변신의 귀재잖아요. 저도 볼 때마다 신기해요. 외형만 바뀌는 게 아니라 말투, 걸음걸이까지 싹 바꾸니까요.
영대 그 정도면 자다가 꾸는 꿈까지 바뀌지 않을지….
현모 제가 그분을 인터뷰한 이유가 애플TV+에서 새로 개봉한 드라마 ‘우린 폭망했다(We crashed)’ 때문이었어요.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창립 초기부터 다룬 실화라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어요. 실제 창립자가 이스라엘 출신 사업가라 극 중에서 레토가 완벽한 이스라엘식 억양으로 영어를 해요. 넘나 천연덕스럽게요.
영대 ㅋㅋㅋㅋ 상상만 해도 웃길 거 같네요.
현모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춘 앤 해서웨이도 같이 인터뷰했는데, 촬영 중 쉬는 시간에도 레토는 캐릭터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이야기할 때도 계속 캐릭터 성격이나 말투를 유지한대요.
영대 오오. 하긴 그래야 흐름이 깨지지 않겠죠. 진정한 메소드 연기의 달인답네요.
현모 더 놀라웠던 건 바로 직전 출연작인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는 그가 또 파올로 구찌라는 실존 이탈리아인을 연기했다는 거예요. 자연스러운 이탈리아식 악센트로요!
영대 맞다. 함께 열연한 레이디 가가도 이탈리아식 영어가 끝내주던데요.
현모 게다가 몸매랑 머리카락까지 바꾸느라 매번 분장을 여섯 시간씩 했다잖아요. 대단한 거 같아요.
영대 현모 님 또 감탄 시작됐네요. ㅋㅋㅋ
현모 흠… 저는 배우들이 180도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고, 100% 진짜인 것처럼 표정 짓고 대사하고 이러는 거 보면 진심으로 경이로워요.
영대 음악가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거 보고도 항상 그러시잖아요. 작가들 보면 글 잘 쓰는 거 부럽다 하고. 하여간 감탄력은 최고!
현모 ㅎㅎㅎ 제가 그런가요? 저는 옵서버(observer: 관찰자) 인생인가 봐요. 언제나 관찰하고 감상하고 감명받고 손뼉 치고.
영대 옵서버 라이프 신박하다! ㅎㅎㅎㅎ 그리고 언제나 “왜 잘하는가, 어떻게 잘하는가” 질문하는 ‘궁금이’ 라이프~. ㅎ
현모 흑. ㅜㅜ 큐리어스 조지라는 호기심 많은 원숭이 아세요? 갑자기 떠오르네요. 나는야 ‘큐리어스 현모’.
영대 그래도 반대로 제가 현모 님을 보면서 그렇게 느끼고 경탄할 때도 있어요.
현모 에이, 억지로 위로하지 마세요.
영대 진짜로. 매번 같이 밥 먹을 때마다 저렇게 많이 먹는데 왜 살이 안 찌는가 제가 진정 신비롭게 쳐다보잖아요.
현모 으악!!!!! 그런 걸로 칭찬받기 싫어요!
영대 그것도 대단한 능력이고 재능이라고요.
현모 사실 며칠 전 제가 연예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녹화했거든요. 그런데 확실히 제가 교사나 강사가 아니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그것도 하필 교과과정 문법을 설명해달라고 해서 몇십 년 만에 다시 내용 들춰보고 하여간 애먹었어요. 그러고는 집에 와서 새벽까지 이불킥 하며 확실히 깨달은 게 저는 누군가를 가르치기보다 배우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는 점이에요.
영대 음, 저는 둘 다 똑같은 편인데. 현모 님은 혹시 그게 방송 포맷이라서 힘드셨던 거 아니에요?
현모 헉, 예리하시다…! 그러네요.
영대 왜냐하면 평소 저한테 뭘 소개하거나 설명하거나 이런 거 보면 자신이 아는 걸 상대방에게 알려줄 때 엄청나게 에너지 넘치고 신나 보이거든요. 가르친다는 것의 핵심이 그런 거잖아요.
현모 아, 말씀하신 대로 제가 딱 그렇게 과외교사처럼 행동했어요. ㅠㅠ 한 명 한 명 출연자들을 끝까지 이해시키고, 붙들고 같이 문제 풀고…. 2시간 동안 책임감 있게 열과 성을 다하긴 했죠.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20분 이내로 편집되는 예능프로그램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한 편의 공연처럼 죽 멋지게 원맨쇼로 설명했어야 맞는 거죠.
최근 타인의 재능을 관찰하며 감동받는 ‘옵서버’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GettyImages]
현모 그죠. 근데 유명한 분들이 앉아 있는데 늦은 밤이라 다들 얼굴에 피곤이 가득해 보여서 안절부절못하겠더라고요. 중간 중간 내가 너무 말을 못 하나, 지루한가, 아니면 다 아는 내용인가 등등 전부 제 잘못 같아서 불안 불안했어요. ㅜ.ㅜ
영대 게다가 경험이 없으시잖아요. 칠판 앞에서 판서까지 하며 학생들을 지도하려면 그 자리에 여러 번 서봐야 하는데…. 저야 대학에서 조교도 오래 했지만 현모 님은 직업이 교사가 아니니까 그 상황이 편하지 않았던 게 넘나 당연하죠.
현모 맞은편에 학생 역할로 앉아 있으면 얼마나 수월할까 싶더라고요. 옵서버로요. ㅎㅎㅎ
영대 에이, 그래도 분명히 결과는 괜찮을 거고, 그걸 본 누군가는 덕분에 조금이라도 지식을 얻어갈 거예요. 넘 걱정하지 마세요.
현모 실제로 바로 다음 날 다른 방송 녹화가 있었는데, 저는 그냥 손님이고 다른 훌륭하신 분들이 제 앞에서 연주하고 춤도 추고 모든 걸 하셔서 저는 내내 호응하고 칭찬하고 리액션만 하니 세상 행복하더라고요. ㅎㅎㅎ
영대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이 현모 님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그런 단순한 것들만은 아니니까, 때로는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더라도 조금 자신감을 가지세요! 가만 보면 의외로 본인에게 상당히 박한 거 같아요.
현모 아니에요. 저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도 많아요. 이를테면 제가 자신 있는 부분은 겁 없이 혼자 여행 다니는 거, 관심 두고 들어주는 거, 공감하고 도와주는 거, 상상하고 아이디어 내는 거 뭐 이런 일인데, 이런 자질들이 일상에서나 보이지 방송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고. ㅋㅋㅋ 대중이 저에게 바라는 건 전부 특정한 전문적인 부분이라 그런 것들에서는 마냥 즐거울 수 없고 스스로 많이 엄격하죠.
영대 대중과 소통이라는 게 어디까지나 전파라는 미디어를 거치는 것이다 보니,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이 아닌 엉뚱한 포인트가 주목받을 때도 있고, 개인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칭찬 세례를 받을 때도 있더라고요. 늘 이런저런 어긋난 측면들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다음으로,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인 거 같아요.
현모 꽤 딥(deep)하게 흘러갔는데요. 사는 거 자체가 그렇지 않을까요. 손뼉도 마주쳐야 ‘짝!’ 하고 소리가 나듯이, 타인과 온전히 소통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죠. 그 타인이 여럿으로 무리를 이루는 경우라면 당연히 어려움은 배가될 거고요.
영대 그죠. 그나마 싱크로니시티에서는 이렇게 이심전심으로 척 하면 딱 하고 통하니 다행이에요.
현모 ㅎㅎ 방금 ‘짝!’ 소리 들으셨죠?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