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TV’ 등 여러 증권방송에서 ‘시황 전문가’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박병창 교보증권 영업부장. [지호영 기자]
과연 이번 반등은 ‘찐’반등일까. 애플을 시작으로 구글, AMD 등 기업들의 연이은 호실적 발표와 함께 저점 매수세에 돌입하면서 진짜 반등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 잠깐 반등하는 ‘데드 캣 바운스’라는 주장도 나온다. ‘시황 전문가’이자 기술적 분석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박병창 교보증권 영업부장을 만나 혼란 시기에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매매 기술에 대해 물었다. 박 부장은 “하락장이 펼쳐질 때는 반등 시 급등할 종목으로 갈아타야 한다”며 “시스템 반도체, 자율주행 관련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스닥, 저점 대비 4~5% 하락할 수도
미국 증시가 1월 거의 한 달간 하락하다가 1월 2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뉴시스]
“중대한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하면 통상적으로 35%가량 하락한다. 시장이 예측 가능한 리스크일 때는 20% 정도 하락한다. 2015년 12월 16일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고 약 2개월 조정이 왔을 당시 나스닥 지수가 정확히 20% 빠졌다 상승했다. 이번에도 선반영되면서 19%까지 하락했다.”
예상보다 하락 폭이 큰데.
“과거와 다른 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돈을 4조 달러(4823조6000억 원) 이상 풀었다는 거다. 팬데믹 버블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에는 테이퍼링, 금리인상, 양적긴축을 시장이 예측 가능한 순서대로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컨센서스는 올해 3월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금리인상은 빠르면 3월, 늦으면 6월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양적긴축은 얘기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1월 테이퍼링을 끝내고 금리인상은 1월이나 3월에 곧바로 시작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는 0.5%p 빅스텝으로 인상하고 양적긴축은 3월부터 바로 시작해야 된다고 몰아가고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 모든 조치가 급하게 이뤄져 충격이 더 크다.”
증시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 있나.
“증시는 유동성과 경기로 움직인다. 경기가 안 좋아도 돈을 퍼부으면 시장이 올라간다. 경기가 좋아 기업 이익이 늘어나도 시장이 좋다. 하지만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는데, 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세계 경기가 둔화된다고 발표했다. 증시가 올라갈 수 없는 거다. 1월 말 나스닥 지수가 고점 대비 -19%를 찍었고 강하게 못 올라오고 있다. 여기서 10%가량 더 하락하리라는 전망도 있는데, 내가 볼 때는 아래로 한 4~5% 정도가 남아 있을 것 같다.”
한국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한국 증시 하락 폭은 미국보다 크진 않지만 반등 힘이 약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당시 증시 예탁자금 20조 원이 나갔다 들어왔다. 가장 위험한 건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만큼 인덱스 펀드들을 무조건 편입해야 해 운영사와 기관들이 다른 종목을 매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1월부터 다른 종목들이 엄청나게 매도되고 있다. 한국 증시는 2월 중순까지는 이런 왜곡된 수급 현상이 이어져 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원인이 있나.
“1월에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1월 3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신라젠 상장폐지, 셀트리온 분식회계, 에코프로비엠 공장 화재,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도 발생했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우려도 있다.”
한국 증시 반등 힘 약해
한국 증시가 저점을 찍었다고 보나.“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최저점을 2750~2850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이 2600으로 가장 안 좋게 전망했다. 코스피의 PER(Price Earning Ratio·주가수익비율: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의 수익성 지표)는 이익에 11배 멀티플(미국은 26배)을 곱해 예측한다. 올해 코스피 기업의 이익 예상치는 185조~200조 원이다. 여기에 11배를 곱하면 시가총액이 2000조 원가량이다. 코스피로는 2783에 해당한다. 나도 코스피 2790 정도가 저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런 예측을 다 깨고 하락했다. 합리적인 저점의 밑에 와 있는 거다.”
저점 매수 시점이라 보나.
“맞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 보고서들은 ‘현금을 확보해 기다리라’고 한다. 그건 아니지 않나. 물론 여기서 2500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 2017년 코스피가 고점을 찍고 2018년 1년 내내 하락했다.
2019년에는 반등이 오다가 곧바로 팬데믹을 맞았다. 2018년 미국은 금리를 2.75%까지 올리면서 양적긴축을 했다. 이 시기 코스피는 1년 동안 17.28% 하락했다. 이번에는 금리인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내려간 거다.”
그렇다면 ‘찐’반등은 언제 오나.
“한국 증시도 반등을 시도하겠지만 강하지 못할 거다. 시장이 다시 터닝하려면 경기 지표가 좋아져야 하는데 힘들어 보인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코스피 움직임이 크게 달라질 거다. 당분간 박스권에 있을 개연성이 높고 또 다른 악재가 나오면 다시 추락할 수 있다. 반등이 와도 2900~3000 정도다. 반등 후 2800~3000에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있을 수 있다. 팬데믹에서 확실히 벗어나야 장세가 달라질 거다.”
이익 나는 성장주에 투자하라
약세장에서 성장주 투자 방법은?“나는 약세장에서 종목을 교체한다. 시장이 좋을 때 매도하면 10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을 중간에 팔아버린 꼴이 된다. 시장이 좋을 때 끝까지 올라가는 순간까지 둬야 수익이 극대화된다. 반면 시장이 하락할 때는 교체 매매를 해야 된다. 이익을 수반하지 않는 종목을 보유 중이라면 정리하고, 반등 시 급등할 종목으로 갈아타야 한다. 시장이 하락할 때는 좋은 종목이든 나쁜 종목이든 몽땅 다 하락하지만 올라갈 때는 선별적으로 올라간다.”
어떤 종목으로 교체해야 하나.
“이번 나스닥 급락 시 이익이 없는 성장주들이 폭락했다. 지난해 유행한 밈주식 차트를 한번 봐라. 기본 60% 하락했다. 한국은 제약, 바이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관련주가 폭락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나 자율주행, 전기차 종목은 우상향하다 조금 빠졌다. 이익을 수반하는 성장주로 교체해야 한다.”
시스템 반도체, 자율주행, 전기차가 주도주인가.
“자율주행, 전기차, 시스템 반도체에 차세대 디스플레이까지 4개 분야를 주도주로 본다. 스마트폰을 보면 아이폰 출시 이후 혁신이 없었는데, 곧 애플에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기능을 탑재한 글라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드디어 스마트폰 기술혁신이 시작된 거다. 여기에 꼭 필요한 기술은 시스템 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경기민감주는 코로나 종식 후 매수
가치주는 어떤 섹터를 주목해야 하나.“금리인상 시 투자 종목으로 통상 정유주를 추천하지만, 현재 정유주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2차전지이기 때문이다. 철강주도 약세지만 자율주행이나 전기차 소재 철강은 강세다. LG그룹주는 전장부품을 제작한다고 한 뒤 떴다. 이처럼 가치주는 굴뚝산업이 아닌, 미래 성장 모멘텀이 있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금리인상 때는 경기민감주를 사라고 하던데.
“이번에는 경기가 좋아서 금리를 인상한 게 아닌데, 무슨 경기민감주를 사나.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이 나왔을 때 전문가 대부분이 경기가 좋아질 거라면서 경기 관련주를 엄청 추천했다. 지금 그 종목들은 대부분 반토막 났다. 경기민감주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경기 지표가 좋아졌을 때 투자해야 한다.”
약세장에서 유용한 매매 기술은?
미국주식보다 유럽이나 신흥국 쪽에 투자하라는 리포트가 많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증시는 미국과 동행한다. 미국이 빠지면 한국도 빠지고 미국이 오르면 한국도 오른다. 미국 증시는 2019년 28.8%, 2020년 16.2%, 2021년 26.89% 올랐다. 올해 미국 증시가 얼마나 오르겠나. 더 오르면 미친 거다. 2009년 이후 미국 증시는 3년 올랐다 1년 쉬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은 연속 20% 이상 올랐으니 올해 미국 증시는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익률 측면에서 신흥국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긴축하는 데 반해, 중국은 금리를 두 차례나 인하했다. 시장은 돈을 뿌리면 올라간다. 중국이나 한국 등 신흥국이 상대적으로 좋을 수 있다. IMF가 올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 전망치를 낮추면서, 인도와 일본만 높인 것은 신흥국 증시가 좋을 수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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