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광산업체 유니민과 더쿼츠코프가 소유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광산은 세계 최대 고순도 석영 산지다. [The Quartz Corp]
일반 석영과 달리 고순도 석영은 전 세계에 매장된 곳이 상당히 드물다. 고순도 석영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이다. 다국적 광산업체 유니민과 더쿼츠코프가 소유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광산이 최대 산지다. 이곳에서는 매년 20만t의 고순도 석영이 생산되며, 전 세계 생산량의 85%를 차지한다. 중국 태양광업체들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순도 석영을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고순도 석영이 생산되지만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태양광 패널 핵심 원자재 고순도 석영
중국 기술자들이 태양광 패널을 점검하고 있다. [Caixin Global]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되는 고순도 석영은 여전히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다른 업체들에 우회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고순도 석영의 대중(對中)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 중국 태양광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국의 최대 고순도 석영 생산업체 장쑤퍼시픽쿼츠에 올해 고순도 석영 생산량을 5000t 늘려 총 2만t을 생산하라고 지시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태양광업체들은 폴리실리콘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로버트 구딘 미국 지질조사국 광물상품 애널리스트는 “순도 높은 석영이 있는 광산은 드물다”며 “품질이 낮은 석영으로는 중국 태양광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고순도 석영의 대중 수출 전면 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와 의회가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강제 노동을 막기 위해 고순도 석영 수출을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순도 석영 수출을 전면 금지할 경우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2035년까지 메릴랜드주 크기의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 덮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태양광 꿈’이 중국 인권 문제와 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미국은 태양광 에너지를 보유하면서도 인권을 지킬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강제 노동과 인권 탄압이 벌어지는 곳이라면 신장을 포함해 어디든 강력한 입장을 취하는 동시에 탄력적·효과적인 태양광 공급망을 육성, 개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그러면서 “미국이 두 문제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요당할 구조적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발언은 고순도 석영의 대중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첨단산업 및 군사용 무기 제조 重희토류
중국 광부들이 희토류를 캐내고 있다. [VCG]
중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희토류 시장을 더욱 강력하게 장악하고자 기존 희토류업체들을 통폐합해 대형 국영 희토류 기업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통폐합 대상 기업은 오광희토(CMC), 차이나알루미늄(CHALCO), 남방희토그룹으로, 이들 3개 기업은 우주·첨단무기 및 전기차, 드론 등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중(重)희토류를 주로 생산한다. 중희토류는 희토류 중에서도 원자번호가 높고 무거운 것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터븀, 디스프로슘 등이 있다. 매장량이 적어 ‘황금 자원’으로 불린다. 전 세계 매장량의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반면 경(輕)희토류는 원자번호가 낮고 가볍다. 풍력발전 터빈을 만드는 네오디뮴, 충전식 배터리에 들어가는 란타늄이 대표적이다. 중국 이외에 미국, 호주 등에도 매장돼 있을 뿐 아니라, 중희토류에 비해 가격도 싸다.
중국 정부는 애초 경희토류가 집중 매장된 북부와 중희토류가 많이 생산되는 남부에 각각 대형 국영기업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북부의 경우 ‘북방희토그룹’이라는 대형 국영기업을 만들었지만, 남부에서는 지방정부의 반발로 계획을 미뤄오다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일간지 ‘신징바오(新京報)’는 “새로 출범하는 대형 국영 희토류 기업은 연간 최대 5만t의 희토류를 생산할 계획”이라면서 “이 회사는 중국 1위 희토류 기업인 북방희토그룹(10만t)에 이어 두 번째 기업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대형 국영 희토류 기업을 만드는 것은 희토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두 대형 국영 희토류 기업은 중국 전체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희토류를 전략물자로 지정하고, 미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사용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10월 1일 올해 희토류 채굴 및 제련·분리 허용량을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16만8000t과 16만2000t으로 각각 결정했다. 중국의 의도는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확대해 미국이나 일본 등 각국이 중국산 희토류에 의존하도록 하려는 속셈이다. 미국 등 서방의 희토류 수입선 다변화 노력에도 중국 희토류 수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보다 오히려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더욱 높아졌다.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의 전기차 생산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美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 구축 중
물론 미국 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희토류 생산과 정제를 확대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희토류와 반도체 등 전략물자 공급망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6월 실무그룹을 구성해 19개 주에 매장된 희토류를 다시 생산할 방법을 찾는 등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미국 정부는 우선 캘리포니아에 있는 세계 2대 희토류 광산 ‘마운틴 패스’의 가공시설을 재가동할 방침이다. 또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희토류 생산기업 라이너스와 합작사를 세우고 희토류 가공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희토류 정제는 사실상 중국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를 깨겠다는 의도다. 이 공장이 완공될 경우 마운틴 패스 광산의 생산량 처리가 가능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또 캐나다, 호주 정부와 함께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매장 정보를 공유하는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에너지부는 광산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추출, 가공하는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과 중국은 양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광물들을 놓고 힘겨루기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