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 부엉이 캐릭터 ‘듀오’.
하지만 성공적 상장과 이후 주가 흐름은 별개다. 실적 및 전망에 따라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상이다. 듀오링고(Duolingo)는 전자에 속한다. 7월 미국 나스닥에서 102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 주가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렸고 9월 말 현재 200달러 선에 도달했다.
듀오링고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5억 회를 돌파했으며, 40개 이상 언어에 대한 학습 프로그램 100여 개를 제공한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3790만 명, 365일 이상 연속 로그인하는 열성 이용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케이팝 글로벌 팬들이 듀오링고로 한국어를 배우고,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도 이 앱을 통해 프랑스어를 익힌다고 한다.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해 한국어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중국어나 스페인어는 영어로 공부하면 된다.
퀘스트 깨면 리워드 주는 학습 앱
학습자들이 만든 듀오링고 밈 중 하나.
인터넷에서 로그인을 할 때 사용자가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라며 필기체로 휘갈겨 썼거나 책에서 스캔한 단어를 입력하라는 창이 뜨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봤을 테다. 이는 캡차(CAPTCHA)라는 프로그램인데, 바로 폰 안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그는 박사 과정생 시절 이를 야후에 무료로 제공했고, 이후 업그레이드한 리캡차(reCAPTCHA)를 구글에 판매했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모교 카네기멜런대 교수로 부임한 폰 안은 2011년 듀오링고를 창업했다. 취지는 분명했다. 누구에게나 무료로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 ‘성공으로 가는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창업 초기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면 퇴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로 듀오링고의 ‘무료 교육’ 정신은 투철했다.
교육 방법으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을 택했다.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학습 동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폰 안은 게임 요소를 적극 도입했다. 듀오링고의 학습 프로그램은 강의 시청이나 원어민과 일대일 대화가 아닌, 퀴즈 형식이다. 학습자는 초급부터 고급까지 각 단계를 게임 퀘스트를 깨듯 진행해나가며, 학습 성취도에 따라 일종의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포인트로 부가기능을 구입하거나 자신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중간 중간 ‘Tu oso bebe cerveza(스페인어로 ‘곰이 맥주를 마신다’라는 뜻)’ 같은 재미있는 내용을 넣어 학습자의 주의를 환기하기도 한다. 학습자가 문제를 왜 틀렸는지 파악해 개인별 맞춤형 학습자료도 제공한다.
듀오링고의 인기는 부엉이 캐릭터 ‘듀오’의 숱한 밈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으슥한 밤에도 “공부하라”고 알람을 보내는 듀오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학습자들의 너스레가 밈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 방식의 외국어 학습은 효과가 있을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학에서 4학기에 걸쳐 가르치는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듀오링고는 2학기 만에 가르친다고 한다. 하지만 듀오링고가 읽기와 쓰기에만 치중하고 말하기와 듣기 교육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친근한 캐릭터에 스토리 입혀
듀오링고는 최근 캐릭터 9개를 새로 론칭했다. [듀오링고 홈페이지]
눈에 띄는 성장세에도 듀오링고는 2분기 2억 원가량 적자를 봤다. 매출의 37%에 해당하는 2200만 달러(약 260억4360만 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는 듀오링고의 다음 목표를 위해서다. 듀오링고는 외국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자주 내비쳐왔다. 3월에는 미취학 아동을 위한 영어 학습 앱 ‘듀오링고 ABC’를 출시했고, 유치원생부터 고교 3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 교육 앱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학습 성취도에 따라 지급되는 포인트로 부가기능을 구입할 수 있다. [듀오링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