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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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배터리 특허 소송 승리로 ‘역전’ 노리는 SK

“특허 소송 승리, 10년 전과 똑같은 결과” … 바이든 거부권 행사에도 영향 미치나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1-04-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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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 손을 들어줬다. [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ITC가 SK이노베이션 손을 들어줬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이하 SK)과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에서 물적 분할·이하 LG) 간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3월 31일(이하 현지 시각) LG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 소송에서 ITC가 SK 손을 들어준 것(예비결정). 앞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SK가 이번 승소를 계기로 LG와 합의금 협상에서 이전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K 측은 “한미 양국에서 진행된 배터리 분리막 특허 소송에서 모두 SK 측 승소로 결론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LG가 SK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낸 시점을 보면 2011년과 2019년 SK가 배터리 사업에서 고객 수주, 사업 확대 등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을 때인 만큼 LG의 소송 제기는 SK 배터리 사업을 견제하기 위한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0년간 동일 건으로 국내외 쟁송 않기로 합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승소를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승소를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양사 소송은 2011년 11월 처음 시작됐다. LG가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던 SK를 상대로 분리막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이후 LG는 2019년 또다시 SK를 상대로 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첫 소송에서 SK는 LG에 맞서 특허 무효 소송을 벌였다. 결과는 SK 승. 당시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은 모두 ‘LG 특허가 신규성이 부인된다’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13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특허법원 역시 LG 패소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당시 양사는 합의에 이르렀다. 대기업 간 협력을 바라는 국민 염원과 정부의 합의 중재 등을 이유로 ‘향후 10년간 동일 건으로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시 LG 배터리연구소장을 맡았던 김명환 부사장(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양사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불필요한 소송보다 각사가 사업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SK 역시 같은 자료에서 “소모적인 특허 분쟁이 종식됐다”고 알렸다. 

    그로부터 8년 뒤인 2019년 4월 LG는 ITC 연방법원에 SK를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SK는 LG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냈고, LG는 또다시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로 같은 해 9월 맞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같았다. SK 측은 “2011년 한국에서 승소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SK 기술이 LG 특허와 명확하게 다른 독자적인 기술임을 인정받은 것으로, LG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에서도 ITC가 실체적 검토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개연성이 높았을 것임을 입증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 결과로 SK는 ‘역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업비밀 침해 패소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셈. SK는 2월 10일 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함으로써 4월 11일까지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각각 2, 4년 유예기간을 받은 폭스바겐과 포드를 제외하고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생산과 수입이 금지된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또한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따라서 SK가 거부권 행사 마감 시한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ITC 측은 3월 5일, 앞서 LG가 “SK가 제기한 소송을 제재해달라”고 한 요청을 기각했다.




    영업비밀 침해, 협상의 향배는?

    이에 대해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LG가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계속 제기한 배터리 분리막 특허 침해 소송에서 명확하게 특허 무효, 비침해 결정을 이끌어내 SK의 독자 기술임을 인정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엄정하게 대응해간다는 게 회사의 일관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는 “영업비밀과 특허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LG 측은 “이번 소송은 공개된 특허에 대한 침해와 유효성 여부에 관한 것으로, 독립되고 차별화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 비밀로 보호되는 영업비밀 침해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SK가 LG의 핵심 인력을 유치한 것은 기술과 경영상 비밀을 아우르는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하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특정 기술을 가져가는 것은 특허 침해라는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영업비밀은 비밀로 관리되는 생산 방법, 판매 방법,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이나 경영상 정보를 포함하기 때문에 보호 대상이 넓고 영업비밀이 보호되는 선에서 자사가 영구히 독점권을 행사한다”면서 “특허권 보호 대상은 기술적 사항에 한하며 20년간 독점권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LG와 SK의 배터리 전쟁은 한동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양사는 그간 물밑에서 배상금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각자 생각하는 합의금 규모가 달라 협상이 결렬된 상태였다. LG는 앞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이번 특허 침해 소송까지 승리할 경우 배터리 소송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갈 계획이었으나, 이번 특허 침해 소송에서 SK가 승기를 잡은 만큼 협상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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