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영등포구 한 카페에서 공약을 설명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그는 경력직 도전자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11년 무상급식 문제로 서울시장직을 스스로 내려놓은 탓이다. 오 전 시장은 “태동하던 인기영합주의와 맞섰는데 (대응이) 좀 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 10년간 서울시와 대한민국 미래만 생각해왔다”면서도 “시장을 맡으면 숙고해온 비전은 잠시 접어두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민생을 살피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은 황교안-나경원 투톱에 대한 평가”
국민의힘 예비경선 결과 2위를 했는데.“시민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 시민들에게 감사하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 (후보 등록) 출발이 늦어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1위를 했다. 내 저력에 시민들이 신뢰를 보내준 거라고 생각한다.”
당내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더 지지를 받고 있다.
“나 후보는 강경보수를 표방한다. 사실 그 점이 굉장히 걱정스럽다. 지난해 총선은 황교안-나경원 투톱이 운영한 기간에 대한 평가였다. 참패로 끝났다. 국민은 강경보수의 등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민 속으로 파고들어 중도, 심지어 좌파 성향을 가진 분들까지 포용하는 넓은 품을 가진 정치를 기대한다.”
나 후보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오히려 이번 선거를 통해 우파의 가치를 찾을 거라고 했다.
“서울시민은 지금 극도로 고통스럽다.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이념적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 굳이 노선을 따진다면 민생을 보듬는, 민생실용노선이 시민을 훨씬 감동시키지 않을까.”
보수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민생실용노선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보나.
“그렇다. 지난 총선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는데도 반성하거나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큰일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의 1년간 당 운영을 되돌아보고, 국민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중도로 외연 확장을 가능케 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되물어야 한다. 시민 여론조사 1위의 의미 역시 여기에 있다고 본다.”
나 후보도 있지만 안철수 후보라는 대안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1년 임기의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다. 두 후보의 능력이 출중하다지만 그럼에도 서울시정은 너무나 방대하다. 3개월에서 반년까지는 업무보고와 부서 파악을 하는 데 소진된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웃음).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사실상 6~9개월에 불과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연습시장, 인턴시장은 안 된다.”
나 후보는 오 후보를 “10년 쉰 분”이라고 했다.
“정치를 10년 쉬었을지 몰라도 인생을 10년 쉬지는 않았다(웃음). 나는 워커홀릭이다. 지난 10년간 지은 책만 5권이다. 모두 대한민국과 서울시 비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코이카(KOICA)를 통해 페루와 르완다에 시정자문관으로 파견 나가기도 했다. 서울시정을 되돌아보고 비전을 다시 다듬는 데 유용한 시간이었다. 해당 경험을 서울시정에 반영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행정 능력이 있을지 모르나 정치적 평가가 끝난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해 총선 패배는 정치인으로서 오히려 큰 상장이고 훈장이라고 생각한다. 당선이 쉬운 곳을 골라 도전할 수도 있었다. (내가) 낙선한 광진구는 당 입장에서 험지 중 험지다. 단 한 번도 (보수정당이) 국회의원 당선인을 낸 적이 없는 곳을 자원해 찾아갔다. 당에 한 석이라도 보태고 싶어 승부를 걸었던 거다. 평생 그렇게 지역을 열심히 누빈 적이 없었다. 당에서 중진에게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폄훼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10년 전 서울은 꿈꾸는 도시였는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가운데)이 1월 31일 서울 명동을 찾아 관광업계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동아DB]
정치적 결정을 후회한 적도 있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서울시장 자리에서 물러난 일로 마음이 불편했다. 오 전 시장은 “형편이 나은 가정의 아이를 지원하기보다,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학습기자재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지원을 늘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도 안심소득을 공약했다.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 체계에 대한 소신은 여전했다.
경쟁 후보도 “민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점에서 차별성이 있을까.
“실천력과 의지 문제다. 나는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안심소득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이 적을수록 복지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하후상박형 구조다. 어려운 분들을 보듬겠다는 내 정치철학이 녹아 있다. 서울시장 시절 아동청소년, 여성, 어르신, 장애인,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해 그물망 복지를 시행했다. 당시 서울시가 세계적 복지 석학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를 마친 후 한 분이 서울시 복지국장에게 ‘당신네 시장은 복지에 미친 복지시장이다. 저런 시장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더라. 나는 디테일에 강하고 실천력도 있다. (복지에 대해) 한 시간 내내 말할 수 있다. 복지에서는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지금 서울은 어떤가.
“10년 전만 해도 서울은 꿈꾸는 도시였다. 세계 초일류 도시인 뉴욕, 런던, 파리, 그리고 떠오르는 도시 상하이와 어깨를 나란히 해 세계 5위권 도시로 도약하고 있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Z/Yen)이 매년 실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가 내 임기 때 10위권까지 올랐다. 그런데 박원순 체제를 거치면서 33위(지난해 기준)로 추락했다. 지금 서울시민 중 세계 초일류 도시의 꿈을 품고 있는 분이 있나.”
어떤 점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보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프라 투자의 급감 탓이 크다. 임기 중 서울을 사람과 돈이 몰리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인프라 투자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동대문의 경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만들어 죽어가던 의류 상권을 되살렸다. 세빛섬과 광화문광장을 개발해 관광객을 위한 공간을 꾸리기도 했다.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서울을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로 꼽았다. 과거 수치들이 현재는 다 추락했다.”
이번 시장은 임기가 짧다. 당선하면 어떤 공약부터 이행할 계획인가.
“중소자영업자를 위한 업종별 코로나19 거리두기 매뉴얼 만들기다. 현 정부는 코로나19 대처에 너무나 무능하고 게으르다. 초기였다면 정부가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해라’ 혹은 ‘영업하지 마라’고 해도 자영업자들이 따라줬을 거다. 실제로 시민들이 순응해 코로나19 사태가 극복되는 듯 보였다. 1년 가까이 업종별 매뉴얼을 만들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다. 강압적 처벌을 앞세워 일률적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중소자영업자들의 의견은 묵살한다. 시장이 되면 각 (중소자영업) 협회와 머리를 맞대어 업종에 특화된 거리두기 매뉴얼을 만들겠다.”
정부 부처와 협의도 필요해 보인다.
“서울시가 모범적인 업종별 거리두기 매뉴얼을 만들면 그것이 전국으로 확산되리라고 본다.”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3지대 선(先)단일화에 착수했다.
“야권 단일화의 골격이 나왔다.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되면 안철수, 금태섭 두 후보 중 한 명과 결선 단일화를 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는 꼭 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당 존립이 위험하다는 말도 나온다.
“글쎄다. 국민적 여망은 야권이 꼭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거다. 어떤 형태로든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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