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개인 스마트폰을 통래 발급한 디지털 위안화. [VCG]
전자 장부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통화
디지털 위안화 VS 달러화 대결 일러스트레이선. [youtube]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기존의 방식으론 미국 달러화 패권을 깨뜨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며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고 총력을 기울여왔지만 위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위안화는 국제 결제 시장에서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위안화의 위상은 달러화에 비하면 아직까지 한참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달러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40%로 위안화(1.65%)에 비해 훨씬 높다. 게다가 전 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에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은 달러화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국제 금융망 구축 노력
중국 선전시 시민들이 디지털 위안화로 상품을 구매하고 결재하고 있다. [Global Times]
중국 정부의 목표는 디지털 위안화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해 공식화하고 일대일로 참여국들을 중심으로 유통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자국 국민들이 앞으로 일상에서 마음 놓고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등 각종 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또 자국이 세계 1위 수출 대국인만큼 교역 등 대외 거래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로 결제하는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중앙은행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이미 중국 인민은행과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위웨이원 HKMA 총재는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연구소와 디지털 위안화의 역외 지불 기술 테스트 방안을 논의하면서 관련된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 총재는 “아직 디지털 위안 도입의 구체적 시간표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디지털 위안화가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면 홍콩과 중국 본토 주민들이 서로 상대 지역에서 소비할 때 지불 방식을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외 자금 흐름과 자본 유출, 이동 실태 등을 정부와 중앙은행이 한눈에 파악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모바일 결제 빅 데이터와 세계 최고의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중국에서 디지털 위안화까지 통용될 경우 중국 정부는 국민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중국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사회주의’ 국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위조지폐 제작·유통, 부동산 투기, 돈세탁, 세금 탈루 등 각종 범죄를 척결할 수 있다. 또 화폐 제작과 유통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더구나 지폐, 동전과 같은 실물화폐를 통해 코로나19 등 전염병 바이러스의 확산도 막을 수 있다.
디지털 위안화는 현재 통용되는 위안화처럼 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얼굴과 발행연도 등이 포함된 일련번호가 들어가 있다. 디지털 위안화의 가치는 현재 통용되는 위안화와 똑같다. 인민은행은 앞으로 공상·중국·건설은행 등 국유은행들과 차이나모바일 등 3대 통신사 및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최대 인터넷기업인 텐센트 등을 디지털 위안화 보급의 파트너로 동원할 계획이다.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이 쓰이고 거래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익명성 보장 없는 디지털 화폐
중국 은행원이 위안화를 달러화로 교환해주고 있다. [China Daily]
미국도 절대로 달러화 패권을 중국 위안화에 넘겨줄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 달러화를 추진할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우리는 미국 경제와 결제 시스템에 대한 디지털 화폐의 잠재적인 비용과 편익을 신중하고 철저하게 평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 경우 미·중 간 디지털 화폐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앞으로 현재 통용되는 달러화와 디지털 위안화 또는 디지털 달러화와 디지털 위안화 간의 통화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디지털 화폐가 미·중 패권 전쟁의 또 다른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