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MD(고객관리자) A씨가 300여 명의 클러버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말했다. 이날 해당 오픈채팅방에는 밤새 클럽 현황을 담은 사진이 올라왔다.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5월 9일 이후 3달간 폐쇄됐던 서울 시내 클럽들이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아찔한 모습도 보였다.
클럽 영업 재개 첫날부터 방역수칙 어겨
8월 5일 새벽 서울 강남 한 클럽 방문객들이 1m 이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있다. [최진렬 기자]
현장에서는 영업 재개 첫날부터 방역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3개월 만에 클럽을 방문한 클러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금 ◯◯클럽인데 사람 완전 짱 많다’며 저마다 클럽 내부 사진을 공유했다. ‘방역수칙’ 등의 글귀가 적힌 안내판 옆으로 사람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것은 물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도 적잖았다. 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마스크를 코 아래로 내린 상태였다. 서울시 유흥시설 방역수칙에 따르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종사자와 이용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클럽 내부 상황을 공유하며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는 곳을 피해가는 클러버도 있었다.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면 ‘흥’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클러버가 1m 거리두기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 클럽 상황을 사진으로 공유하자 ‘돈 내고 저길…’ ‘차라리 홍대 앞에 있는 (다른) 클럽 가는 게 나을 듯’ ‘◯◯클럽이 답이다’ 같은 반응이 뒤따랐다.
1일 1업소 수칙 회피
서울시는 제재 완화에 앞서 유흥시설 방역수칙에 클럽투어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클럽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하루 한 곳의 클럽만 방문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됐다. 이태원발(發) 대규모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일부 클럽 방문자가 단시간에 여러 클럽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련된 후속 조치다.클러버 사이에서는 서울시의 중점 관리 사항인 1일 1업소 이용을 우회하려는 꼼수가 논의됐다. 한 클러버가 오픈채팅방에서 ‘1일 1클럽 불편하다’고 하자 다른 클러버가 ‘12시 전에 한 곳 갔다 12시 이후에 다른 곳에 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이에 또 다른 클러버도 ‘안 걸리면 시도해봐야겠다’고 답했다. ‘(클럽 개방) 2주 뒤에 확진자가 늘어날까 봐 무섭다’는 걱정에는 ‘어차피 걸릴 사람만 걸린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서울시는 주로 클럽 영업이 밤 12시 이후 이뤄지는 만큼 꼼수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 관계자는 “8월 4일 밤 강남과 마포 일대 클럽을 방문해보니 많은 클럽이 12시 이후에 영업을 시작했고 방문객도 자정이 넘은 시간대에 몰려 실제로 꼼수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집합제한 조치 전환 후 방역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업소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방역수칙을 어긴 사실이 적발된 업소는 그 즉시 집합금지 조치로 전환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고발 등 행정 조치가 뒤따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설 내 밀집도를 고려해 방역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가 확산세이기 때문에 발생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며 “집단감염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 목표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유흥시설의 경우 밀집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용을 완전히 제한하기는 어렵더라도 시설 내 밀집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8월 5일 기준 서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27명, 사망자는 12명이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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