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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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하수 역류, 서울시 예산 740억만 날렸다

2015년 대책 발표 후 공사 지연, 호우 강도 낮아도 침수 반복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08-06 09: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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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역 주변에 하수 역류 방지를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았다. [뉴시스]

    서울 강남역 주변에 하수 역류 방지를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아 놓았다. [뉴시스]

    서울 강남역 일대가 8월 1일 또 다시 물에 잠겼다. 강남역 일대는 2010년과 2011년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기 전부터 폭우가 쏟아지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수해를 막고자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이하 강남역 대책)을 발표하고 상습침수 피해지역에 대한 침수대응 능력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장마 오기 전 침수에 대비 못한 서울시

    2005년 폭우에 물에 잠긴 강남역. [동아 DB]

    2005년 폭우에 물에 잠긴 강남역. [동아 DB]

    더구나 2010년 9월에는 시간당 78.5mm, 2011년 7월에는 8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데 반해 이번에는 그때보다 적은 시간당 35mm의 강우량에도 침수가 발생해 서울시가 그동안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간당 강우량은 2010년이나 2011년보다 적은 게 맞지만 이번에는 9분 동안 18.5mm의 호우가 집중적으로 퍼부어 강남역 일대에 순식간에 빗물이 고였다”며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하수구로 유입되면서 맨홀 뚜껑이 열리고 하수가 역류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맨홀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볼트로 고정하는 등 재발 방지 노력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7월 말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음에도 왜 폭우가 내리기 전 그 같은 침수 방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방재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7월 하순 장마가 시작되기 전 폭우에 따른 침수 가능성에 대비해야 했는데 서울시가 이를 간과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상습 침수 구역의 집중호우 가능성에 대비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서울시 측은 “맨홀 뚜껑을 고정하는 작업이 간단치 않아 시간이 걸린다”며 궁색한 대답을 내놨다.

    항아리 지형에 빗물 흡수 안 되는 아스팔트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배수대책 발표 당시 강남역 일대의 고질적인 침수 원인으로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능력부족 ▲삼성사옥 하수암거 시공 오류까지 4가지를 들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강남역의 지형적 문제다. 강남역은 주변 다른 역보다 지대가 낮다. 특히 바로 옆 역삼역보다 14m나 낮아 집중호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깔대기에 담기듯 강남역에 빗물이 고여 빠져나가지 못한다. 게다가 과잉 개발로 아스팔트가 전체 면적의 80% 이상을 덮어 빗물이 땅속으로 흡수되기도 힘들다. 

    강남역 침수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미 학계에서도 수차례 논의한 내용.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대심도 터널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말레이시아는 대심도 복합 터널을 뚫어 폭우가 쏟아질 때 물을 담는 저류지로 활용해 홍수나 범람을 막는다”며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도 성공 사례가 있다”고 했다. 상습 침수 지역이던 서울 양천구 신월동 일대에도 빗물을 저장하고 안양천으로 내보내는 대심도 터널이 설치된 덕에 물난리 걱정이 줄었다.



    하지만 강남역 지하는 현재 대심도를 뚫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은 “대심도가 좋은 해법이긴 하지만 강남역 지하에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니고 그 밑에 신분당선도 깔아 대심도 터널을 추가로 뚫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강남역에 신분당선이 개통된 것은 2011년이고, 강남역 일대는 2000년대에도 폭우가 오면 물에 잠기는 일이 자주 있었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침수 등 재해를 막을 방법을 다각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 학회장은 “하수도의 배수 용적률을 높이고 저지대 하수관을 우회시키는 정도로는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빗물이 강남역 인근 반포천으로 흘러 들어가게 하고 그 옆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해 하천 범람을 방지하면 침수를 막을 수 있는데, 배수펌프장 설치 역시 반대하는 주민이 많으면 진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일대 침수를 막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배수구역경계조정’을 제시했다. 당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까지 강남대로 일대 저지대 하수관 약 8km를 빗물펌프장을 거치도록 신설하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를 통해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 잡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책정된 공사비는 85억원. 2015년 4월 설계를 시작으로 2016년 6월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하수도시설 세부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서초구 서오로의 하수도 배수 용량이 작아 이를 늘리지 않으면 역삼초 일대 하수 역류 현상을 잡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설계를 다시 해 지난해 10월부터 서오로 하수관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역경계조정 공사가 지연돼 2021년 말 끝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역분리터널 공사, 2년 반 지연

    2011년 7월 집중후우에 침수된 강남역 일대. [서울시 제공]

    2011년 7월 집중후우에 침수된 강남역 일대.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중장기 사업으로 계획했던 유역분리터널 공사 역시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강남역 대책을 발표할 당시 ‘공사비 348억을 들여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일대(서초1~2동)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유역분리터널’을 설치하겠다. 2016년 4월 공사 착수 단계를 거쳐 2019년 우기 전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유역분리터널 설치는 2022년 말 완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2015년 대책에는 ‘강남역 주변의 도시개발과 연계한 빗물저류조 등 방재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으나 지금은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사업이 지연되고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총 공사비는 1127억원으로 늘고, 이 중 66%에 달하는 741억원이 이미 투입됐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는 공사는 시간당 95mm의 폭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모든 공사가 끝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다 끝나기 전인 2022년 말까지는 폭우가 쏟아질 경우 이번과 같은 침수가 또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방재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와 시민이 협력하는 대응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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