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에 설치된 자동화물분류기. [사진 제공 · CJ대한통운]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 e커머스 시장에서 이러한 풀필먼트는 경쟁력의 핵심으로 거론돼오다 코로나19 사태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3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582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8% 늘었다. 언택트(untact), 즉 비대면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되면서 온라인 쇼핑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CJ대한통운 손잡고 ‘24시간 배송’
경기 광주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에 마련된 대형 풀필먼트센터에서 한 직원이 LG생활건강 제품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대한통운]
풀필먼트는 고객이 다른 업체로 이동하지 않도록 고객을 꽉 붙드는 ‘록인(lock in) 효과’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기민한 풀필먼트에 바탕을 둔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해당 업체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져 구매 금액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차례 입증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기준 미국 아마존 프라임 회원의 구매 금액은 비회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에 국내외에서 풀필먼트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3월 위킵, 두손컴퍼니, 신상마켓 등 물류 기반 기업에 투자했다. 일본 야후재팬은 물류기업 야마토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공개, 6월 말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중국 알리바바는 중국 5대 택배사 중 하나인 윈다의 지분 10%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이미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이틀 배송’을 넘어 1일 및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해가고 있다.
글로벌 물류업체 UPS도 ‘UPS eFulfillment’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북미지역을 공략하고 싶지만 현지 물류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중소 판매자에게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사업 진출을 돕는 것이다. 디에이치엘(DHL)과 페덱스(Fedex) 역시 자사 이름을 내건 풀필먼트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첫 풀필먼트 서비스 사례는 네이버, LG생활건강과 협업. LG생활건강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 판매하는 상품을 CJ대한통운이 고객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것이다. 즉 LG생활건강은 판매 상품을 미리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에 입고시키고, 네이버를 통해 주문 정보가 전달되면 CJ대한통운은 바로 상품을 허브터미널로 내려 보내 전국으로 발송한다(그림 참조). 기존 유통사 혹은 제조사 물류센터로 택배사가 찾아가 주문된 상품을 받은 뒤 허브터미널로 보내는 단계가 제거되는 것. 따라서 기존 오후 3시보다 더 늦은 시간에 주문해도 ‘이튿날 배송’이 가능하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자정 전까지 주문하면 이튿날 물품을 받을 수 있다.
LG생활건강 外 대형제조사도 동참 가능성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은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주문 상품을 24시간 내 배송해준다. [네이버 홈페이지]
한편 LG생활건강에 이어 어떤 업체가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에 동참할지도 관심사다. 대규모 연합군이 형성된다면 쿠팡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 측은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4~5개 대형제조사와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