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국립극단]
연극의 배경은 가장 깨끗한 동네 1위로 뽑힌 완전무결의 ‘병목안’ 마을. 이곳에 11세 영지(김수빈 분)가 이사 온다. 마을 사람들은 평범함과 거리가 있는 영지네 가족을 예의주시한다. 하지만 영지의 부모님을 좀처럼 만날 수 없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 효정(박소연 분)과 모범생 소희(전선우 분)는 영지가 알려주는 신기한 놀이와 이야기에 점점 빠져든다. 이를 통해 겉만 번지르르한 마을의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는데, 이를 두려워한 어른들은 모든 화살을 영지에게 돌린다.
[사진 제공 · 국립극단]
반면 ‘영지’의 메시지는 ‘말괄량이 삐삐’처럼 명료하지 않다. 영지와 친구들은 ‘환생’을 부르짖으며 공연을 끝낸다. 누가, 왜, 어떻게 환생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청소년극의 주제가 반드시 교육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청소년의 가슴에 꽂힐 메시지는 공연 안에서 친절하게 설명돼야 한다. ‘영지’의 메시지는 불친절하다. 국립극단 제작진이 극을 올리기 전 초등학교 4학년 국어교과서를 읽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만 확인했어도 10대 초반 관객에게 이런 난해한 연극을 보여줄 용기는 내지 못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