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두산아트센터]
‘단편소설집’은 현재 미국에서 탁월한 극작가로 손꼽히는 도널드 마굴리스(65)의 작품이다. 무명이던 마굴리스는 이 작품으로 1997년 퓰리처상 후보에 올라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단편소설집’ 서문에 ‘모든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앗아간다’는 아일랜드 극작가이자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하며 작품을 시작한다. ‘쪽(藍)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동양적 사고와는 결이 다르다. 청출어람은 언젠가 스승을 능가할 수 있다는 독려의 의미가 강하다.
[사진 제공 · 두산아트센터]
배우의 대사, 표정, 몸짓으로만 팽팽하게 전개되는 작품을, 그것도 국내 정서와 거리가 있는 번역극을 3시간 동안 관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 전국향이 선사하는 혼신의 열연 덕에 객석은 한 치의 동요도 없다. 이곤 연출은 ‘아낌없이 주고 아름답게 퇴장하는 기성세대’와 ‘위세대를 공경하며 성공적으로 등장하는 차세대’라는 세대교체의 시대적 함의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