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가 내놓은 가정용 게임기 '메가드라이브'. [위키피디아]
세가는 원래 가정용 게임기를 제작하기보다 오락실용 아케이드 게임을 주로 만드는 회사였다. ‘스페이스 해리어’ ‘행온’ ‘아웃런’ 등 30~50대 ‘아재’들에게 익숙한 게임들이 모두 세가에서 나왔다.
북미에서 압도적 인기
아케이드 명가 세가는 1986년부터 가정용 게임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오락실에서 가장 인기 있던 ‘시스템16’ 기판을 가정용 게임기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목표였다. 가정용 게임기에 비해 성능이 훨씬 좋으니 출시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시스템16 기판은 생산 단가가 너무 비쌌다. 결국 그래픽 기능을 일부 포기하고 가정용에 맞게 부품을 효율화했다.다만 메인 두뇌 역할을 하는 CPU(MC68000)만은 그대로 적용했다. 고속 연산 능력을 갖춘 16비트 게임기가 탄생한 것. 바로 16-BIT라는 황금색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게임기 ‘메가드라이브’다.
메가드라이브는 1988년 10월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다. 1997년 생산 중단할 때까지 일본에서 358만 대, 북미지역에서 2000여만 대가 팔렸다. 나머지 지역에서 팔린 839만 대를 합하면 전 세계에서 약 3200만 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이후 미국 완구회사 마제스코와 브라질 테크토이는 세가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해 150만 대를 추가로 판매하기도 했다.
판매량을 보면 메가드라이브는 북미지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다. 시스템16 기판을 사용한 메가드라이브의 장점은 오락실 게임들을 가정용에 맞게 이식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게임기에 비해 완성도도 높았다. 오락실에서 인기를 얻었던 슈팅 게임 ‘판타지존’을 비롯해 ‘수왕기’ ‘대마계촌’ ‘스트라이더 비룡’ 같은 액션 게임을 집에서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북미시장에서는 미식축구, 야구, 레이싱, 슈팅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가 많았다. RPG(롤플레잉게임)나 플랫폼 액션 게임에 비해 등장인물과 변수가 많은 게임인 만큼 모두 빠른 CPU 속도를 필요로 했다. 당연히 북미에서는 닌텐도보다 세가가 강세였다.
닌텐도를 위협한 메가드라이브의 명작들
세가 ‘메가드라이브’의 대표적 독점작인 소닉.
메가드라이브가 북미 게임기 시장의 왕이라지만 그래픽에서는 닌텐도의 슈퍼패미콤에 비해 열세였다. 세가는 그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빠른 스피드와 함께 강하고 밝게 대비되는 색상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질풍처럼 달리는 푸른 고슴도치인 소닉은 ‘닌텐도에 마리오가 있다면 세가에는 소닉이 있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스피디한 액션은 닌텐도 게임기의 연산 능력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메가드라이브만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주인공 캐릭터인 소닉은 파랑과 빨강의 대비를 활용해 세련미까지 갖췄다.
닌텐도는 최근 ‘슈퍼패미콤 미니’를 출시해 고전게임 애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세가도 ‘메가드라이브 미니’로 부활을 앞두고 있다.
4월 1일 세가퍼블리싱코리아(대표 오하시 오사무)는 메가드라이브 미니의 아시아판을 9월 19일에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출시되는 메가드라이브 미니는 가로 154mm, 세로 116mm, 높이 39mm의 소형 보디에 ‘파이팅패드 6B’ 조이패드를 탑재한 신형 기기로, 메가드라이브 기반의 히트 게임 40종이 수록될 예정이다.
현재 세가 측은 ‘코믹스 존’ ‘악마성 드라큘라’ ‘샤이닝 포스 1’ ‘소닉 더 헤지혹 2’ ‘스페이스 해리어’ ‘아웃런 2019’ ‘건스타 히어로즈’ 등 인기 게임 10종을 먼저 공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