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류 태평무(오른쪽)와 정재숙 문화재청장. [뉴시스, 조영철 기자]
하지만 근대 이전의 춤과 음악은 기록되지 않아 사람을 통해서만 전수돼왔다. 이런 무형의 자산을 보존하고자 우리나라는 무형문화재 지정 제도를 도입해 지원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보유자를 흔히 ‘인간문화재’라고 부른다.
현재 무형문화재 지정 제도는 인간문화재를 정점으로 삼고, 그로부터 기량을 배운 제자 가운데 뛰어난 이를 ‘전수(교육)조교’로 선정하며, 그 밑에 ‘이수자’를 둔다.
문화재청은 인간문화재가 타계하면 전수조교 가운데 한 명을 다음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수조교들 사이에 갈등이 싹텄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엄청난 지원이 약속되는데 한번 탈락하면 다음에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문화재가 장수하다 타계하면 전수조교도 이미 고령의 나이라 기량을 전수하고 보급하는 의무를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젊은 전수조교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래서 인간문화재 지정이 늘 구설에 오르자 문화재청도 시간을 끌며 사실상 회피해왔다.
문화재청은 2015년 승무와 태평무·살풀이춤(이매방류와 김숙자류) 분야에서 차기 인간문화재를 지정하는 ‘인정조사’를 15년 만에 실시했다. 이때 전수조교는 물론 이수자들에게도 응모 자격을 줘 24명이나 신청했다. 그러자 전수조교들이 “전통예술은 기량만큼이나 보급이 중요한데, 기량만 갖고 따질 수 있느냐. 인정조사는 콩쿠르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또 심사위원단 일부 명단과 심사 기준이 유포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이런 소동 속에서 문화재청은 2016년 2월 태평무 응모자 가운데 가장 젊은 양모 씨를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당시 만 80세인 태평무 최고령 전수조교가 1인 시위에 들어갔고, 다른 분야에서도 기준과 평가에 문제가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만들어졌다.
당시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무형문화재법)은 고령과 와병 등으로 더는 활동할 수 없는 인간문화재는 ‘명예’ 인간문화재로 변경해 전통문화 보급 의무를 면제한다고 돼 있었다. 이 경우 인간문화재의 실질적 역할은 나이 많은 전수조교가 하게 되는데, 나중에 그가 고령이라는 이유로 인간문화재가 되지 못하면 불공정하다는 것이었다.
‘전수조교도 명예 인간문화재 될 수 있다’
반발이 심해지자 문화재청은 추가 예고를 중지하고 전수조교도 명예 인간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이어 2015년 심사가 문제없다 보고, 올해 3월 세 분야에서 11명의 후보자를 발표했다.이 명단에 고령을 이유로 예고에 빠졌던 전수조교 9명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러자 전원 합격한 전수조교들과 나머지 2명은 문화재청 발표를 지지하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비난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문화재청은 5월 중 최종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19년째 인간문화재를 공석으로 두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법령을 개정하고, 다섯 차례나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을 했으며, 2015년 조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최종 심사를 통해 결과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