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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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할수록 좋다, 기형적 시장 허문다면

결산 2015, 전망 2016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5-12-29 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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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할수록 좋다, 기형적 시장 허문다면
    먼저 2015년 한 해 음악계를 돌아본다. 매스미디어를 통해서만 음악을 본다면 늘 변화가 없다. 몇 년째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돌은 TV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지배하고 있고, 아이돌이 아니라면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서나 화제가 된다.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1980~90년대 노래들이 다시 화제가 된다(2015년은 연초 ‘무한도전’, 연말 ‘응답하라 1988’이 쌍끌이를 하면서 이 경향이 끝내주게 강하긴 했다). 아이돌을 제외하면 2015년 ‘라이징 스타’는 혁오 밴드와 자이언티(사진)였다. 역시 ‘무한도전’의 힘이었다. 이들 경향의 공통점은 음악이 TV와 결합해야 대중적 전파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거다.
    정작 짚어보고 싶은 쪽은 TV 밖이다. 그동안의 흐름이 확연한 분기점으로 나타났다. 먼저 ‘음반’의 위상 변화다. 얼마 전 한 밴드의 공연 뒤풀이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요즘은 공연장에서 CD(콤팩트디스크)가 많이 팔려요.” “당연한 거 아닌가?”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공연장에 오는 관객들은 당연히 CD로 먼저 음악을 듣고 왔으니까.”
    생각해보니 그랬다. 일반 클럽 공연은 물론이고 앨범 발매 공연에서조차 CD는 원래 별로 팔리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관객들은 미리 산 CD를 들고 와 공연이 끝난 후 사인을 받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그런 모습이 바뀐 것이다. 새 앨범이 발매되면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CD를 산 뒤 사인을 받는다. 이런 관객, 즉 음악팬들에게 CD는 감상의 목적이 아니다. 공연의 기념품이자 소장품이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볼 때마다 CD를 사고 사인을 받아 날짜별로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의 발달은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을 보편화했다. 음악뿐 아니라 데이터를 보관하는 장치로서의 CD도 퇴출시키고 있다. 요즘 나오는 노트북PC 가운데 CD드라이버가 장착된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자연스레 집에서 CD를 아예 들을 수 없는 이들도 증가한다. 이로 인해 CD가 가진 두 기능, 즉 감상과 소장 가운데 전자의 기능이 사실상 소멸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1990년대 중반 LP(엘피반)가 CD에 밀려 사라졌듯이.
    이런 흐름은 필연적으로 다른 현상으로 나타난다. 디지털시장은 철저한 양극화다. 동물원, 이승환, 015B, 이문세 같은 가수들은 전성기 때 TV 출연을 하지 않았다. 라디오 강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라디오가 음악에서 토크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TV가 음악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독점매체가 됐다. 음반을 대체한 음원시장에는 실시간 차트란 게 생겼다. 이 차트에 한 번이라도 이름을 내밀지 않으면 발매하지 않은 음악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아이돌과 오디션 출신 가수들만이 주류에 있는 현상이 고착화한 이유다.
    ‘그들만의 리그’인 디지털시장, CD의 사망이라는 두 흐름을 받아들인 음악인들은 2015년 다른 발상을 했다. 아예 디지털과 CD 대신 LP, 심지어 카세트테이프만으로 음악을 선보인 이들이 있었다. 하헌진, 밤신사, 불싸조 같은 밴드가 그렇다. 턴테이블이나 카세트가 없는 이들을 위해 음반 안에 디지털 다운로드 쿠폰을 넣었다. 감상과 소장을 아예 분리한 것이다. 소수의 강한 팬을 위한 고민의 결과다.
    다른 시도도 있었다. 루시드폴은 TV 홈쇼핑을 통해 새 앨범을 공개했다. 제주에서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그답게 직접 재배한 감귤과 쓴 책을 포함해 ‘3종 세트’로 발매해 9분 만에 매진됐다. 이 방송은 홈쇼핑으로는 이례적으로 계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회자되며 화제를 모았다. ‘대중’의 영역이 아닌 ‘다중’을 노린 결과다. 2016년에는 또 어떤 시도들이 이어질까. 다양할수록 좋다. 그 시도들이 모여 기형적 시장의 공고한 벽을 허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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