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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만 원 항공권을 52만 원에 살 수 있다면
[구글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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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내가 원하는 날짜에는 더 비쌀 확률이 높습니다. 또 2회 이상 경유해야 하는 스케줄인 경우가 많아 가격이 제법 올라가기도 하죠. 이마저도 나중에 다시 검색해보면 같은 가격의 항공권을 아예 찾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가격들은 비수기 최저가가 어느 정도인지, 최저가 항공권을 팔고 있는 항공사가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줍니다.
사실 최저가라는 것도 그리 믿을 만하지 않습니다. 벌링턴이 아예 검색되지 않는 건 한국에서 아무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거든요. 자주 검색되지 않는 도시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보스턴은 검색된 횟수가 충분할 테니 신뢰할 만한 가격일까요. 보통은 그렇지만, 가끔은 아닙니다. 항공권 검색은 풀서치를 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색엔진이 대부분 검색하지 않은 경로에서 최저가가 가능하기도 하거든요.
꽤 많은 날짜에 52만 원으로 서울-보스턴을 왕복할 수 있습니다. 카약에서 최저가라고 보여준 가격보다 37만 원이나 쌉니다. 게다가 이 항공권은 신용카드 할인을 받은 가격이 아니라 그냥 정상적으로 샀을 때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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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국 왕복 항공권을 먼저 보죠. 최저가 기준으로 로스앤젤레스 왕복이 79만 원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주변 도시인 버뱅크/온타리오/산타아나는 109만 원, 샌타바버라/팜스프링스는 114만 원, 베이커스필드/샌루이스오비스포는 120만 원입니다. 동부 보스턴은 115만 원, 보스턴 주변의 벌링턴/하트퍼드/맨체스터/프로비던스는 130만 원입니다.
이번에는 중국-미국 왕복 항공권입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미국, 중국 항공사들과 함께 상하이-로스앤젤레스 구간과 베이징-로스앤젤레스 구간을 33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며 전쟁을 벌였습니다. 지금은 다들 한 발씩 물러섰지만 그래도 여전히 매우 싼값입니다.
그래서 중국을 경유해 미국을 가면 마법처럼 항공권 가격이 싸집니다. 참고로 이 항공권들의 여정과 가격 산출은 다음과 같이 이뤄지는데요.
‘서울-상하이/베이징’ 왕복 운임(26만~27만 원)+‘상하이/베이징-미국’ 왕복 운임+유류할증료+공항세.
②제주-(준야오항공)-상하이-(유나이티드항공)-미국
‘제주-(준야오항공)-상하이’ 왕복 운임(13만9000원)+‘상하이-미국’ 왕복 운임+유류할증료+공항세.
한국-중국 왕복 운임과 한국 공항세가 추가로 듭니다. 최저가 기준으로 제주 출발은 약 16만 원, 서울 출발은 29만~30만 원이 더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항공권 총액은 (로스앤젤레스를 제외하고는) 중국-미국 왕복 항공권보다 훨씬 쌉니다. 예를 들어 서울-보스턴 왕복 항공권 최저가가 52만 원인데 이 중 26만 원은 서울-베이징 왕복 운임으로 아시아나항공에 줘야 하고, 2만8000원은 인천국제공항 공항세입니다. 추가로 중국과 미국의 공항세를 제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베이징-보스턴 왕복 운임과 유류할증료 명목으로 겨우 13만 원 남짓을 받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한국 출발로 중국을 경유해 미국을 가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검색되지 않지만, 마법처럼 싼 항공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뭐, 이런 경우는 꽤 많습니다. 항공사는 대부분 각 국가마다 다른 가격 전략을 펼치는데, 이게 조금 특이한 여정과 복잡한 가격 체계가 맞물리다 보면 가격이 싸진다는 것을 기억해두십시오. 이제 현상을 알았으니 몇 가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ITA 매트릭스]
매트릭스 ITA 소프트웨어(matrix-ITA Software·ITA 매트릭스)에서 검색한 결과인데요.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구글플라이트에서는 제주 출발 준야오항공+유나이티드항공 조합의 항공권을 검색하지 못합니다. 구글플라이트 역시 가끔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내가 원하는 조합의 항공편(분명히 그 항공권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을 검색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구글플라이트]
한 가지 더, 상하이와 베이징 모두 144시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도시고, 중국을 들고 나는 항공편이 모두 논스톱이니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게 싼값에 미국을 다녀오면서, 덤으로 비자 없이 상하이나 베이징을 여행할 수 있다니! 항공권과 비자에 들어가는 비용만 따지면 중국 여행 한번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구글플라이트]
‘서울-보스턴//뉴욕-서울’ 여정 최저가는 52만 원이고, ‘뉴욕-칸쿤-시카고’ 여정의 최저가는 28만 원입니다. 합치면 80만 원인데 77만 원이니 3만 원 더 저렴합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뉴욕-칸쿤-시카고’ 여정의 28만 원짜리 최저가 항공권은 무료 위탁수하물이 없고 부킹 클래스도 가장 저렴한 클래스인지라 마일리지 적립률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 항공권에 결합된 ‘뉴욕-칸쿤-시카고’ 여정은 위탁수하물도 2개까지 무료이고, 마일리지 적립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됩니다. 따로 사는 것보다 꽤 많은 이득이 있다는 거죠.
이번에는 아예 미국을 통째로 횡단하는 여행을 위한 항공권입니다. 중간에 올랜도에서 잠시 파나마를 다녀옵니다. 왜 파나마냐고요. 그냥 파나마를 가고 싶다고 가정했고, 파나마 가는 항공권은 올랜도가 가장 싸거든요. 결국 74만 원에 모든 여정이 가능합니다.
[유나이티드항공 홈페이지]
59만 원에 남미 콜롬비아 보고타를 다녀오는 항공권입니다. 50만 원대에 남미라니! 사실 지난주에 검색한 항공권이고 지금은 이 가격이 아닙니다. 상하이-로스앤젤레스 운임도 올랐고, 로스앤젤레스-보고타 운임도 올랐거든요. 하지만 50만 원대 남미 항공권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잠깐 구경이라도 하시죠. 참고로 중남미 도시 가운데 칸쿤, 멕시코시티, 파나마시티, 보고타, 키토 등이 유사한 방법으로 싸게 다녀올 수 있는 곳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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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캐나다입니다. 캐나다는 조금 다른 마법이 작동합니다. 갈 때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베이징을 경유하는 것은 앞의 항공권들과 같지만, 돌아올 때는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옵니다. 캐나다는 이 조합이 더 쌉니다. 몬트리올에 갈 때 중국을 한 번 경유하면 바로 가는 것보다 40만 원가량 쌉니다. 이 마법은 캐나다 모든 도시에 공통으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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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캐나다 도시들에 동작하는 마법을 이렇게 응용할 수도 있습니다. 앞에 소개했던 ‘서울-보스턴//뉴욕-칸쿤-시카고//벌링턴-서울’ 여정의 77만 원짜리 항공권에서 벌링턴만 토론토로 바꿔본 것입니다. 가격은 약 14만 원 비싸지만 상대적으로 오픈 구간이 짧아졌으며, 토론토에서 귀국하는 여정 중에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귀국할 수도 있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 마일리지런용 항공권. [ITA 매트릭스]
마지막으로 마일리지런용 항공권입니다. 47만 원에 탑승 마일이 거의 2만 마일입니다. 당연히 제주 출발로는 더 싼 가격에 가능합니다. 참고로 ‘G’ 클래스는 유나이티드항공의 마일리지 플러스 회원 등급을 따기 위한 PQM(프리미어 자격 마일)이 100% 적립됩니다. 3번만 탑승하면 프리미어 골드 등급이고,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혜택도 덤으로 따라옵니다.
이렇게 다양한 항공권을 보니 어떠세요? 항공권 검색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탐색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면 정말 멋진 항공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나이티드항공의 보스턴 왕복 항공권 최저가를 115만 원으로 알고 있지만, 52만 원에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는 것이 항공권의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