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제철인 감귤류. [사진 제공·김윤정, 박유빈]
신선한 제철 과일이 귀한 겨울에는 귤이 설 차례상에도 빠지지 않았다. 추석에 비해 상에 올리는 배와 사과 개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대신 귤을 올망졸망 푸짐하게 괴어놓았다. 요즘에는 귤을 대신해 ‘사촌’들이 올라간다. 사과 못지않게 우람한 한라봉, 귤을 확대해놓은 듯한 천혜향과 레드향 등이다. 오렌지, 자몽, 레몬, 라임 등은 수입산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오렌지를 제외하면 이름만 떠올려도 침이 고이는 신맛 때문인지 상에 쉬이 오르지 못한다. 하지만 귤과 닮은 국내산 만감류는 금세 우리의 입맛과 손맛을 사로잡았다.
일 년 내내 즐기는 감귤류
신선한 감귤류를 활용한 플레이팅. [사진 제공·김윤정, 박유빈]
한라봉, 레드향 같은 만감류는 감귤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해 만들어낸 품종이다. 귤의 말랑말랑함과 부드러움에 오렌지의 풍성한 과즙과 큼직함, 강한 단맛이 섞이면서 맛이 좋아지고 먹기도 편해졌다. 귤보다 수확이 늦어 12월부터 시장에 나오고 품종에 따라 초여름까지 생산된다.
한라봉은 당도가 높고 맛이 진한 ‘청견’과 오렌지처럼 큰 귤인 ‘폰캉’이라는 품종을 교배해 만든 것이다. 톡 튀어 올라온 꼭지가 한라산 같다고 해 한라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껍질이 두꺼운 편이며 올록볼록하게 여문 과육은 아삭한 식감이 난다. 달콤한 맛과 새콤한 맛 모두 강렬해 감귤류의 전형적인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과일이다.
천혜향은 청견과 또 다른 감귤류인 ‘앙콜’을 교배한 다음 다시 감귤과 오렌지의 교잡인 ‘마코트’를 섞어 탄생한 복잡한 품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향이 유난히 짙고 오래 간다. 크기는 한라봉만 한데 납작한 원형이며, 껍질이 얇아 벗기기 힘들지만 과육이 매우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 달고 맛있다.
레드향은 온주밀감류 중 ‘서지향’을 교배해 만든 것이다. 귤을 제일 많이 닮았는데 크기만 2~3배로 키워놓은 것 같고 껍질 색이 불그스름하게 진하다. 귤처럼 껍질을 벗기기 쉬우며, 과육은 굵고 통통해 톡톡 씹는 맛이 좋다. 신맛보다 단맛이 주로 난다. 이외에도 황금향, 진지향 등도 있다. 만감류는 대부분 일본에서 교배에 성공한 품종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재배하면서 이름을 새로 붙인 것이다.
청·잼·마멀레이드 등으로 풍미 돋워
감귤류를 넣은 다양한 음료. [사진 제공·김윤정, 박유빈]
감귤류는 썰었을 때 단면이 유난히 예쁘다. 0.5~0.8cm 두께로 썬 뒤 식품건조기에 넣어 바싹 말리거나 설탕을 한두 큰술 뿌려 오븐에 구워 두었다 따뜻한 물에 우려 차로 마시면 좋다. 말린 과일로만 차를 만들기보다 허브차 혹은 홍차를 우릴 때 함께 넣어도 맛있고, 따뜻한 우유에 넣어 한소끔 끓이거나 커피에 살짝 띄워도 잘 어울린다. 조금 묵은 감귤류가 있다면 조리용 와인이나 먹고 남은 와인에 뭉텅뭉텅 썰어 넣고 통후추, 계피, 정향 같은 향신료와 함께 뭉근하게 끓여 더운 와인을 만든다. 뱅쇼, 글루바인으로 불리는 이 음료는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며 깊은 맛도 좋다. 끓이는 중에 알코올은 많이 날아가지만 한 잔 마시면 사르르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다.
만들어 두고두고 즐기는 잼. [사진 제공·김윤정, 박유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