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와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 위로 화물차가 지나가고 있다. [정동연 채널A 특파원]
이들 북한 인사는 단둥(丹東)과 다롄(大連), 선양(瀋陽) 등 중국 랴오닝(遼寧)성 일대에서 한국인과 접촉하며 공장 가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뒷돈을 받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인사 중에는 인민무력부 소속 간부도 있다. 인민무력부는 국방위원회 산하 군사집행기구로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한다.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일부 한인 브로커는 인민무력부 간부를 대북 사업가에게 소개하며 “북한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인물이다. 대북사업으로 큰돈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가를 받는다.
인민무력부 소속 인사들 역시 외자를 유치한다는 명분 아래 중국으로 나와 한인들과 적극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무력부 한 간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인 대북 사업가에게 “한국인이라도 북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이든 괜찮고, 노동자 인당 매월 1000위안(약 16만 원)씩만 내면 된다. 당장 북한 인력 200명까지 내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 소식통이 이 인사에 대해 뒷조사한 결과, 실제로 인민무력부의 실력자였다고 한다.
인당 월 1000위안씩 뒷돈이 들어가도 북한의 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귀가 솔깃해진다. 뒷돈 1000위안에 인건비와 숙식비 등을 포함해도 인당 비용은 월 3500위안(약 60만 원) 정도다. 중국 인력의 임금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중국 인력은 하루 8시간 동안 정해진 일만 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으면 곧바로 회사를 그만둔다. 이에 반해 북한 인력은 하루 14시간씩 열심히 일하고, 다른 직장으로 이동하지도 않는다. 고용주 처지에서는 중국보다 북한 인력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北 인력 인당 月 1000위안 뒷돈 주면 200명도 가능”
군부 인사들까지 나설 정도로 중국에서는 돈 좀 벌어보겠다는 북한인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기에 쉽게 대화가 통하는 한인이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다. 일부 한인은 불법행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담하게도 북한과의 밀수에 가담하는가 하면, 아예 조선족 신분증을 만들어 자신을 조선족으로 소개하며 북한인과 어울리기도 한다.단둥에서는 조선족이라 속이고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했던 한국인이 쫓겨난 일도 있었다. 한국인 B씨는 2017년 하반기 단둥 시내에서 북한 노동자 150명가량을 고용해 공장을 운영했다. 중국에서 북한 인력을 고용하려면 중국인 신분만 가능하기 때문에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속였다. 외모도 중국인과 비슷해 대부분 그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6개월가량 지내면서 언어나 생활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한국인 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결국 신분이 탄로 나고 말았다. 사장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게 된 북한 노동자들은 “남쪽 사장 밑에서는 일할 수 없다”며 시위를 벌였다. 결국 B씨는 2018년 2월 단둥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하는 한국인이 B씨만이 아니다. 한국인이 중국인 사업 파트너 또는 중국인 아내 명의로 공장을 열어 운영하는 사례가 적잖다. 단둥의 한 한인 사업가는 최근 계약금으로 50만 위안(약 8100만 원)을 건넨 뒤 곧바로 북한 인력 180명을 받아 공장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도매상을 하는 한 한국인은 중국 국적의 아내 명의로 평양과 단둥에 공장을 세워놓고 짭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단둥 공장에만 북한 노동자 250명이 일하는데, 중국 당국의 대대적 단속도 모두 피해갈 정도로 현지 네트워크가 단단하다. 단둥과 평양에서 만든 제품은 동대문시장과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단둥 공장 사무실에서는 남한인과 북한인이 함께 근무 중이다. 또 공장에 창고도 크게 만들어놓고 평양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밀수해 보관하고 있다.
중국인 대북 사업가 ‘해산물 밀수’ 혐의 체포
2015년 12월 쑹치 빠오화스예그룹 회장(오른쪽)이 목포시와 투자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왼쪽은 박홍률 당시 목포시장. [목포시청 홈페이지]
쑹 회장에 대해 단둥 현지 소식통은 단둥의 유명한 ‘주먹’이라고 전했다. 또 쑹 회장 말고도 단둥 일대에는 북한 해산물 밀수의 큰손들이 건재하다고 밝혔다. 한족 범죄조직에 있다 독립한 한 조선족 남성은 북한 인력 송출 사업과 북한 수산물 밀수 사업을 대규모로 벌이고 있다. 그는 최근 북한 인력 650명을 공급하고 이를 관리하는 대가로 비용을 받으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북한 노동자 인당 300위안(약 5만 원)씩 계산해 한 달에 20만 위안(약 3200만 원) 가까운 돈을 챙기고 있는 것.
최근 단둥에서 가장 활발하게 밀거래되는 북한산 수산물은 도루묵이다. 도루묵 철인 11~12월 중국과 한국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로 함경북도 청진 앞바다에서 잡은 도루묵을 냉동시킨 뒤 단둥으로 육로 이송한다. 청진은 남한의 강원 강릉, 속초보다 수온이 낮아 겨울철 물고기가 더 일찍 잡히고 어족도 풍부하다. 북한과 중국은 2018년 북한산 대게 사업을 합작해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단둥에서 대북사업으로 가장 큰돈을 버는 분야는 수산물업종이다. 큰손 사업가는 대부분 수산물 회사를 운영한다. 건물 대지가 10만㎡나 되는 공장이 수두룩하다. 북한 노동자 수가 2000명이 넘는 공장도 있다. 성수기 때 북한 노동자를 불러들여 3~4개월 바짝 작업한 뒤 돌려보내는 방식을 쓰고 있다. 벌이가 좋다 보니 수산물 회사 사장들은 우리 돈 기준 4억~5억 원 하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부를 과시한다. 돈다발을 뭉치로 들고 다니면서 뇌물을 뿌려대니 공안당국 담당자도 알아서 이들을 감싸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