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창단 30주년 기념작으로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파우스트’. 사진은 출연진들의 연습 장면이다.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이다. 이 웅대하고 섬세하며 심오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는 여러 작곡가를 매혹해 다양한 형태의 음악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괴테 자신은 희곡 형식을 취한 이 작품을 모차르트가 오페라로 만들어주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차르트는 작품의 초기 형태인 ‘파우스트 단편’(1790)이 나온 이듬해에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불가능한 소망이었다.
‘파우스트’에 대한 작곡가들의 도전은 괴테 사후에 본격화됐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을 나열해보면 슈만의 ‘괴테 ‘파우스트’로부터의 장면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보이토의 오페라 ‘메피스토펠레’ 등이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무대 상연 빈도를 기준으로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면 샤를 구노의 오페라를 꼽아야 할 것이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 전주곡에 선율을 붙인 ‘아베 마리아’로 널리 알려진 구노는 쥘 마스네와 더불어 프랑스 낭만주의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다. ‘파우스트’는 그의 네 번째 오페라로 1859년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됐다. 처음에는 혹평받았는데, 괴테 ‘파우스트’ 제1부에 기초하되 대본작가들이 자유롭게 각색한 스토리와 대사들이 위대한 원작을 손상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개정을 거쳐 1862년 성사된 파리 재공연은 성공을 거뒀고, 1869년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발레 장면 등을 추가한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작품은 인기 오페라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작품은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지로 진출했고 1893년 구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000회 이상 공연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비록 스토리 전개가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의 사랑’에 치우친 한계는 있지만, 오페라 ‘파우스트’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매력으로 프랑스 낭만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파우스트의 ‘정결한 집’, 마르그리트의 ‘보석의 노래’, 메피스토펠레스의 ‘금송아지 노래’, 힘찬 ‘병사들의 합창’ 등 주옥같은 노래가 즐비하고 뛰어난 종교음악가이기도 했던 구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성스러운 합창곡이 흐르는가 하면, 거리축제 장면과 ‘발푸르기스의 밤’ 장면 등에서 펼쳐지는 발레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로 이 오페라 ‘파우스트’를 11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무대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창단 30주년 기념작으로 지난해 봄 베버의 ‘마탄의 사수’로 격찬받은 바 있는 윤호근이 다시 지휘봉을 잡고,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 존 듀가 연출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지에서 활약해온 디르크 호프아커가 무대디자인을 맡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