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특별전에 소개된 페루 어머니 사진 작품 ‘그리움’. [사진 제공 ·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어머니의 손때 묻은 추억의 소장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어머니가 떡을 만들 때 사용하던 어레미, 손수 짠 삼베이불, 자녀들이 아플 때에 대비해 상비약을 넣어두던 문갑 등이 유년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이 전시는 지난 5년간 전국 62개 지역에서 순회 개최돼왔다.
희생, 사랑, 연민, 회한…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난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삶의 시작이자, 모든 행복의 근원이다. A존(‘엄마’)은 그러한 어머니를 추억한다. ‘한겨울에도 어머니의 손끝에서는/ 푸른 싹이 돋는다/ 반쪼가리 감자가 부엌 모퉁이에서 흙 묻은 손을 내밀고…’로 시작하는 시인 도종환의 ‘어머니의 채소농사’를 비롯한 시와 수필, 칼럼, 그림에세이, 사진 등을 전시 중이다. 화로에 올려놓고 주전자나 냄비에 든 음식을 데우는 데 쓰던 삼발이 등 옛 시절을 떠올릴 만한 소품도 볼 수 있다.
‘그녀’를 테마로 한 B존에서는 꿈 많던 소녀에서 여인, 그리고 이내 어머니가 된 ‘그녀’의 인생을 되짚어본다. ‘뿌리’ ‘어머니의 성찬’ ‘아들 군대 보내는 날’ ‘당신의 젊음을 꿰어’ 등의 작품과 깨소금 항아리 등 어머니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소품들이 전시됐다.
시인 김초혜는 말한다.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이라고(시 ‘어머니1’ 중에서). C존(‘다시, 엄마’)은 어머니에게 진 빚을 이제라도 갚고 싶어 하는 자녀들의 회한을 다룬다. 김초혜의 시를 비롯해 수필, 편지, 그림에세이, 사진, 편지 꾸러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D존(‘그래도 괜찮다’)에서는 어머니의 무한하고 깊은 사랑의 품을 느낄 수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동구’, 허형만의 ‘어머니 찾아가는 길’을 비롯해 ‘큰 별, 작은 별 그리고 아기별’ ‘당신이 웃으시는 이유는’ 등 시 3편, 수필 6편, 그림에세이 1편, 사진 3점을 볼 수 있다. 삼베이불 등 어머니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소품도 전시됐다. 김용택의 ‘동구’ 한 구절은 이렇다. ‘고향 어귀 정자나무 아래/ 귀 어두워진/ 여든 어머니/ 아직도 쌀쌀한/ 남풍 속에/ 귀 들이대고/ 날 기다리며/ 서 있다.’.
인류의 고전이라 할 ‘성경’에도 위대한 사랑을 보여준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솔로몬의 명판결이다. 자신의 아이를 다른 여인에게 주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말한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솔로몬 왕은 지혜로운 판결을 내린다. E존(‘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은 대중에게 친숙한 성경 속 어머니들을 통해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페루 어머니들의 삶 다룬 특별전도 선보여
페루 로레토주 이키토스에 있는 수상 가옥, 추억, 땋은 머리(왼쪽부터)
페루에서 열린 ‘어머니전’은 청소년층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관람객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전시관을 찾은 한 10대 학생은, 아들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핀잔을 들은 어머니의 사연을 읽으며 “나 또한 같은 핀잔을 어머니한테 준 적 있다”고 고백했고, 한 페루 군인은 “가족과 다시 전시관을 찾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법조계, 교육계 등 각계각층 인사도 이 전시를 찾았는데, 두베를리 아폴리나르 로드리게스 티네오(Duberli Apolinar Rodriguez Tineo) 전 대법원장은 “이 땅에서 가장 존귀한 일에 종사하시는 분은 어머니”라며 “‘어머니전’은 어머니의 희생에 자녀들이 어떻게 감사드려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평가했다.
‘어머니전’은 페루를 비롯해 미국, 칠레 등 해외에서도 총 11번 개최됐다. 미국 뉴욕에서는 ‘어머니전’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하나님의 교회가 브루클린 자치구청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칠레 산티아고시 라시스테르나 구청 별관에서 열린 전시에는 칠레 정부 종무국장 등 각계각층 인사가 참석해 전시에 대해 호평한 바 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차례로 모시고 평택에서 열린 전시에 갔다는 김현경(41·여) 씨는 “두 분께 특별한 하루를 선사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살아온 세월을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시라(30·여) 씨는 “남편이 전시관에서 어머니의 해산 고통에 대한 내용을 본 이후 말과 행동이 달라졌다”며 “남편이 전보다 집안일을 더 자주, 더 많이 도와준다”고 전했다. 과묵한 남편의 속마음을 알게 됐다는 아내, 사춘기 자녀와 마음 터놓고 대화하게 됐다는 부모 등 전시 관람 후 가족애가 돈독해졌다는 미담이 끊이지 않는다.
단체 관람객도 찾아오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 무봉노인대학교 어르신 80여 명이 전시를 찾았는데, 한 어르신은 “생선살은 우리가 다 발라 먹고, 어머니는 머리만 드셨다. 그때는 왜 그렇게 어머니 마음을 몰랐을까”라며 옛일을 회상했다. 이영준 무봉노인대학교 학장은 “어머니의 사랑은 꼭 지켜야 할 가치”라며 “이번 전시가 효(孝) 문화를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대구 중구에서 ‘어머니전’이 개최됐을 때 전시장을 찾은 방범순찰대 소속 의무경찰(의경) 60여 명은 관람을 마친 후 ‘사랑의 우편함’ 코너에서 각자 어머니에게 보낼 엽서를 썼다. ‘엄마, 군대에서 맨날 용돈 보내달라고만 연락해서 미안해. 다음 휴가 때 집에 가서 맛있는 치킨 사드릴게요’ ‘자주 전화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휴가 나가서 꼭 안아드릴게요’….
5년간 72만 명 관람…청소년 인성교육에도 도움 돼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들. 어머니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눈물을 닦기도 하고(왼쪽), 포토존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있다.
단체관람 온 여주 시각장애인협회 회원이 봉사자의 설명에, 가족 관람객이 할아버지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어머니의 사랑을 저마다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