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는 대략 800만~1000만 관객이 영화관을 찾는다. 올해는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모두 경쟁에 돌입해 빅4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남한산성’ ‘아이 캔 스피크’ ‘범죄도시’가 각축전을 벌인 것과 비교하면서 올해 추석 극장가의 특징을 짚어보고, 이번 시즌 어떤 영화가 승자가 될지 미리 점쳐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쏠쏠한 재미가 될 테다.
‘물괴’,‘안시성’ [사진 제공 · 태원엔터테인먼트 · NEW]
가장 먼저 개봉하는 ‘물괴’는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롯데가 배급하는 판타지 사극이다. 영화는 인왕산에 흉악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사람을 해친다는 소문에 중종(박희순 분)이 초야에 묻혀 사는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 분)을 궁으로 불러들여 물괴 수색 작전을 지시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사극 괴수물이라는 것이다. 괴생명체의 등장과 당대 정치상을 엮어 선악 대결로 구성한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의 ‘괴이한 생명체’라는 기록에 기반을 둔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탄생한 물괴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이 영화의 스펙터클을 책임진다. CG만 놓고 본다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능가한다. ‘가메라’나 ‘용가리’ 같은 괴수물에 탐닉하는 마니아 관객은 환영할 만한 시도이나 서사의 힘이 다소 처져 강렬한 존재감을 받치지 못했다.
빅4 중에서도 빅3로 꼽을 수 있는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한다. 이 세 편은 추석 닷새 연휴 후에도 개천절과 한글날로 이어지는 10월 공휴일까지 롱런을 염두에 두고 관객을 먼저 사로잡고자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안시성’은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을 배급했던 NEW가 처음 제작한 작품이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액션 사극이다. 역사에 단 한 줄로 기록된 ‘안시성 전투’를 기반으로 상상력을 대거 발휘했다. 인해전술로 침략한 최강 당나라 군대에 맞서 기막힌 전술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고구려 군대의 승리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오로지 현명한 전술책으로 승부해야 하는 우리 현실에 비춰도 통쾌하게 다가온다. 장대한 스펙터클과 기묘한 전술들 덕에 지루하지 않고, 마치 한국판 ‘반지의 제왕’을 보는 듯 진기한 장면도 많다. 고구려 장수로 분한 조인성과 남주혁의 브로맨스 ‘케미’와 당 태종으로 분한 박성웅의 카리스마가 하모니를 이루지만, 여전사 설현과 미래를 보는 무녀 정은채의 활약이 다소 미진한 점은 아쉽다.
연기로 승부하는 ‘명당’과 ‘협상’
‘명당’, ‘협상’ [사진 제공 · 주피터필름 · JK]
유일한 현대극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협상’은 윤제균 감독의 JK가 제작하고 CJ가 배급하는 작품으로 손예진과 현빈, 두 스타 배우를 내세운다. 목적도, 조건도 없이 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벌이는 자와 그를 멈추기 위해 나선 협상가의 목숨을 건 12시간 사투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보수정권 시기를 비판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충실히 담았지만 JK다운 신파적 결말은 한국 관객의 정서를 너무 많이 고려한 선택인 듯하다. 하지만 두 스타의 변신과 물오른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진 제공 · 태흥영화주식회사 · 싸이더스 · 명필름]
[사진 제공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 아토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