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영결식. [동아일보 김동주 기자]
노 의원을 추모하는 각계각층의 애도와 함께 정치자금법 등의 비합리성이 지적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의 과도한 규제는 정치 혐오를 유발해 정치와 국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별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 법 규정들이 정치 지망자의 꿈을 좌절시켜온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왜 호별 방문을 전면 금지할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호별 방문을 통한 금품매수의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선거운동 기간 중 돈봉투 살포에 관한 한 우리나라 국민 의식이 성숙했다고 믿어도 될 수준에 이르지 않았을까?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의 방대한 규정은 각종 금지로 가득하다. 민주사회에서 선거운동은 가급적 자유롭게 해놓아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여론 형성을 쉽게 하고, 선거부정을 염려한 선거운동의 제한은 되도록 최소한에 그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거꾸로 돼 있다. 선거운동 기간 각 후보 사무실은 관할 지역선관위에 무슨 일을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의를 수시로 한다. 그리고 선관위 답에 따라 행동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될 염려가 있고, 나중에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일종의 ‘관치선거’로 흐르는 것이다.
한편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이 법에 의하지 않고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게돼 있으며,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정치활동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후원금이다. 그런데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후원회는 아주 제한된 범위의 사람만 만들 수 있다. 대선후보 및 예비후보, 현역의원, 그리고 예비후보 등록을 한 국회의원 후보, 선거일 전 2주간으로 한정되는 선거운동 기간의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다. 반면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너무도 많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기 전 국회의원 지망자, 선거운동 기간 전 모든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모든 광역의회 의원 후보자, 모든 기초자치단체 의원 후보….
미국에서는 현역 정치인과 정치신인 모두 1년 내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또 합법적으로 후원금을 모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중의 광범한 정치 참여를 확보한다. 호별 방문 등 다양한 선거운동도 물론 허용된다. 민주주의 원칙에서 볼 때 이런 미국 제도는 우리 제도의 개선을 위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노 의원의 사망을 계기로 현역의원과 원외 정치인 간 후원금 모금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이는 우리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 해결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무전무치’는 훨씬 광범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시각을 넓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도록 정치 관련법 전반에 대한 검토 및 개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