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 신세계, 신라 등이 운영하는 인터넷면세점에서 수입화장품의 품절 혹은 일시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휴가철 해외여행을 앞둔 소비자들이 잇달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물론 휴가철 성수기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에 재고가 부족할 수도 있다.
성수기라 수급 어렵다는 면세점
휴가철을 맞아 시내면세점이 관광객과 내국인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시내면세점. [정혜연 기자]
인터넷면세점 측은 계절적 원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품절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준성 롯데면세점 홍보팀 책임은 “대체로 수입화장품에 국한된 문제인데, 사실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 저희가 업계에서 규모가 큰 편이라 다른 데보다 물량 확보를 많이 해두는 편이지만 성수기라 찾는 분이 많다 보니 품절 상태가 오래가고 있다. 또 국산품은 수시로 반입할 수 있는 데 반해 수입품은 분기나 반기별로 주문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면세점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안주연 신세계면세점 홍보팀 부장은 “면세점에 입고하는 제품들은 한 달치를 미리 구매해둔다. 물건이 들어오면 시내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으로 배분해 판매한다. 하루 잘 팔린다고 물건을 다 내놓을 수는 없다. 매일 일정량 물건을 배분하는데, 그 때문에 수시로 품절이 뜨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인터넷면세점 입고 물품은 각 시내면세점 재고 물품이다. 상품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내 어느 지점이 보유하고 있는 물품인지가 뜬다. 그런데 인터넷면세점에서는 품절인 제품이 해당 시내면세점에 가면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적잖다. 이에 대해 김 책임은 “시내면세점에 비해 인터넷면세점에 배정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브랜드나 품목에 따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베스트 상품은 오프라인 쪽에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안 부장은 “최근 몇 년 새 인터넷 및 모바일면세점의 내국인 이용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국내 유통시장 상황이 오프라인에서 모바일 쪽으로 넘어가는 추세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터넷면세점에서는 품절이지만 시내면세점에는 재고가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애달프게 하는 마케팅 전략”
인터넷면세점의 수입화장품 베스트 상품 대부분이 계속 품절 상태다. [인터넷면세점 화면 캡처]
이에 대해 면세점 측은 꼭 중국인 관광객 때문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 책임은 “회원가입 상태로만 보면 내국인인지 중국인인지 필터링하기 힘들다. 또 외국인 관광객은 시내면세점을, 내국인은 인터넷면세점을 주로 이용한다. 따라서 인터넷면세점의 제품 품절이 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면세점 측도 인터넷면세점의 품절 사태는 내국인이 원인이라는 데 동의했다. 안 부장은 “내국인의 20~30%가 인터넷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40%가 공항면세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및 모바일은 20, 30대 구매율이 높고, 공항면세점은 전 연령층이 고른 분포를 보인다. 면세점에 입점한 글로벌 브랜드는 이 점을 고려해 제품을 배분하기 때문에 특정 상품의 품절에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면세점들의 해명에도 소비자는 면세점 측이 인터넷면세점 상품 품절을 미끼로 시내면세점을 방문해 물건을 사게 한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는다. 같은 제품이라도 인터넷면세점 가격이 시내면세점에 비해 5~10% 저렴하기 때문. 시내면세점에서 많이 팔릴수록 이익이 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동안 인터넷면세점의 ‘많이 살수록 많이 할인해주는 마케팅’에 길들여진 소비자는 답답함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인 오주연(35) 씨는 “장바구니에 화장품 5개를 담았을 때와 10개를 담았을 때 가격 차가 몇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면세점에서 지급하는 적립금과 보유 적립금, 할인쿠폰 등을 모두 사용하면 정작 내가 지불하는 돈은 전체 가격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면세점에 수익이 날까’ 싶을 정도였는데 최근 계속 품절 상태인 걸 보니 전략적으로 그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면세점이 실속만 챙기는 체리피커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5대 대기업의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근무해온 한 팀장은 “물량 공급을 조절해 소비자를 애달프게 만드는 전략은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물론 인터넷면세점의 경우 실제로 공급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멍가게도 아니고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마련이다. 오프라인 구매의 특징은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일단 소비자를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만 하면 지갑을 더 열게 할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면세점들이 인터넷 인기 상품을 품절 상태로 두는 것은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좋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