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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달러화 강세 2중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2%로 0.25%p 인상할 경우 외채 의존도가 높은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이 연쇄적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져 신흥국발(發)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6월 경제위기설의 요체다. 실제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3% 수준으로 올라선 이후 글로벌 투자회사들이 신흥국에서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겨가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곧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의미해 신흥국이 갚아야 할 달러 표시 부채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진다.우리 경제는 어떨까. 신흥국 경제위기에도 충분히 버틸 만한 체력을 비축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신흥국은 처한 상황이 달라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아르헨티나 등 몇몇 나라가 유동성 문제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졌는데, 우리나라는 신흥국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며 “외부 원인에 의한 영향은 좀 있겠지만 심각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이머징 마켓(급성장 중인 신흥국가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중 일부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경기는 반등하리라 본다”며 “무엇보다 3~4월 미국 소비가 좋아져 신흥국의 대미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는 만큼 경제지표가 안정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 센터장은 “이머징 마켓의 절반가량은 자원을 수출하는 나라”라며 “신흥국 위험신호가 올 때는 자원 가격이 급락한 경우가 많은데, 지금은 달러 강세에도 오히려 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머징 마켓의 리스크를 크게 볼 상황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한미 금리역전 조짐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경기하강기 초입’ 논란을 벌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왼쪽).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24일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욱이 한국은행이 5월 24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하면서 미국 금리보다 낮은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고자 국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대두된다. 이 경우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1470조 원의 가계부채가 경제위기 뇌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의 경우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신규 투자 감소로 미래 수익원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나라 안팎에서 들려오는 경제위기 적신호는 투자자에게 큰 근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신흥국 경제위기설이 떠도는 현 상황에서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2018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거래된 첫 100일간 일일수익률과 지난해 첫 100일간 일일수익률을 비교해보자. ‘그래프1’에서 확연히 알 수 있듯이 올해 일일수익률은 지난해에 비해 움직임이 훨씬 크다. 주식시장의 이런 변동성 확대는 투자자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투자자의 마음을 반영하는 지수가 바로 VIX(Volatility Index·변동성지수)다. 이는 미국 선물거래소인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가 S&P 500 지수 옵션으로부터 계산된 예상변동성을 지수화한 것이다. 변동성은 가격이 얼마나 변화하느냐를 나타낸다.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VIX 숫자 역시 커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VIX는 ‘두려움 지수(fear index)’로 불리기도 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말 11 안팎이었는데, 올해는 20 이상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S&P 500은 이 변동성 속에서 5월 20일 현재 연초 대비 약 1.5% 수익률을 기록했다. 오락가락했을 뿐 수익률은 별로였던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수펀드와 ETF(Exchange Traded Fund)로 자금을 옮긴 많은 개인투자자는 올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다. 미국 경제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시작한 한 해였는데, 울다 웃다만 반복한 듯한 기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월가 투자은행의 주식 부서들 역시 수익이 별로 좋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월가 투자은행의 주식 부서들은 올해 일사분기 거의 역사상 최고 수익을 냈다.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그리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변동성을 피하거나 이용하기 위한 주식 파생상품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이렇게 할 수 없을까. 개인투자자도 VIX ETF를 매수함으로써 시장 변동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높으면 VIX 숫자는 커지고, 이에 연동된 펀드나 ETF는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못할 것 같은 데다 시장이 너무 많이 움직이는 게 불편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다. 시장의 요동을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영향을 줄일 수는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베타 상품 가운데 변동성이 낮은 것만 묶어 만든 ETF 상품이 있다. 이런 상품들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많이 포함해놓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둘 다 나빠
주 | 일반적으로 상보관계인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한동안 동조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장기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가 겪을 더 불편한 상황이 올해 전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장기투자를 할 때는 주식과 채권을 섞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아주 간단하지만, 경기 사이클을 설명하는 근본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대 인플레이션은 높아지고 주식시장은 성과를 낸다. 그럼 이자율은 올라가고 이자율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즉 주식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은 반대다(그래프2 참조). 그런데 문제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높아 중앙은행이 빠른 속도로 이자율을 올리면 이야기는 훨씬 복잡해진다. 즉 경제가 좋아지는 속도보다 이자율 상승이 앞서면 기업이 돈을 빌려 투자할 때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여기에 임금까지 높아지면 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떨어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빠르게 오르는 이자율은 채권 가격을 빠르게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원래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어야 하는 주식과 채권 투자가 둘 다 나빠지고 마는 것이다. 미국 주식과 채권에 동시 투자한 장기투자자는 이 같은 현상을 올해 일사분기에 경험했다. 주식과 채권을 함께 섞은 분산투자가 수익률을 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동반 하락한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관심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느냐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치, 실제치의 변화에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이 때문에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동시에 나쁜 이례적 상황을 잠시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개인투자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두 가지를 할 수 있다. 첫째는 포트폴리오에 채권과 주식 이외의 자산, 예를 들어 원자재 같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성과의 대세를 바꿀 수는 없지만 나쁜 영향을 줄일 수는 있다.
둘째는 가장 중요한 기다림이다. 시장에는 주식과 채권의 동시 하락이라는 잘못된 관계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자정 기능이 있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의 동시 하락이라는 이례적 상황이 1~2년 지속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 결국 시장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버티는 장기투자가 성공 투자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한민국 경제, 정말 괜찮은 걸까
경제부총리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설전이 불안한 이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5월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6차 한 · 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교수는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로 보면 경기하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며 “‘회복 흐름’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 판단과 추진 방향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 글(김상봉 교수의 기고)에 공감한다.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5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현 경제상황을 월별 통계를 갖고 판단하기엔 성급한 면이 있다”며 “어떤 분이 어떻게 얘기한 것에 대해 우리가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언급한 ‘어떤 분’은 김 부의장이다. 김 부의장은 다시 페이스북에 ‘내각과 청와대 경제팀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 안 된다’며 쓴소리를 이어나갔다. 김 부의장의 지적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와 관련이 있다.
OECD 선행지수 vs 통계청 선행지수
언론에서 OECD 경기선행지수 하락을 이유로 우리 경제가 경기하강기 초입에 진입했다는 보도를 잇달아 쏟아내자,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를 내세워 반박했다. 그런데 OECD 경기선행지수와 통계청이 발표한 경기선행지수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작성된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재고 순환 지표 △수출입 물가 비율 △코스피 △장단기 금리 차 △제조업 경기전망 △자본재 재고지수 등 6개 지표를 종합해 산출한다. 통계청 발표 경기선행지수에는 OECD 경기선행지수에 포함된 △제조업 경기전망 △자본재 재고지수 대신 △구인·구직 비율 △소비자기대지수 △기계류 내수 출하지수 △건설 수주액이 포함된다.
OECD 경기선행지수에 대한 반박으로 정부가 통계청 발표 경기선행지수를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전자는 하락했지만, 후자는 2016년 9월 이후 19개월 연속 100을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OECD 경기선행지수는 외면하고 통계청 발표 경기선행지수에만 고정돼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향후 경기를 낙관해 그에 대한 경제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즉 경기침체 가능성을 예상한다면 이를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 등을 준비하겠지만, 경기가 좋다고 낙관한다면 오히려 경기과열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펼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설 논란보다 국가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정부가 내놓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의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사회정의를 세우고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사회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다 보니 경제적 효율성이 후순위로 밀렸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제 효율성, 즉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