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킴의 마법, 우리가 이어받는다”

[박해윤 기자]

‘영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고 유행어였다.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Team KIM)’이 올림픽 예선에서 강호들을 속속 꺾자 ‘영미’를 연호하던 김은정 스킵의 외침은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국민에게 받아들여졌다. ‘팀 킴’이 대회 마지막 날 은메달을 목에 걸기도 전 이미 선수들은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제 공은 평창동계패럴림픽으로 넘어갔다. 여기서 국가대표 ‘휠체어컬링’팀이 ‘팀 킴’에 쏟아졌던 국민적 응원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휠체어컬링은 3월 9일 패럴림픽 개막식 다음 날부터 8일간 경기가 열린다. 휠체어컬링은 주전 4명과 후보 1명 등 선수 5명이 팀을 이루는데 반드시 혼성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서순석(47·스킵), 방민자(56·리드), 차재관(46·세컨드), 정승원(60·서드), 이동하(45·서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2월 27일 이들을 만나고자 경기 이천시 신둔면에 자리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을 찾았다. 

오후 6시 이천훈련원 내 장애인 전용 컬링 훈련장에서 불빛이 환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1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전용 컬링 훈련장으로 4개 경기 시트(레인)를 갖추고 있다. 주로 장애인 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사용하는데, 경우에 따라 비장애인팀에게도 개방한다. 이날은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 외에도 강원 춘천시 한 여자 고교 컬링팀이 훈련 중이었다.

2월 세계선수권 1위, 강호 두렵지 않아

[박해윤 기자]

평창동계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종목에는 모두 12개국이 출전한다. 이들은 각각 11번씩 경기를 치러 상위 4개 팀이 준결승전에 진출한다. 이번 올림픽 컬링은 10개국이 출전해 9경기를 치른 데 반해 휠체어컬링은 2경기가 더 많다. 8일간 11경기를 치러야 하다 보니 하루에 2경기를 하는 날도 있다. 또 남자, 여자, 혼성 등 3개 분야로 나뉜 비장애인 컬링과 달리 휠체어컬링은 혼성 1개 부문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 오후 7시에 경기를 치르고 그다음 날 오전 9시에 또 경기를 뛰어야 하는 강행군을 이겨내야 한다. 

이날 선수들은 오후 7시 경기에 대비하는 훈련을 하려고 저녁식사 후 6시 반에 모였다. 선수들과 감독, 코치 등 8명의 국가대표단이 한데 모여 훈련 일정을 확인하고 전략을 짜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백종철(43) 감독은 “비장애인 컬링과 비교하면 훨씬 빡빡한 일정이다. 그쪽은 하루 정도 쉬는 날이 있는데 휠체어컬링은 쉬는 날이 없다. 특히 저녁 경기는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3주째 저녁 훈련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휠체어컬링은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4년 뒤 소치동계패럴림픽에는 나가지 못했고 평창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새롭게 팀을 꾸려 이번에 출전하게 됐다. 이번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은 2년 전 선발전을 거쳐 발탁됐다. 당시 포지션별로 2명씩 8명을 뽑았는데 1년 반 동안 합숙훈련을 통해 최종 참가 선수 4명과 후보 1명이 결정됐다. 백 감독은 “비장애인 컬링은 팀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반면 휠체어컬링 국가대표는 포지션별로 선수를 뽑아 한 팀을 꾸린다. 기본 체력은 물론, 전술을 얼마나 구사할 수 있는지 등 일반적인 휠체어컬링 선수 선발 기준보다 커트라인을 높게 둬 뽑았기 때문에 선수들 처지에서는 과정이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대표팀 선수들 한 명 한 명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7월 월드컬링투어 보스턴대회 1위, 2018년 1월 핀란드 키사칼리오오픈 2위, 2월 스코틀랜드 브리티시오픈 1위 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랭킹은 6위지만 최근 성적을 보면 금메달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백 감독은 “1년 동안 6개 대회에 나갔는데 초반에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후반에 와서 1, 2위를 기록했다. 팀워크를 맞추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최근 패럴림픽을 앞두고 팀워크가 향상됐다.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4강이고, 4강 진출만 하면 결승은 무난할 것”이라며 메달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방민자 선수(리드) 
“컬링 입문 14년 차, 메달 목에 걸 것”

방민자 선수. [박해윤 기자]

최근 국제대회 1위를 기록하는 등 성적이 좋습니다. 패럴림픽도 자신 있나요. 

“국제대회에서 4강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어요. 뜻하는 대로 잘됐고 마지막 스코틀랜드 대회에서는 1위를 기록해 자신감이 붙었어요. 경쟁자로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을 꼽는데 사실 국제대회도 그 팀들의 기량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출전했죠. 스코틀랜드 대회에 스웨덴은 출전했지만 캐나다는 나오지 않았어요. 전력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의도인 거죠. 하지만 상대방 전력이 어떻든 지금 대표팀 팀워크는 최상이기 때문에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컬링을 시작한 지 꽤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04년 처음 컬링을 접했어요. 그전까지 3년 정도 론볼(Lawn Bowling·잔디에서 공을 굴려 표적을 맞히는 하계 스포츠) 선수로 뛰다 그해 겨울 컬링 스톤끼리 부딪치는 소리에 매료돼 시작하게 됐어요. 한동안 론볼과 컬링을 병행했는데 대회가 겹치면서 선택의 순간이 왔죠. 그때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을 목표로 컬링에 모든 걸 걸었어요.”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 높았다고 하는데 힘들지는 않았나요. 

“리드 포지션을 놓고 저와 다른 여자선수 2명이 경쟁했어요. 실력은 비슷했는데 1년 반 합숙 기간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니까 그런 점에서 힘이 들었죠. 자신감은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으니까요. 유난히 경기가 잘되는 날은 리듬을 타고 흘러갈 때가 있어요. 보통 경기 전에 작전을 보고, 휠체어 라인을 맞추고 호흡한 후 샷을 하는 루틴이 있는데 이게 딱딱 맞을 때는 원하는 샷이 나와요. 그런데 하나만 틀어져도 원하는 샷이 나오지 않죠. 기복 없이 경기를 치르기 위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비장애인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은 여러 구호로 주목받았는데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도 구호가 있나요. 

“스위핑 할 때 ‘영미 영미’ 하며 선수 이름을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휠체어컬링은 스위핑이 없기 때문에 그런 구호가 없어요. 우리는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스톤이 손에서 떠나면 그걸로 끝이거든요. 물론 투구한 뒤 ‘더더더’ ‘괜찮아요’ ‘좋아요’ 등 서로 사기를 북돋워주려고 자연스럽게 외침이 나오기는 해요.” 

장애는 어떤 일 때문에 입게 됐나요. 

“1993년 강원도로 여름휴가를 갔다 서울로 돌아오던 중 차량 전복 사고를 당했어요. 사고 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는데 인생이 달라졌죠. 충격이 커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어요. 동생의 권유로 복지관에 다니면서 취미활동을 하던 중 론볼을 접하고 운동을 시작했어요.” 

패럴림픽 출전이 확정됐을 때 가족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깜짝 놀라더라고요. 국가대표 경력은 많았지만 패럴림픽 출전은 처음이거든요. 특히 어머니가 매우 기뻐하며 ‘네가 나의 자랑거리’라고 하셨고, 또 잘하라고 늘 응원도 하세요. 제게 취미생활을 권유한 막냇동생도 패럴림픽 출전 소식을 듣고 기뻐했어요. 요즘도 ‘언니 아프지 말고 언니를 믿으니까 평소 하던 대로 해’라며 응원해줘요.” 

국민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그동안 컬링은 낯선 종목이었는데 이번 올림픽으로 주목받게 됐어요. 우리 장애인 선수들이 출전할 때도 지금처럼 뜨겁게 응원해준다면 힘을 얻어 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순석 선수(스킵)
“컬링으로 찾은 제2 인생”

서순석 선수. [박해윤 기자]

요즘 컬링 인기가 높아졌는데 실감하나요. 

“비장애인 국가대표팀이 선전해준 덕분에 우리까지 주목받게 돼 기뻐요. 그동안 우리만의 리그였는데 컬링 인기가 높아지니 다음 올림픽과 패럴림픽까지 기대를 받으며 계속 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후배들도 기회를 갖게 될 것 같아 고마울 따름입니다.” 

컬링은 언제 처음 시작했나요. 

“2009년 11월 처음 컬링을 접했어요. 1993년 스물세 살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척수 손상을 입었어요. 힘들었지만 휠체어농구 등 운동을 하면서 극복했죠. 공부에도 뜻이 있어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하다 웹마스터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번번이 낙방하다 보니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휠체어농구는 척수손상장애를 입은 사람에겐 버거운 운동이라 잠깐 쉬고 있었는데, 친구가 농구보다 쉬운 컬링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권했어요. 그걸 계기로 10년째 하고 있는데 이후로 제2 인생이 펼쳐졌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인생이 바뀔 정도로 매력을 느꼈나요. 

“인생에 기회가 3번 있다고 하는데 컬링은 8번의 기회가 있어요. 한 번 졌다고 끝이 아니라 7엔드의 기회가 더 있기 때문에 좋아요. 또 컬링은 전략을 잘 짜야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체스와 비견되는데 동양에서는 바둑, 장기라고 보면 돼요. 스킵 포지션은 전략을 담당해야 하는데 제가 예전에 바둑을 둬봐서 그런 면에서 적성에 잘 맞아요. 초반에 포석을 둔 상태에서 나머지 수를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니까 전략이 정말 중요하죠.” 

훈련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국가대표 발탁 과정이 힘들었어요. 선발전을 치러야 패럴림픽에 나갈 수 있으니 압박이 심했죠. 또 우리 선수들이 40대 이상이에요. 체력관리는 물론,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할 때도 힘들었어요.” 

휠체어컬링 선수에게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휠체어컬링은 나이 제한이 없어 전성기가 언제라고 특정할 수 없어요. 그 대신 경력이 많은 선수에게 유리한 건 있어요. 기본적으로 아이스, 스톤 등 경기 환경을 파악하는 능력과 작전을 짜는 능력이 있어야 하죠. 우리 큰형님(정승원 선수)이 올해 환갑인데 체력만 따라주면 현역으로 뛰는 경우도 많아요. 캐나다 짐 암스트롱 선수는 60세 넘어서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해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 2014 소치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우리 휠체어컬링 선수들 사이에서는 영웅이에요. 특히 그분 포지션이 스킵이라 스킵은 대부분 그를 존경하죠.” 

가족은 뭐라고 응원하던가요. 

“와이프가 패럴림픽 출전을 대단히 자랑스러워해요. 지금까지 연습을 많이 해온 만큼 부담 갖지 말고,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매 게임 최선을 다하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비인기 종목은 올림픽 시즌에만 이슈가 되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에요. 시즌과 관계없이 비인기 종목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또 무엇보다 패럴림픽에도 관심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선수들이 노고하고 있으니 열심히 응원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차재관 선수(세컨드)
“세 아이 응원 힘입어 금메달 딸 것”

차재관 선수. [박해윤 기자]

컬링은 언제부터 했나요. 

“2006년 처음 접했고 이후 12년 동안 계속해왔어요. 운동을 좋아해 탁구, 배드민턴 등을 하다 복지관에서 사람들이 컬링을 하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겨 시작했죠. 전문적으로 컬링만 한 지는 3년가량 됐고 현재는 국가대표 선수이자 서울시청 소속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연습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요.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전부 아는 동료들인데 경쟁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좀 있었어요. 또 컬링을 하는 매 순간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휠체어컬링은 스톤을 한 번 던질 때 힘과 각도 등 많이 신경 써야 해요. 하우스로 드로를 할 때 본인만의 웨이트가 있어요. 예를 들어 호그에서 호그까지 13.5초로 던져야 한다면 수많은 연습을 통해 그 정도와 감을 선수가 딱 잡고 있어야 하죠. 안 될 것 같지만 근육은 기억하거든요.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오차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관리를 잘해야 해요. 비장애인 선수는 스톤 조정이 어려우면 스위핑을 하면 되지만 우리는 스위핑이 없어 정확도가 떨어지긴 해요. 그래서 투구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고, 그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패럴림픽 경기 일정이 빡빡한데 걱정되지 않나요. 

“일단 목표는 4강 진출이에요. 1, 2월 국제대회에서도 4강 진출을 목표로 했는데, 통과하기만 하면 결승까지는 자신 있어요. 물론 닷새 가량 경기를 하면 하루 정도는 아플 수도 있어요. 그런데 다른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아마 그 부분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겠죠.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어떤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됐나요. 

“2002년 사고로 척추골절장애를 얻었어요. 처음에는 실감 나지 않았는데 재활하면서 ‘이제 휠체어를 평생 타고 살아야 하는구나’라며 현실을 직시하게 됐죠. 그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어요. 재활에 시간이 많이 걸려 2년가량 병원 생활을 했는데 그때 사람도 많이 사귀고 정보도 상당히 얻었어요.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운동은 어디로 가서 해야 하고 등 정보를 얻은 덕분에 퇴원 후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가족은 국가대표가 된 것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아내는 국가대표 발탁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어요. 큰아이가 11세, 작은애 둘은 쌍둥이로 8세인데 메달을 따 가면 정말 좋아해요. 색깔은 잘 모르지만 목에 걸고 집 안을 뛰어다니죠. 이번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걸 알고는 아빠 꼭 우승하라고 하더라고요. 금메달을 집에 가져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컬링 인기가 높아져 약간 부담은 있어요. 그래도 우리 팀이 그동안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만큼 부담감을 떨쳐내고 실력 발휘를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정승원 선수(서드)
“금메달 따면 동료들에게 휠체어 사주고파”

정승원 선수. [박해윤 기자]

올해 환갑이라고 들었습니다. 컬링 경력은 얼마나 됐나요. 

“컬링은 14년째 하고 있어요. 원래는 방민자 선수와 함께 론볼 선수로 활약했죠. 하계 종목만 하다 보니 동계 종목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당시 서울론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사내 인사들 4명으로 한 팀을 꾸려 컬링을 시작하게 됐어요.” 

해보니 론볼과 다른 매력이 있던가요. 

“컬링을 처음 접했을 때 ‘세상에 이렇게 쉬운 운동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론볼은 핸드볼 정도 되는 공을 40m 굴려서 맞혀야 하는데 컬링은 맷돌만 한 공을 30m 정도 던지면 되니까 비교가 안됐죠. 그런데 하면 할수록 수십만 가지 퍼즐을 맞춰가야 해 힘들더라고요. 두뇌싸움을 해야 하니 치매 걱정은 없어서 좋습니다.”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국가대표는 7년 연속했는데 패럴림픽 출전은 처음이에요. 지난 14년 동안 패럴림픽에 출전하려고 물고 늘어져 오늘에 이르게 된 만큼 각오가 남달라요. 저는 올해 말 환갑이라 이번 출전이 선수생활 마무리라고 생각하거든요. 2010 밴쿠버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딴 동료들이 지금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금메달을 따면 매달 나오는 연금을 모아 복지관 동료들에게 휠체어 2대를 사주기로 약속했어요. 지키지 않으면 아주 혼이 날 판입니다.” 

장애는 어떤 사고로 입게 됐나요.
 
“1980년대 초 취직한 뒤 해외에서 10년간 근무했어요. 한국에 개인적인 일로 들어왔다 회사에서 안산-시흥고속도로 현장에 잠깐 나와달라고 해서 갔다가 다쳤어요. 일하는데 위에서 2t 무게의 자재가 떨어져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었죠. 사람들이 제가 죽은 줄 알고 가마니로 덮어놓은 걸 어머니가 와서 맥을 짚어보고는 살았다고 해 병원으로 옮겨졌어요. 살아난 게 기적이었죠.”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살았으니 살아가야겠더라고요. 병원에서 만난 동료들이 ‘운동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때만 해도 하반신 마비를 입은 장애인은 65세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어요. 앉아만 있다 보니 장기가 밑으로 처져 오래 살지 못하는 거라고 했죠. 요즘은 운동을 꾸준히 해온 선배들이 70세 넘게 잘 살고 있어요. 그래서 도대체 몇 살까지 살 수 있나 궁금해서라도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체력테스트를 했는데 오랜 시간 운동한 덕분에 커트라인을 다 통과했어요. 다쳐서 장애를 입고 집에만 계신 분은 하계, 동계 26개 종목이 있으니 자기에게 맞는 걸 택해 꼭 운동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요.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죠. 정씨 집안에서 발행하는 신문이 있는데 거기에 제 이름 석자가 나왔어요. 친척들은 정말 자랑스러워하고 있죠. 다들 열심히 응원한다고도 하고. 이번에 패럴림픽이 시작되면 친척과 친구 모두 포함해 200명가량이 응원 오기로 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이 은메달을 따 컬링 인기가 높아졌는데 우리 장애인팀도 이번에 금메달을 목표로 할 생각이에요. 준비를 많이 했으니 패럴림픽까지 응원 많이 해주길 바랍니다.”

이동하 선수(서드)
“컬링으로 극복한 장애, 패럴림픽에서 결실 맺을 것”

이동하 선수. [박해윤 기자]

컬링 시작은 언제였나요. 

“2012년 동네 체육센터에서 시작했어요. 집이 경남 창원인데 아는 선배가 빙상장에 한번 나와보라고 하더라고요. ‘세상에 이런 운동이 있구나’ 싶었어요. 투구를 해보니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었죠. 또 머리를 써서 점수를 내는 게 흥미롭기도 했고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는 제대로 된 컬링장이 없어 새벽에 빙상장을 빌려 연습하느라 좀 힘들었죠. 이듬해 전국대회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좋았고 입문한 지 4년 만에 국가대표가 됐어요. 제가 잘한다기보다 노력의 결실이 나타난 것 같고, 또 운도 따랐던 것 같아요.” 

국가대표 발탁 과정이 힘들지 않았나요. 

“사실 포지션 경쟁에서 큰형님(정승원 선수)한테 져 국가대표에서 떨어졌어요. 그런데 성공률이 좋아 감독님과 코치님이 논의 끝에 떨어진 4명 가운데 저를 후보로 뽑아주셨어요. 떨어진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기사회생해 기분이 좋았죠. 그때 가족이 저보다 더 기뻐했어요. 아들이 올해 9세인데 제일 좋아하더라고요. 이번에 패럴림픽 시작하면 다 같이 올라와 경기 내내 지켜보기로 약속했어요.” 

장애는 어떻게 입게 됐나요. 

“1997년 군 제대 후 건설현장에 일하러 갔다 추락해 척수손상장애를 입었어요. 저는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는 성격이라 ‘되돌릴 수 없으니 적응해 살자’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장애를 입기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는데 이후 재활 겸 운동만 계속했어요. 론볼, 휠체어테니스 등을 하다 마지막에 컬링을 접했죠. 다른 운동은 땀 흘리며 숨 가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고, 컬링은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면에서 재미가 있어요.” 

최근 컬링 인기가 높아져 부담이 크진 않나요. 

“부담보다 우리도 우리 성적에 기대가 커요. 최근 세계대회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기대를 하고 있죠. 지금까지 연습해온 과정, 경기했던 과정만 잊지 않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휠체어컬링 선수들도 잘하면 비장애인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처럼 뜨지 않을까 싶네요.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좋은 컨디션과 경기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휠체어컬링, 이런 점이 달라요~

[박해윤 기자]

반드시 남녀 혼성으로 한 팀을 구성해야 한다. 한 경기는 8엔드로 이뤄져 있고 총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34.75m가량 떨어진 하우스(표적판)로 20kg의 스톤을 밀어 보낸다. 어느 팀의 스톤이 과녁 중심에 더 가까이 위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선수들은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 순서로 스톤을 투구한다. 이들 가운데 스킵은 작전을 짜는 구실을 한다. 

한 선수가 투구할 때 휠체어가 흔들리지 않도록 같은 팀 선수가 뒤에서 휠체어 바퀴를 잡아줘야 한다. 투구하는 선수의 발은 빙판 표면에 접촉하지 않아야 하지만 휠체어 바퀴들은 빙판 표면 위에 놓여 있어야 한다. 스톤 투구 시 팔이나 손 또는 딜리버리 스틱, 익스텐더 큐라고 부르는 투구 보조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선수들이 휠체어를 탄 상태로 스위핑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위핑은 허용되지 않는다. 

딜리버리는 시트를 따라 스톤을 미끄러뜨리는 과정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 상대 스톤을 밀어내거나 블로킹하는 등의 전략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선수는 스톤을 투구할 때 필요한 스톤의 힘과 회전, 경로를 계산한다. 각 팀의 스킬, 빙판 상태, 득점 상황, 남은 엔드 수, 어느 팀이 후공인지 등 전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을 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