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은 중심에서 중요한 것을 포용하는 모양이다. 태아를 잉태한 임부의 배, 생명 에너지를 비추는 태양, 삶의 터전인 지구 등 원형은 생명을 보호하고 키우며 감싸 안는다. 물방울 모양(물방울형)은 원형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다. 아래가 둥글게 부풀어 있고 반대쪽 위는 뾰족하다. 그 때문에 위에서 아래, 또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방향성을 지닌다. 원형이 중심을 기준으로 돌아가는 무한한 생명의 모양이라면, 물방울형은 원형의 중심점이 중력의 당기는 힘에 순응하며 서서히 움직이는 형태다. 에너지가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모양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에너지임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Princes And Princesses·1999)의 ‘무화과 소년’ 에피소드에는 자연이 만든 물방울형이 등장한다. 무화과나무 위에 사는 소년은 어느 날 아침 잘 익은 무화과 하나를 발견한다. 겨울에 열린 신기한 무화과를 먹어치우기엔 아까워 하트셉수트 여왕에게 바치기로 한다.
경상도 출신인 필자는 올해 처음으로 무화과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지인이 무화과 한 박스를 보내준 덕분이다. 전라도에서는 예전부터 무화과를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 경상도에서는 생소한 과일이다.
무화과 모양은 여름 동안 즐겨 먹었던 여느 과일들과 다르다. 사과, 복숭아, 포도, 수박, 자두 등 동그란 과일에 익숙한 사람은 물방울형의 무화과가 매우 흥미로울 테다. 원뿔 모양처럼 아래는 둥그스름하고 반대쪽 위는 좁다. 무게 중심이 아래로 향하는 모양으로 접시 위에 안전하게 놓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둥그런 아래 부분을 잡아 반으로 가르자 빨간 속이 드러났다. 부드러운 껍질 속에서 달달한 과즙이 흘러나왔다. 여왕의 리액션이 충분히 이해되는 달콤한 맛, 자연이 일 년 동안 응축한 부드러운 물방울이었다.
물방울형으로 가공한 다이아몬드는 ‘신의 눈물’이라는 별칭과 잘 어울린다. 흔히 물방울 다이아몬드라 부르지만, 모양이 서양배(pear)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페어 셰이프(pear shape)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는 그 어원이 ‘무적,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한 점에서 알 수 있듯, 보석 가운데 가장 단단하다.
‘컬리넌(Cullinan) I’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방울 다이아몬드다. 530.20캐럿 크기나 영국 왕실 왕홀(Imperial Scepter)에 세팅돼 있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원석을 발견하고 가공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컬리넌의 유명도가 이해된다.
1905년 남아프리카 프리미어 광산에서 3106캐럿의 다이아몬드 원석 컬리넌이 발견됐다. 당시 이 원석을 영국으로 운반하려고 보석함에는 가짜 돌을 넣고, 진짜 원석은 일반 소포로 보내는 작전을 펼쳤을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컬리넌의 세공을 맡은 전문가들은 컬리넌을 자르기 전 그것과 똑같은 모양의 모형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몇 번에 걸쳐 연습했다고 한다. 결국 컬리넌은 9개 큰 덩어리와 96개 작은 조각으로 쪼개졌고, 9개월에 걸쳐 연마됐다.
가치 높은 다이아몬드가 탄생하는 과정은 타고난 천재도 오랜 시간 노력해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뛰어넘는다. 타고난 매력과 주어진 자연환경, 그리고 전문가에 의해 훌륭하게 가공되는 운은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결실을 맺으니 말이다. 수십억 년 동안 특수한 환경에서 자연이 응축하고 인간이 정성 들여 다듬은 다이아몬드는 어떤 보석보다 고결한 빛을 발산한다.
물방울형은 방향과 시간이 만드는 결정체다. 중심을 지키며 정해둔 방향으로 오랜 시간 반복해 움직인 인내의 흔적이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저서 ‘모멸감’(문학과지성사)에서 ‘내면이 풍부한 사람은 구차하게 자기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중략) 자신의 건설적인 비밀을 간직한 사람은 묵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줄 안다’고 썼다.
같은 방향으로 느리게, 그렇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며 결실을 맺은 물방울형. 일 년 동안 비바람 맞으며 기다린 기쁨을 맛볼 준비가 됐을까. 이집트 여왕처럼 우아하게 무화과 한입 베어 물고 “음~~” 하고 음미해본다.
애니메이션 ‘프린스 앤 프린세스’(Princes And Princesses·1999)의 ‘무화과 소년’ 에피소드에는 자연이 만든 물방울형이 등장한다. 무화과나무 위에 사는 소년은 어느 날 아침 잘 익은 무화과 하나를 발견한다. 겨울에 열린 신기한 무화과를 먹어치우기엔 아까워 하트셉수트 여왕에게 바치기로 한다.
여왕에게 바치는 ‘신의 과일’ 무화과
귀한 무화과를 들고 온 소년과 높은 자리에서 우아하게 내려다보는 여왕의 모습이 이집트 벽화 한 장면을 재현한 듯하다. 여왕은 우아한 자태로 무화과를 한입 베어 문다. 톡 튀어나온 입으로 오물오물 먹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실적이어서 군침이 절로 돌 정도다. 게다가 성우 목소리도 기가 막히게 리얼하다. “으음~~~ 음~~ 음음~~ 달콤하구나~~ 음~~.” 이 장면을 보면서 물방울형의 무화과 맛이 무척 궁금했던 적이 있다.경상도 출신인 필자는 올해 처음으로 무화과를 맛볼 기회가 있었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 지인이 무화과 한 박스를 보내준 덕분이다. 전라도에서는 예전부터 무화과를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 경상도에서는 생소한 과일이다.
무화과 모양은 여름 동안 즐겨 먹었던 여느 과일들과 다르다. 사과, 복숭아, 포도, 수박, 자두 등 동그란 과일에 익숙한 사람은 물방울형의 무화과가 매우 흥미로울 테다. 원뿔 모양처럼 아래는 둥그스름하고 반대쪽 위는 좁다. 무게 중심이 아래로 향하는 모양으로 접시 위에 안전하게 놓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둥그런 아래 부분을 잡아 반으로 가르자 빨간 속이 드러났다. 부드러운 껍질 속에서 달달한 과즙이 흘러나왔다. 여왕의 리액션이 충분히 이해되는 달콤한 맛, 자연이 일 년 동안 응축한 부드러운 물방울이었다.
물방울형으로 가공한 다이아몬드는 ‘신의 눈물’이라는 별칭과 잘 어울린다. 흔히 물방울 다이아몬드라 부르지만, 모양이 서양배(pear)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페어 셰이프(pear shape)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는 그 어원이 ‘무적, 정복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한 점에서 알 수 있듯, 보석 가운데 가장 단단하다.
‘컬리넌(Cullinan) I’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방울 다이아몬드다. 530.20캐럿 크기나 영국 왕실 왕홀(Imperial Scepter)에 세팅돼 있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원석을 발견하고 가공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컬리넌의 유명도가 이해된다.
‘1만 시간의 법칙’ 뛰어넘는 다이아몬드
1905년 남아프리카 프리미어 광산에서 3106캐럿의 다이아몬드 원석 컬리넌이 발견됐다. 당시 이 원석을 영국으로 운반하려고 보석함에는 가짜 돌을 넣고, 진짜 원석은 일반 소포로 보내는 작전을 펼쳤을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컬리넌의 세공을 맡은 전문가들은 컬리넌을 자르기 전 그것과 똑같은 모양의 모형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몇 번에 걸쳐 연습했다고 한다. 결국 컬리넌은 9개 큰 덩어리와 96개 작은 조각으로 쪼개졌고, 9개월에 걸쳐 연마됐다.
가치 높은 다이아몬드가 탄생하는 과정은 타고난 천재도 오랜 시간 노력해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뛰어넘는다. 타고난 매력과 주어진 자연환경, 그리고 전문가에 의해 훌륭하게 가공되는 운은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결실을 맺으니 말이다. 수십억 년 동안 특수한 환경에서 자연이 응축하고 인간이 정성 들여 다듬은 다이아몬드는 어떤 보석보다 고결한 빛을 발산한다.
물방울형은 방향과 시간이 만드는 결정체다. 중심을 지키며 정해둔 방향으로 오랜 시간 반복해 움직인 인내의 흔적이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저서 ‘모멸감’(문학과지성사)에서 ‘내면이 풍부한 사람은 구차하게 자기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중략) 자신의 건설적인 비밀을 간직한 사람은 묵직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줄 안다’고 썼다.
같은 방향으로 느리게, 그렇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며 결실을 맺은 물방울형. 일 년 동안 비바람 맞으며 기다린 기쁨을 맛볼 준비가 됐을까. 이집트 여왕처럼 우아하게 무화과 한입 베어 물고 “음~~” 하고 음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