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경기 평택 국제대교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로 교량 공사뿐 아니라 토목, 건축 공사의 안전성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프로젝트 지연과 국도43호선 부분 교통 통제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돌이켜보면 근대적 교량을 건설하기 시작한 20세기 이후 세계 어딘가에서 매년 몇 개씩 교량이 붕괴돼왔다.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교량 붕괴 사고에 관한 뉴스는 근래에도 같은 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평택 국제대교처럼 공사 중 교량이 무너지기도 하고, 1990년대 성수대교처럼 공용(통용) 중 붕괴되는 사례도 있다. 사고 원인은 각양각색이다. 물론 상상을 초월한 자연재해가 원인인 참사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 붕괴되는 경우 어떠한 형태라도 사람이 관련됐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40년 이상 장대(長大)현수교 건설에 관여해온 필자도 몇 차례 사고 위험에 직면한 바 있다. 대체로 관련된 사람들의 실수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사고 원인 조사 및 그에 따른 책임 규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일면적인 기술 · 안전 관리에 그치지 않고 모든 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도 기존 교량이나 도로의 유지·관리에 관심이 높다. 당사에서는 특히 현수교, 사장교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케이블 진단 기술을 도입해 교량의 수명 연장에 이바지해왔다. 당사의 독보적 기술인 전자속 기법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케이블 내부 와이어의 부식 정도를 전자속으로 측정, 파악하는 방법이다. 한국 인천대교를 비롯해 미국 맨해튼 다리, 일본 오나루토교(橋) 등에 이 기술을 적용해 안전성을 점검한 바 있다.
어떤 경우라도 통행 중인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는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건설 기술 못지않게 유지 · 관리 기술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단순히 사고 원인 규명에만 그쳐서는 교량 안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불가능할뿐더러, 선진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다양한 관점에서 토목 공사에 임하는 근본 자세, 토목 인프라 수명에 대한 논의가 깊어지기를 희망한다.
호소카와 하지메
•H&K Engineering 대표이사, 기술사(일본), 미국 PE(Professional Engineer)
•세계 최장 현수교 아카시대교 현장소장 역임
•국내 최장 현수교 이순신대교 가설 엔지니어링, 가설장비 자립 및 국산화 공헌, 울산대교 주 케이블(Main Cable) 제작 국산화 공헌
•울산대교 주 케이블, 터키 제3보스포루스 주 케이블, 두바이 아이 관람차 케이블 가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