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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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규모 상위 1%가 누리는 폐지 혜택… 금투세 악법만은 아니다

[김성일의 롤링머니] 거래세 부담 덜고 순수익만 과세하는 건 장점… 일본은 1989년 도입 후 안착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1-2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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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1월 2일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2년 7월 윤석열 정부가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시행이 늦춰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일 올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2일 올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초과분에 22%(3억 원 초과분은 27.5%)를 적용해 부과하는 세금이다(표1 참조). 현재는 국내 주식을 매도하며 발생하는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이 없다. 단 종목당 보유금액 10억 원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인 대주주(고액투자자)에 한해서만 양도세를 부과한다. 따라서 그동안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라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22%나 되는 세금을 내라고 하니 불만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 주식 5억 이상 보유해야 금투세 대상

    금투세가 없던 세금을 새로 내게 하는 악법만은 아니다. 장단점이 섞여 있으며 각각의 입장에 따라 유불리가 다를 뿐이다. 먼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국내 주식 매매로 5000만 원이 넘는 차익을 거두면 초과분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 반발한다. 하지만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투세 유예 혹은 폐지로 혜택을 보는 대상은 투자규모 상위 1%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1년에 10% 수익이 난다고 가정할 때 금투세 대상이 되려면 국내 주식에만 5억 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손해와 이익을 통산한 후 수익이 5000만 원이 넘어야 한다. 만약 A와 B주식을 매수했는데, A에서 20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면 B에서 7000만 원의 수익이 나야 금투세 대상자가 된다. 수익률과 손실률을 동일하게 10%라고 치면 A주식 2억 원, B주식 7억 원을 보유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처럼 국내 주식 투자자가 금투세 대상이 되려면 주식을 최소 5억 원어치 이상 보유해야 된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말이다. 2020년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상장 주식 기준 15만 명으로 개인투자자 1400만 명의 약 1% 수준이었다.

    나머지 99% 국내 주식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금투세 시행이 유리하다. 금투세 도입 논의가 나올 때부터 이중과세로 지적되던, 주식 매도 시 부과되던 증권거래세율이 2022년 0.23%에서 2023년 0.2%, 2024년 0.18%를 거쳐 최종적으로 2025년 0.15%로 인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액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우려도 금투세 도입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금투세 대상이 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해외시장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고, 이와 같은 자금인출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 여파가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만이 거론된다. 대만은 1988년 주식 양도세 도입 후 한 달간 주가가 30% 넘게 하락하면서 시행 1년 만에 폐지했다. 하지만 대만의 실패 원인을 최고세율 50% 종합과세를 적용하고 예고없이 발표하는 등 운영상 문제에서 찾는 의견도 많다. 1989년 주식 양도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에는 초기 과세 대상을 대량 거래로 한정하고 주식 장기 보유 시 세금우대 혜택을 제공한 결과, 증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모든 주식으로 확대되며 안착했다.

    국내 주식에만 유리한 기존 과세 제도

    반면 금투세를 찬성하는 이들은 투자 규모가 소액인 대부분의 일반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율이 단계적으로 하락한다. 증권거래세는 거래액의 일정 비율로 세금을 내다보니 손해를 보고 매도할 경우에도 세금이 부과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투자의 결과를 통합해 수익을 계산한다는 것도 금투세의 장점이다(표2 참조). ‘손익통산’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결과 발생한 수익과 손실을 합해 최종 발생한 수익인 순수익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식(혹은 주식형 ETF)에서 1400만 원의 손실이 나고, 채권형 ETF에서 20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때, 기존에는 수익이 발생한 2000만 원에 대해 15.4%를 과세해 308만 원의 세금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투세가 도입되면 수익 2000만 원에서 손실 1400만 원을 뺀 600만 원에 대해서만 과세되고, 이마저도 250만 원은 기본 공제를 받아 350만 원에 대해 최종 54만 원만 세금으로 내게 된다. 손익통산으로 인한 세금 절감액이 254만 원이나 되는 것이다. 이때 기본공제금액은 주식 및 주식형 펀드의 경우 5000만 원, 그 외 상품은 250만 원이다.

    금투세는 과세 형평성의 장점도 지닌다. 현재는 국내 주식(혹은 주식형 펀드/ETF)은 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지만 국채, 해외주식, 원자재,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나 ETF는 매매차익을 배당소득으로 보고 15.4%를 과세했다. 그럼에도 금융감독원 등 정부는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서도 분산투자 상품인 TDF(타깃데이트펀드: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배분펀드), BF(밸런스드펀드: 주식과 공사채 보유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해 투자하는 펀드) 등 자산배분형 펀드를 포함하도록 했다. 분산투자를 하려면 주식뿐 아니라 국채나 해외자산 등 다양한 곳에 투자해야 하는데, 세제는 국내 주식에만 유리했던 것이다.

    금투세 폐지 추진이 지난해 공매도 전면금지 발표에 이어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선택지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금투세의 장점을 지닌 대안으로는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이 있다. 이들 계좌의 절세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손익통산, 과세이연, 저율과세 혜택을 이용해 자산을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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