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골프의 즐거움

‘허세의 괴물’ 때문에 고민에 빠진 골프계

도널드 트럼프 파장

‘허세의 괴물’ 때문에 고민에 빠진 골프계

미국 대통령선거(대선) 공화당 예비후보 경선에 뛰어든 골프 재벌 도널드 트럼프. 그가 대통령이 되리라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지만 현재 공화당 예비후보 중에선 가장 지명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부동산 재벌이자 골프장 재벌인 그는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내 자산은 100억 달러(약 12조 원)가 넘는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산은 그보다 적은 29억 달러(약 3조4500억 원)라고 한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이 가진 브랜드 가치를 33억 달러 가까이 책정했다는 것. 한국에도 부산과 서울에 트럼프타워가 있을 정도니 그가 이름값 하는 글로벌 부자인 건 맞지만 허세 또한 만만치 않다.

한 골프 잡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표지로 내달라”고 거침없이 요구한 트럼프는 전 세계에 17개의 고급 골프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매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이 개최되는 미국 마이애미 도럴리조트를 포함해 뉴욕 웨스트체스터, 베드미니스터 등 골프대회 유명 코스가 다수 포함돼 있다. 2012년에는 뉴욕 시 입찰을 통해 나대지인 페리포인트 지구를 사들여 골프장을 짓고 있는데, 이곳에서 메이저 대회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트럼프는 몇 년 전부터 골프장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2년 환경론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코틀랜드 에버딘의 세계 최대 사구(砂丘)에 트럼프 인터내셔널을 개장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아일랜드 둔베그와 스코틀랜드 턴베리를 사들였다. 내년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도 골프장 2개를 개장한다. 그는 이곳에서 라이더컵을 개최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고 한다.

1946년생인 트럼프는 부동산업자인 아버지 영향으로 일찍부터 건설업에 눈을 떴다. 36세 때인 82년 뉴욕에 트럼프타워를 세웠고,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에 카지노를 열어 떼돈을 벌었다. 이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현재는 부동산과 호텔, 골프리조트를 넘어 셔틀에어라인 운송사도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에 대한 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불출마선언을 했고, 이듬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올랐다. 이번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여러 과격한 주장으로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극단적 견해를 대변하고 있는 것. 보수층 표심을 얻기 위해 히스패닉, 아시아인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하지만 케이블방송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인종차별적인) 내 의견에 골프협회도 동참할 것”이라고 허세를 부린 데서 새로운 불똥이 튀었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는 그 보도가 나오자 즉각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10월 20~21일 메이저 대회 우승자들을 초청해 로스앤젤레스 도널드 트럼프 내셔널 코스에서 벌이는 그랜드슬램 대회를 다른 곳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대회를 두어 달 남기고 새 골프장을 부랴부랴 물색하던 PGA는 대회를 개최할 마땅한 코스를 찾지 못했고, 결국 대회 자체를 철회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대회가 열리면 마스터스와 US오픈 우승자 조던 스피스,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잭 존슨, PGA챔피언십 우승자 제이슨 데이가 대결할 예정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10월 이벤트 대회야 그렇다 쳐도 WGC 캐딜락 챔피언십 등 트럼프 소유의 골프 코스에서 매년 열리는 대회들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체기에 빠진 골프계에 트럼프만큼 우호적인 골프 후원자가 없다는 점도 PGA투어를 고민에 빠지게 한다.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다닐 때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저타 스코어는 66타인데 60대 타수는 수없이 기록한다”고 공언하지만 주변인에 따르면 그 역시 사실이 아닌 듯하다. 거물이 허세가 심하면 괴물이 된다. 골프업계는 트럼프란 괴물이 골프를 화제로 삼을까 노심초사하며, 이번 논란이 더는 확대되지 않고 하루속히 잊히기를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5.09.14 1005호 (p70~70)

  •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nhy6294@gmail.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09

제 1209호

2019.10.11

‘한류를 믿고 투자한다’는 콘텐츠 사냥꾼의 속셈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