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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난민 문제 앞세워 IS 격퇴 고삐 죄는 유럽

프랑스 공습 참여, 러시아 개입 확대 준비…꼬여가는 방정식

난민 문제 앞세워 IS 격퇴 고삐 죄는 유럽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부터 수단,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예멘까지…. 중동과 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전쟁과 폭력으로 유럽이 최악의 난민 위기를 맞고 있다.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의 죽음 이후 유럽 각국은 난민들에게 더는 빗장을 걸어 잠글 수 없게 됐다. 지중해를 건너고 에게 해를 건넌 난민들은 그리스와 헝가리,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서유럽과 북유럽 복지국가로 몰려들고 있다.

9월 첫째 주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시리아 난민 무제한 수용’ 방침을 밝힌 이후 헝가리 기차역에서 노숙하던 난민 2만여 명이 버스와 열차를 타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에 도착했다. 그리스 섬들에는 현재 난민 약 3만 명이 머무르고 있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밝혔다. 주민 8만5000명의 레스보스 섬에는 난민 2만 명이 몰려들어 경찰과 충돌하는 바람에 섬이 그야말로 폭발 직전 상태다.

북유럽 스웨덴은 부모 동반 없이 혼자인 10대 소년 난민을 가장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 망명하려는 미성년자 난민의 29%를 받아들였다. 요즘에도 소년 난민이 매주 700명씩 입국하고 있다. 프랑스 칼레 난민촌에서는 유로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 3000여 명이 매일 밤 철로변 철조망을 넘어 역에 정차하는 유로스타 열차 위로 뛰어들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9월 7일 EU 회원국의 난민수용 규모를 4만 명에서 16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독일이 3만1000명, 프랑스가 2만4000명, 스페인은 1만5000명을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그래프 참조). 영국도 향후 5년간 시리아 난민 2만 명을 독자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EU 회원국의 난민수용 인원을 다 합쳐도 전체 난민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한쪽에서는 독일이 주도하는 난민수용 확대 정책이 오히려 유럽에 난민들을 몰려오게 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민 문제 앞세워 IS 격퇴 고삐 죄는 유럽
근본적 해결은 시리아 내전 종식뿐



난민이 유럽으로만 몰려드는 현상은 부유한 걸프국가들이 난민에게 무관심한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어떤 아랍국가나 이슬람국가에도 정치적 망명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수니파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경우 시리아 난민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국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지원하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시리아 내 수니파 반군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해왔다. 사우디나 카타르는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한 상황에서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을 받아들일 경우 이들이 어떤 일을 할지 몰라 걱정스러운 상항이다. 연초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표적이 돼온 사우디는 “국가 안보를 위해 난민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와 같이 인구가 적은 소국은 동남아 출신 이민자를 수백만 명씩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까지 받아들일 경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걸프국가들은 자국에 이미 정착한 시리아 노동자들에게 소수의 가족초청이민만 허용하고 있다.

유럽 난민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난민 근원지인 ‘시리아 내전’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2011년 이후 5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전쟁 전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난민 4명 중 1명이 시리아인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9월 8일 라팔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의 IS 근거지 라카를 공습하기 위한 정찰비행을 시작했다. 프랑스는 그동안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을 우려해 시리아 내 IS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고 그 대신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출을 주장해온 프랑스가 이제는 표적을 IS로 바꿨다.

프랑스 언론들은 올랑드 대통령의 시리아 정책이 ‘대전환’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프랑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의 시리아 공습에 가장 먼저 참여했지만, IS에 대한 시각은 미국과 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가 ‘이라크 위기’라고 간주하는 반면, 올랑드는 ‘시리아 위기’로 봐왔던 것. 올랑드는 2013년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자신이 제의한 시리아 공습을 오바마가 반대했던 것을 아직도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랬던 프랑스가 시리아 내 IS에 대한 공습을 선택하게 된 것은 프랑스가 미국과 러시아에 동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르몽드는 ‘프랑스의 태도 변화로 시리아 군과의 공조도 불가피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9월 7일 의회 연설에서 시리아를 공습해 영국 여왕 암살을 모의한 영국인 IS 조직원 2명을 살해한 사실을 공개했다. 8월 21일 시리아 라카에서 이동 중인 카디프 출신의 레야드 칸(21)과 애버딘 출신의 루훌 아민(26)을 겨냥해 영국 공군 드론이 정밀 공습을 했다는 것. 영국군이 전시(戰時)가 아닌 상황에서 외국에 있는 자국민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번 공습은 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했을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졌다.

“미국 중동정책의 실패”

러시아도 서방 제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IS 격퇴 지원을 빌미로 한 ‘시리아 군사개입’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월 5일 ‘러시아가 군사 선발대를 시리아에 보냈으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9월 1일에는 러시아가 IS를 공습하기 위해 전투기와 공격헬기, 조종사, 군사고문단 등 수천 명 규모의 공군부대를 시리아에 파견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함께 러시아와 중국은 현재의 유럽행 난민 사태가 ‘아랍의 봄’ 당시 미국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전복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중동의 무질서와 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알렉세이 푸슈코프 러시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랍국가들의 정권을 교체했지만 친서방적인 정권이 들어서는 대신 테러주의 과격단체가 번성하는 통제 불능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9월 8일 ‘중동지역의 전쟁과 무질서는 미국의 중동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주간동아 2015.09.14 1005호 (p66~67)

  • 전승훈 동아일보 파리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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