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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월호 복사판 낚싯배 참사 국민안전처는 국민사고처?

탁상행정이 부른 또 다른 참화…사고 인지, 수색, 구조에서 드러난 무능과 안일함

세월호 복사판 낚싯배 참사 국민안전처는 국민사고처?

세월호 복사판 낚싯배 참사 국민안전처는 국민사고처?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 어선 돌고래호(9.77t급·해남 선적)가 사고 닷새 만인 9월 9일 파손된 채 인양되고 있다.

9월 5일 저녁 7시 39분 낚시 어선(낚싯배) 돌고래호가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08일째 되는 날이었다. 9월 10일 현재까지 알려진 돌고래호 승선 인원은 21명. 그중 3명이 구조되고 11명이 사망했으며 7명이 실종 상태라는 게 정부 측 발표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본적인 승선 인원과 실종 인원 발표도 믿을 수 없는 실정이다. 탑승자 전체의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다 보니 실종자가 누군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 심지어 어선 입·출항 당시 제출된 탑승객 명단 가운데 실제 배를 타지 않은 사람이 확인됐고, 이들의 잘못된 대응(배가 잘 가고 있다는 것)이 구조에 일부 지장을 초래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수습은 해경, 관리·감독은 지자체

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문제가 됐던 정부 당국의 허술한 탑승자 관리 관행이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에 대해서만 입·출항 시 해양경찰(해경)의 명단 확인과 관리 의무를 부여했을 뿐이다. 현재의 낚시 관리 및 육성법상 돌고래호 같은 어선의 경우 입·출항 시 승선 인원 명부는 출입 신고 기관장(대행도 가능)에게 제출하되 기관장이 이를 점검·확인할 의무는 없고, 점검·확인을 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는 없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선박 안전 검사 부분도 여객선에 대해서만 이뤄지고 낚싯배에 대해선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의 확인서만 받을 뿐 직접 점검·확인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7월 국민안전처와 해양수산부가 출항 전 낚싯배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지만 서류 점검에 그쳤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미숙한 대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고 신설한 국민안전처는 안전 전담 경비기능을 강화했음에도 이번 참사에서 보듯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추자도 해역에 소형 낚싯배가 자주 출몰한다는 사실, 특히 기상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고기가 많이 잡혀 낚싯배가 떼로 출몰한다는 사실 등 해상 사고 예방이나 구조를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역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세월호 복사판 낚싯배 참사 국민안전처는 국민사고처?

9월 8일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이 제주본부 상황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로 구성된 ‘(가칭)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사고 진상조사단’에게 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국민안전처 소속인 해경은 낚싯배 입·출항과 관련한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전혀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상 안전운항, 사고 방지를 위한 영업시간, 횟수, 구역조정권 등 실질적인 권한은 지자체에 있다. 해난 사고 수습과 예방에 비전문가인 지자체는 전문성이 없어 형식적인 감독에 그칠 뿐이며, 낚시어선업자의 재량과 양심에 맡기는 실정이다. 더욱이 낚싯배는 사실상 낚시 이용객을 실어 옮기는 여객 영업을 하는데도 일몰 이후, 일몰 이전 등 야간, 새벽 운항이 가능하며 실제 성행하고 있기도 하다.

기상특보 상황이 아닌 한 선장이 입·출항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다른 선박은 회항했는데 돌고래호만 유독 전남 해남으로 출발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낚싯배의 경우 입·출항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100만 원 이하 과태료만 물면 되기 때문에 사문화된 규정이나 마찬가지. 여기에 낚싯배의 입·출항 신고도 지자체가 아닌 각 어촌계가 대행해 받고 있으며, 어촌계는 이를 해경출장소에 전달만 할 뿐이다. 명단에 대한 현장 확인은 할 수조차 없는 구조다.

돌고래호의 사고 접수와 수색 구조 과정에서 보인 정부 당국의 무능 또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돌고래호의 V-PASS(어선위치발신장치)가 해경에 보낸 최종 신호는 9월 5일 오후 7시 39분, 최초 사고 접수가 이뤄진 시간은 오후 8시 40분, 뒤집힌 돌고래호 위에 있던 승객 3명이 민간어선에 의해 구조된 시간은 다음 날인 6일 오전 6시 25분쯤이었다.

해양안전망 V-PASS의 배신

여기에서 먼저 제기되는 의문은 V-PASS가 보내는 신호가 끊겼는데도 왜 해경은 이를 사고로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선박 입·출항 자동시스템 기능을 하는 V-PASS는 2012년 해경이 해양사고 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어선에 보급한 ‘해양안전망’으로, 선장과 해경은 V-PASS가 보내는 신호와 인공위성을 통해 배가 해상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모니터 단말기와 인공위성 수신기로 구성된 쌍방향 감시시스템이다.

V-PASS를 갖춘 모든 선박은 해경의 중앙통제시스템과 해경파출소로 연결돼 입·출항이 관리된다. 입·출항 신고를 마친 선박이라면 해경의 시스템을 통해 그 위치가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완전방수시스템을 갖춘 V-PASS는 배가 침몰하더라도 자신의 위치 신호를 30초 주기로 발신하게 돼 있어 5분 이상 배와 통신이 두절되면 해경상황실에 알람 경보가 울린다. 또한 이 시스템에는 선박 침몰 등 비상시 자동 조난신호(SOS)를 발신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춰져 있다. 선체가 일정 각도 이상 기울면 이상을 감지해 가까운 해경안전센터로 신호를 자동으로 보내는 구조다.

하지만 사고 당일 돌고래호에선 조난신호가 발신되지 않았으며 해경은 위치 신호 발신이 끊겼는데도 사고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2012년 해경이 ‘해양안전망’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어선 4만여 척에 의무적으로 달도록 한 V-PASS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 해경은 배가 침몰해 신호가 끊겼는데도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해경은 V-PASS를 무료보급하는 데 340억 원 예산을 들였다. 당시 세계 최초 SOS 자동발신 기능이라고 홍보하며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세월호 복사판 낚싯배 참사 국민안전처는 국민사고처?

제주 추자도 인근에서 낚시 관광객 등 19~20명(추정)을 태우고 전남 해남으로 가다 통신이 두절된 낚시 어선 돌고래호가 9월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남쪽 무인도인 섬생이섬 남쪽 1.2km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하지만 어민들 사이에선 V-PASS가 고장이 잦고 불안정해 믿을 바가 못 된다는 얘기가 진작부터 떠돌았다. 완전방수시스템을 갖췄다고 선전했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비판도 많았다. 충전된 배터리가 내장돼 있어 V-PASS를 갖고 배를 탈출해 물속에 들어가도 조난신호와 위치신호가 계속 발신된다고 알려졌지만, 돌고래호의 경우 침몰과 동시에 방수 기능을 상실해 조난신호나 위치신호조차 보내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V-PASS 사업자였던 A씨의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입·출항을 마친 어선이 출항하면 V-PASS를 통해 계속적으로 전파가 전달되므로 배의 위치가 해경에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만약 신호가 끊기면 사고가 났다는 것을 해경이 판단해야 한다. 위급상황에서 탈출할 때 수신기만 지니고 있어도 해경에 위치가 파악된다. 신호가 끊긴 상황에서 해경이 승선원들에게 30분 동안 전화를 돌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9월 7일 브리핑을 통해 “8월 27일 감사원은 ‘5월 현재 3000여 대의 V-PASS가 고장 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340억 원 예산을 투입해 최첨단 V-PASS 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해경이 시스템상으로 사고 인지를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만약 국민안전처와 해경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이는 직무유기다.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가 저녁 8시 40분쯤 다른 낚싯배로부터 돌고래호와의 통신 두절 신고를 받고도 23분이 지난 9시 3분쯤 제주해경상황센터에 사고를 보고한 것도 문제다. 그런데 지연 보고를 한 이유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 귀중한 구조 골든타임에 돌고래호가 제출한 승선자 명단에 오른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조난 여부를 확인했다는 것. 게다가 그 전화를 받은 사람 중에는 실제 승선하지 않았음에도 “안전하게 가고 있다”고 말한 경우도 있어 수색과 구조에 혼선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 문제는 배의 조난 사실을 승객들에게 전화해 확인하려 한 해경의 구시대적이고 몰상식한 발상이다.

세월호 복사판 낚싯배 참사 국민안전처는 국민사고처?

9월 7일 전남 해남군 해남읍 다목적생활체육관에 마련된 ‘돌고래호 연고자 대기소’에서 사망자, 실종자 가족들이 ‘진상규명’ 촉구를 위한 대책위원회 구성 회의를 하고 있다.

상부 보고하느라 구조선 못 띄우고

사고 보고를 받은 제주해경상황센터의 이후 수색 및 구조 과정도 한숨만 나온다. 10시간 동안 이뤄진 수색은 실제 돌고래호가 조난 후 표류한 지점과 동떨어진 반대편 해역에서 이뤄졌다. 철저한 수색이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야간 구조헬기가 얼마나 빨리 투입됐으며, 추자도 인근 전 해역에 조명탄이 투하됐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더욱이 제주해경상황센터는 상부에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현장에 구조선을 제때 파견하지 못하고 지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선 파견, 헬기 및 해군함정 지원 요청 등은 상부 지침을 받아야만 가능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 국민의 목숨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현장을 보지 못한 상부기관의 지휘관에게 보고하고 그에게 지시를 받아 움직이겠다는 발상은 숫제 위기관리 대응수칙이 아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돌고래호 참사는 근본적으로 낚싯배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그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한다. 2014년 낚시인구 721만 명, 등록낚시어선 4381척, 낚시이용객 206만 명. 최근 정부의 낚시레저산업 육성화 정책에 따른 규제 철폐는 해양 안전을 실질적으로 위협해왔다. 불법 어선 개조와 과속 운항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안개 낀 날 항로를 무시한 채 운항해 다른 배와 충돌한 사고도 빈발했다. 낚싯배의 생계, 레저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선 너울이 심하고 비 오는 일몰 후 출항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은 입 밖에 내기조차 눈치가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차제에 세월호 같은 여객선 못지않게 유도선이나 소규모 유람선, 레저보트, 소형어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탑승 정원, 인원 관리, 구명조끼 등 장비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확인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 안전기준에는 선박의 규모, 용도와 무관하게 엄격히 정비, 관리하고 감독·확인하도록 하는 규정과 함께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 제재할 수 있는 처벌 조항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정말 중요한 대목은 현장 안전관리 감독 인력보다 보고받고 지시하는 인력이 더 많은 현재의 재난관리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근무자에게 장비와 인력 동원 권한을 부여하고 ‘선(先)조치 후(後)보고 시스템’을 확실하게 구축해야 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폭염에 주의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게 국민안전처 업무의 전부가 아니다. 그 신설 취지도 아니다. 정부는 돈이 된다고 듣지도, 보지도, 따지지도 않고 규제를 푸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부분이라면 백번 규제를 강화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해양레저산업 육성보다 몇만 배는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5.09.14 1005호 (p36~38)

  • 박상융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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