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4

2015.09.07

“검찰도 못 잘라” MB 낙하산은 쇠심줄?

포스코, 농협, KT&G 핵심 세력 못 건드려…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5-09-07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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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도 못 잘라” MB 낙하산은 쇠심줄?

    9월 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민영진 전 KT&G 사장. 이 세 인물의 공통점은 이명박(MB) 정권이 심은 대형 ‘낙하산’이면서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기능을 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MB정권의 낙하산이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있다 검찰이 칼을 뽑아 든 뒤 자리에서 다급하게 내려온 인물이거나 현재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 평직원 출신이지만 MB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08년 11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르고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낙점된 인물. MB정권 내내 ‘정권 친화적 낭비 경영’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실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포항 동지상고 선후배 사이로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2007년 12월 농협중앙회 회장에 선출됐고 MB정권에서 2011년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같은 해 농협중앙회 회장선거를 앞두고 MB정부는 농협 사업구조개편을 명분으로 5조 원의 자금을 농협중앙회에 지원하기도 했다.

    민 전 사장 또한 KT&G 전무로 있다 2010년 MB정권에 의해 일약 사장으로 낙점된 인물로, 사장 재임 기간 친구를 계열사 사장으로 영입하고 측근 인사들을 고위 간부진과 이사진에 포진시켜 두고두고 말이 많았다. KT&G 자회사 제2 노동조합 측의 말을 빌리면 “재임 기간 내내 무수한 비리 의혹과 부실경영 논란에 휩싸여왔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물러나라”는 안팎의 권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자 7월 말 임기 7개월을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민 전 사장의 후임 선정을 두고 벌써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표적수사 실패 “구속은 물 건너가”

    하지만 이들 MB정권 대형 낙하산 3인방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청와대에서 직접 내려보낸 이른바 ‘하명 사건’이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법조계에선 이미 ‘구속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구속기소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 검찰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수사진의 무능을 탓하며 “수사 기간이 길어지면 기업 측에 반격의 빌미만 주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어느 정권에서도 전 정권이 심어놓은 대형 낙하산의 줄을 자르기 위한 ‘하명 사건’ 수사는 계속 이뤄져왔어요. 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대놓고 한 적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한 이토록 오랜 기간 질질 끌며 수사를 진행하면서도 성과가 미미한 수사 또한 별로 없었습니다. 표적수사의 실패는 결국 정권에도 부담을 줄 수 있어요.”

    3인방 수사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 최고위층이 이들 세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법조계 한 인사는 “총장이 임기가 별로 안 남은 데다 이 세 사건의 수사 실적에 따라 차기 총장의 향배가 갈린다. 지금 목이 타는 건 이 세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정, 최, 민 이 세 사람을 모두 구속하면 차기 총장은 박 지검장이 떼어놓은 당상”이란 말이 떠돌 정도. 다시 말해 이 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좋은 결과를 내면 다른 총장 후보군은 물을 먹게 돼 있다는 뜻이다.

    “검찰도 못 잘라” MB 낙하산은 쇠심줄?

    서울중앙지방검찰정 특수부가 비리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인 민영진 전 KT&G 사장.



    정 전 회장의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번번이 기각되자 바빠진 건 검찰만이 아니었다. 사건 수사를 하명한 청와대의 체면 또한 말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배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8월 23일)되고 난 직후 박성재 지검장이 청와대로 불려와 대통령을 독대한 것으로 안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을 독대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알려진 바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포스코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기업을 적자투성이 방만한 기업으로 만들어놓은 데 대한 대통령의 분노는 미루어 짐작이 가는 대목. 만약 박 지검장의 청와대 독대가 사실이라면 이 자리에선 미진한 수사를 탓하기보다 지원책을 의논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니면 수사를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연착륙할 방법을 고민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배성로 전 대표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정부와 검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부는 정기 인사철이 아님에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명품 칼잡이’(부정부패 전담 검사)로 알려진 검사 7명을 추가로 발령을 냈다. 검사 7명은 1개 특수부를 더 꾸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여기에 더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9월 1일 전국 검찰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제2의 사정 신호탄이자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취임하면서 ‘반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이다.

    포스코 수사는 종결점 도착

    당초 배성로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뒤 있을 것으로 봤던 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이 법무부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강화와 ‘부정부패 사범 단속 강화’ 지시에 이어 9월 3일로 잡히자 “검찰이 반격의 카드를 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이 정 전 회장의 신분에 대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라고 못 박은 점으로 미뤄 수사에 큰 진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을 때는 수사가 종결 지점에 다다랐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퇴임하기 전까지 수십 건의 인수합병(M&A)을 무리하게 추진해 회사에 수조 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와 부실업체인 성진지오텍을 고가에 인수하는 데 압력을 행사한 혐의, 협력사인 동양종합건설에 대규모 공사를 몰아주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김석우 부장검사)는 8월 13일 KT&G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이래 KT&G 제조본부장과 부사장을 지낸 이모(60) 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협력업체 지정을 유지하고 납품단가를 실제보다 부풀려 지급하는 대가로 담뱃갑 제조업체 S사로부터 6억여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바지사장’을 앞세워 S사의 납품업체 B사를 별도로 운영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와 농협중앙회, KT&G 등 회사 측은 어떤 대가를 치르든 검찰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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