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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무엇이든 새롭다 93년생 네 남자

음원차트 돌풍, 밴드 혁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무엇이든 새롭다 93년생 네 남자

무엇이든 새롭다 93년생 네 남자
아는 사람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긁지 않은 당첨 복권이라는 것을. 그래도 몰랐다. 이렇게 빨리 터질지, 이렇게 강하게 터질지. 밴드 혁오(사진) 얘기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 2015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여느 때처럼 익숙한 이름과 낯선 이름이 고루고루 찾아왔다.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에 이어 밴드 음악을 대표해 출연한 혁오는 방영 첫 주 신데렐라가 됐다. 방송 이튿날인 7월 5일부터 음원차트에 진입해 ‘와리가리’ ‘Hooka’ ‘위잉위잉’ 등 노래를 동시에 10위권 안팎에 올렸다. 지난해 발표한 첫 번째 EP(이피반레코드)와 5월에 낸 두 번째 EP의 노래 모두 유전처럼 터졌다.

혁오를 보는 시선은 이전 ‘라이징 스타’와는 다르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언니네이발관, 델리스파이스 같은 1세대 스타가 있고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국카스텐, 검정치마 등 2세대 스타가 있다. 1세대는 1970년대 초·중반에 태어났고, 2세대는 80년대 초반에 태어났다. 또 1세대는 20대 초·중반 음악계에 족적을, 2세대는 20대 후반에 이름을 알렸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혁오는 93년생, 한국 나이 스물넷 동갑내기들로 이뤄졌다.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노령화되기 시작하면서 인디 밴드마저 20대 후반에 데뷔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혁오는 상대적으로 빨리 데뷔했고 절대적으로 빨리 스타덤에 올랐다. 홍대 앞에서 그들의 이름이 퍼지기 시작했던 지난해 하반기, 혁오는 힙스터(hipster)의 아이콘에 다름 아니었다. 첫 EP에 담긴 ‘위잉위잉’ 뮤직비디오는 그들의 스타일을, 첫 타석에 나선 신인이 쏘아올린 홈런처럼 단숨에 각인시켰다.

서울 달동네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보컬 오혁은 무표정했다. 빡빡 민 머리와 입술에 뚫은 피어싱은 하드코어 밴드였지만 분노나 허세가 없었다. 뭔가 세상에서 붕 떠 있는, 어떤 음악계에도 속해 있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신인일수록, 어릴수록 누군가의 영향이 느껴져야 하는데 혁오는 그렇지 않았다.

음악 또한 그랬다. 혁오는 분명 록밴드지만 기저에는 오히려 흑인 음악 색채가 더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오혁의 창법은 네오 솔(Neo soul)의 떨림을 그대로 보여주고, 리듬 또한 전형적인 록보다 펑크(funk)에 가깝다. 이는 멤버들의 성장배경과도 무관치 않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오혁은 현지인과 솔밴드를 했다. 다른 멤버들도 힙합 샘플을 만들며 활동했다. 록음악 신(scene)보다 힙합, 흑인 음악 신이 그들의 베이스캠프였던 셈이다. 첫 번째 EP ‘20’이 힙합 레이블에서 발매됐다는 사실도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음악적 배경을 갖고도 흑인 음악 밴드가 아닌 록밴드를 한다. 신선할 수밖에 없다. 나이와 음악, 외모와 스타일이 두루두루 그렇다. 1월 첫 번째 라이브클럽데이에서 그들의 공연은 다른 유명 밴드 못지않은 인파를 동원했다. 지난달 열린 게릴라콘서트에 선 줄은 물경 수백m를 상회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패션지에서 좋아할 만한 밴드’가 오랜만에 나타난 것이다. 보통 자신의 음악을 하는 이들은 EP로 데뷔한 후 정규 앨범에 승부수를 걸지만 이들은 EP만 두 장 연달아 냈다. 이런 방식 또한 기존 밴드들의 관습과는 다르다. 무엇이든 새롭다.

이제 첫 방송이 나갔을 뿐이다. 무한도전 가요제가 끝난 후 혁오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올여름 음악계 최대 관전 포인트다.



주간동아 2015.07.13 996호 (p78~78)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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