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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뉴노멀 ⑧

“한국이란 틀 벗어나니 새 길 보여”

사용자경험 디자인업체 ‘더 밈’ 이혜진 대표

  • 최충엽 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albertseewhy@gmail.com

“한국이란 틀 벗어나니 새 길 보여”

“한국이란 틀 벗어나니 새 길 보여”
‘더 밈(The Meme)’은 미국 보스턴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UX) 디자인 및 컨설팅 회사다. 직원 상당수가 하버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수재인 이 회사의 리더는 늦깎이 유학생 출신인 이혜진(47·사진) 대표. 국내 대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미국행을 선택한 그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이라는 강연회에 참석해 ‘하버드와 MIT의 수재들, 디자인으로 리드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를 만나 세계 지식 산업의 중심지 보스턴에서 최첨단 업종인 사용자경험 디자인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며 세계적 수재들을 이끄는 비결에 대해 들었다.

보스턴에서 만난 새로운 세계

전자제품을 포함한 최신 기기에 사용되는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복잡 다변화할수록 사용자경험의 중요성은 커진다. 이 대표는 “현대 기술과 사용자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며 “첨단 기술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와 제조사 사이에서 다리 구실을 하는 게 우리 회사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 밈은 이미 삼성전자, 도요타자동차, 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유수 대기업과 MIT 출신들이 만든 아이로봇이라는 청소로봇회사 등 하이테크 업체들을 고객 삼아 많은 일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 중심의 스마트 홈을 위한 신개념 TV 디자인, 사물인터넷의 하드웨어와 플랫폼 디자인 등이 그간 해온 일이다.

이 대표가 보스턴에 정착한 계기는 이렇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 대기업에 다니던 그는 14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하버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디자이너로서의 본능 때문이었다. 기술 발달로 글로벌 트렌드가 재빨리 바뀌는 상황에서 자신이 과거 패러다임을 갖고 미래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버드대 디자인 석사과정에 함께 입학한 동기 11명은 하나같이 남다른 경험과 배경을 갖고 있었다. 이 대표는 “GRE 점수가 그다지 높지 않은 내가 하버드대에 뽑힌 이유도 나만의 경험과 이질성 때문이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했다. 이런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세계를 만나며 그는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 우등생으로, 또 엘리트 직장인으로서 가졌던 고정관념이 하나하나 떨어져나가는 경험을 했어요. 그동안 눌려 있던 창의력이 폭발하는 느낌이었죠.”



하버드대의 공부 방식은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달랐다. 교수가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석하고 제안할 것을 요구했다.

“궁극적인 질문을 통해 답을 찾는 방식이 기존에 제가 한국에서 배우고 생각하던 것과는 매우 달랐어요. 이런 것이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눈을 뜨면서 그는 하버드대 캠퍼스가 있는 보스턴의 문화, 인프라, 그리고 인재들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들과 일하기 위해 무작정 창업에 나섰다. 마침 운이 따랐다. 창업 직후 한국 대기업이 신제품의 사용자경험 디자인을 의뢰해온 것이다.

더 밈에서는 통상적 개념의 디자이너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철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의 직원이 함께 일한다. 이 대표가 자신의 회사 업종을 그냥 디자인이라 하지 않고 경험 디자인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기존 방식대로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것은 제품 외형뿐 아니라 사용자의 총체적 경험이에요. 커뮤니케이션 방식, 소프트웨어적 프로세스, 감성 이미지 분야의 사용자경험 창출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우리 회사는 디자인의 미래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한국이란 틀 벗어나니 새 길 보여”

이혜진 ‘더 밈’ 대표는 4월 서울에서 열린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강연회에 참석해 ‘하버드와 MIT 수재들, 디자인으로 리드하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글로벌 사고, 수평적 네트워킹

“한국이란 틀 벗어나니 새 길 보여”

‘더 밈’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철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이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우리는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찾아내 인터뷰하는 방법으로 사용자경험을 디자인한다. 보스턴은 이런 일을 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 MIT 등 명문대가 많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많으며 개방적 소통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에게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회사 밖에도 전문가가 많습니다. 우리 회사는 유명 회사의 유명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는 대신 ‘맨땅에 헤딩하는’ 인재를 뽑아요. 그들에게 최고의 업무 환경과 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제 일이죠.”

이들을 리드하는 방식은 토론과 설득이다. 이 대표는 “CEO라고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서로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논쟁이 업무의 필수과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생각의 스케일과 네트워킹 문화다. 그는 “한국인들도 학연, 혈연, 지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개방적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그가 강조한 것은 실패를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실패를 혁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 사람이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여기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그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선호하는 인재상도 기존에 좋은 성취를 낸 사람보다 자기 주위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변화에 빨리 대응하며, 새로운 분야를 열어가는 데 거침없는 사람이다. 한국 창업가들도 이런 자세를 바탕으로 세계에 진출해 현지 인재들과 과감하게 소통하면서 글로벌 시대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면 좋겠다는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주간동아 2015.05.18 988호 (p52~53)

최충엽 전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albertseewh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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