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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Mr&Ms Right를 찾아라! 02

연애·결혼·출산 안 하나 못하나 ‘삼포’ 대한민국

조건 따지다 짝 못 찾아…현재에 대한 기대가 결혼 욕구 자극

  •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연애·결혼·출산 안 하나 못하나 ‘삼포’ 대한민국

연애·결혼·출산 안 하나 못하나 ‘삼포’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사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시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건물 유리창에 반대편 벽 하트들이 어지러이 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 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을 제안한다.

△나는 왜 결혼하려 하는가.

△상대방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그의 단점을 참을 수 있거나, 내가 고칠 수 있는가.

△만약 결혼 후에도 단점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조건이나 외적인 면에 끌린 것은 아닌가.

△위기에 봉착하거나 돈, 지위, 명예 같은 조건이 사라져도 그를 지지할 수 있는가.

△그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는가.

△결혼에 대한 목표와 기대를 서로 비교해봤는가.

△만일 차이가 있다면 이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받아들이는 자세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인가.

△내 주장을 내 처지에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인가.

△결혼으로 맺게 되는 여러 관계에 대해 현실적인 안목을 갖고 있는가.

△그에게 무조건 의지하지 않고 내 생각과 견해를 자유로이 표현하고 있는가.

성공적인 결혼을 위한 조언이겠지만, 정작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결혼을 결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엇하나 쉽게 답할 질문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이든 전문가든, 결혼에 대한 우리의 이해 수준은 이처럼 낮다.

결혼 앞에서 혼란, 결정장애 빠져

혼령기의 대학원생들에게 ‘왜 요즘 사람들이 결혼을 힘들어하는가’에 대해 물었다. ‘결정장애’라는 답이 돌아왔다. 혼자 무엇을 결정한 경험이 별로 없는 상당수 젊은이가 결혼 결정은 물론, 그 과정조차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결혼은 사실 모두가 하나의 답을 찾는 게 아닌, 각자 자신의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혼란스러운 미로처럼 여겨질 것이다.

필자는 더 많은 이의 마음을 스캔해 한국인의 결혼에 대한 심리도 정리해봤다.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조사됐다.

△내 짝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면 좋겠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경제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혼은 현실이기에 조건(연봉, 학벌, 집안 등)을 따져야 한다.

△결혼해도 배우자를 보면 가슴이 뛰면 좋겠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 짝이다.

△결혼은 남녀 둘만의 문제가 아닌 두 집안의 결합이다.

△배우자는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내 짝은 다른 사람들 눈에 번듯해 보여야 한다.

△내 수준이 내가 만날 짝의 수준을 결정한다.

△내가 연인이나 배우자가 없는 것은 내가 못났기 때문이다.

△결혼 후 나의 부모님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이상적인 결혼의 기초를 사랑 아닌 다른 것에서 찾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짝을 찾는 일차적 기준도 개인감정이나 배우자가 될 사람과의 교감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는 마음이다. 그러니 자신이 현재 속한 사회·경제적 수준에 맞거나 삶의 레벨을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것을 기대한다. 마치 백화점에서 형편에 맞는 물건을 사듯 짝을 찾는 것이다.

자신도 가능한 한 최고 스펙을 갖추고 결혼하려 한다. 취업 준비와 비슷한 공식을 따르는 셈이다. 이때 필요한 구체적인 스펙은 결혼정보업체가 정해준다. 문제는 스펙에 맞춘 취업이 쉽지 않듯, 스펙에 맞는 결혼도 어렵다는 점이다.

삶에 대한 꿈보다 두려움이 많은 세대

진화심리학을 보면 인간은 서로 유사한 배경이나 조건을 가진 짝보다 자신과 다른 짝을 만날 때 적응을 잘한다. 생물계에서는 동종집단 간 교배가 열성인자를 낳고, 다른 집단과의 교배가 우량종을 생산한다. 그러니 현대인이 다른 계층과 결혼하지 않으려 하면 할수록 결혼은 더 어려운 결정이 된다. 결혼 전 스펙이 결혼 후 더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 가진 심리를 조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결혼생활의 괴로움은 혼자 참으면 된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짝만 갖는 것은 자연법칙에 어긋난다.

△내 짝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따로 마음에 둔 채 결혼생활을 하는 게 가능하다.

△남편은 바깥일에, 아내는 가사와 육아에 충실해야 한다.

△서로 통하지 않아도 부부로 함께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저출산, 이혼 급증 등 각종 사회 문제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현재 젊은이들은 결혼생활의 이런 모습 때문에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아예 못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회가 구성원들에게 결혼은 현실에 갇힌 개념이 아니며, 모든 사람에게는 결혼생활 안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궁한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세뇌라도 시켜야 할 것 같다. 아니, 그보다 개인이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무한대로 가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먼저다. 삶에 대한 꿈이나 기대가 없는 사람은 좋은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경제적 어려움이나 자녀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이 앞서면 결혼은 포기 대상이 될 뿐이다. 그게 지금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주간동아 2015.05.18 988호 (p32~33)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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