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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보이는 것들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걸으면 보이는 것들

걸으면 보이는 것들

권기봉의 도시산책
권기봉 지음/ 알마/ 432쪽/ 1만6800원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정수복 지음/ 문학동네/ 216쪽/ 1만3000원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서울 경복궁 주변은 몸살을 앓는다. 몰려다니는 관광객이 일으키는 소음, 불법주차한 대형 관광버스가 쏟아내는 매연, 꽉 막힌 도로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사람들은 폭발 일보직전이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관광 말고 서울을 즐기는 방법은 없는 걸까. 하긴 한 번 이상 서울을 와본 외국인들은 이렇게 묻기도 한다. “명동이나 남대문시장 말고 가볼 만한 곳이 어디야? 북촌이랑 가로수길도 빼고.” 그런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 ‘권기봉의 도시산책’이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저자 권기봉은 ‘소비의 공간’ 또는 ‘의도된 관광지’를 넘어서는 크고 작은 역사 사건의 현장이면서 예술적 향취가 그윽한 공간으로서 서울 구석구석을 독자와 함께 걷는다. 1장 ‘예술과 권력 그리고 서울’ 편에서 그는 강원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에 있던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이 경복궁에 놓이게 된 기구한 운명을 들려주고, 양화대교 북단에 정몽주 동상이 세워진 정치적 배경을 설명한다. 2장 ‘사라져가는 것들과 다가오는 것들’에서는 누구도 몰랐던 경술국치 현장 남산으로 안내하고, 사직터널 위쪽 허물어져가는 붉은 벽돌집 딜쿠샤(힌두어로 ‘행복한 마음’이란 뜻)의 정체를 파헤친다. 3장 ‘그날의 현장을 찾아서’에서는 1970년에 들어선 초기형 주상복합아파트 ‘유진상가’가 유사시 탱크 진지로 활용하기 위해 1층 바깥 부분을 모두 비워두게 된 것을 설명하고, 4장 ‘함께 사는 서울을 꿈꾸며’에서는 원래 안동별궁터였던 종로구 송현동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터 논란을 재조명하며, 5장 ‘변화의 기로 위에서’는 ‘조선철도호텔’ 이후 100년이 된 웨스틴 조선호텔의 역사를 살펴보는 식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 95장면을 선별했다. 하루 평균 8km를 천천히 걸으며 서울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그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짚어내려는 저자의 노력 덕분에 독자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울을 산책할 수 있다.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에는 33개 풍경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엔 ‘장소’가 아니라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정수복은 1980년대 7년간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서울로 돌아와 13년을 살다 다시 파리로 돌아가 10년을 지내고 2011년 말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파리-서울-파리-서울로 오간 삶의 이력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저자는 “낯선 곳에 살게 된 이방인은 자기도 모르게 일상의 인류학자가 된다. 자기가 태어나 자란 그곳의 문화와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의 문화 사이를 부단히 오가며 비교의 관점을 키운다”는 말로써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다.

서울메트로 3호선, 반포대로, 잠원동 아파트 단지, 서울의 먼지, 아파트 거실, 던킨도너츠 등 풍경이랄 것도 없는 공간을 이방인의 시선을 빌려 낯설게 바라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이 파리든 서울이든 산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쫓기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는 사람들

정희선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280쪽/ 1만3000원


1978년 약학대를 졸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약무사로 과학수사에 첫발을 내디뎠던 저자는 2010년 연구소가 연구원으로 승격하자 초대 원장을 맡았다. 남성듀오 듀스 김성재 사망, 서래마을 영아 살해,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숭례문 방화 사건 등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진실을 밝혀 사망자 권리를 찾아주는’ 국과수의 기능과 활약상을 담았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사계절/ 208쪽/ 1만2000원


나쓰메 소세키의 고전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실마리 삼아 시대와 마음의 관계를 밀도 있게 파고든 작품.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아들을 잃고 아픈 기억을 ‘마음’이란 소설에 담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죽은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이다”라고 했다.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과 함께 강상중의 ‘힘 3부작’으로 꼽힌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달 : 낭만의 달, 광기의 달

에드거 윌리엄스 지음/ 이재경 옮김/ 반니/ 288쪽/ 1만5000원


영국 출판사 리액션북스의 ‘지구 시리즈’ 첫 번째 책. 달 생성의 기원이 된 대충돌과 운행 원리부터 예술과 과학, 문화 등 인간 세상 전반에 끼친 영향까지 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국내에서는 ‘네이처·컬처’ 시리즈란 이름으로 자연현상의 과학적 탐구와 문화 자취를 따라가는 통섭 과학의 세계를 소개한다. ‘달’에 이어 ‘지진’ ‘화산’ ‘물’ ‘공기’ 편이 출간된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지음/ 이재영 엮음/ 북하우스/ 208쪽/ 1만3000원


76년을 함께 살았지만 두 사람은 오래된 부부가 아닌 ‘오래도록 사랑한 부부’였다. 89세 소녀 감성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로맨티시스트 조병만 할아버지. 지난해 이 부부의 삶과 이별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킨 후 영화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영화 촬영이 진행된 2년 6개월 동안 이 부부와 가족처럼 지낸 감독이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그림자에 불타다

정현종 지음/ 문학과지성사/ 114쪽/ 8000원


‘욕망-구름 그림자/ 마음-구름 그림자/ 몸-구름 그림자에/ 일생은 그을려, /너-구름 그림자/ 나 구름 그림자/ 그-구름 그림자에/ 세계는 검게 그을려.’(표제작 중에서) 밀밭이 까맣게 탄 것처럼 보인 것이 구름 그림자였음을 알고 헛된 것과 씨름하는 우리 삶에 대한 깨달음을 노래한 시다. 시인은 2015년 4월 등단 50주년을 맞아 열 번째 시집과 산문집 ‘두터운 삶을 향하여’를 동시에 출간했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돌베개/ 428쪽/ 1만8000원


정년퇴임 후에도 대학에서 ‘인문학 특강’을 계속했던 저자가 ‘강의노트 2014-2’와 녹취록을 저본 삼아 펴낸 책. 10년 전 펴낸 ‘강의’가 ‘동양고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탐색의 작업이었다면, ‘담론’은 검열 때문에 대표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미처 쓰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포함해 소소한 일상을 통해 새로운 고전 독법 방식을 전한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관미와 고평

김진경 지음/ 어드북스/ 304쪽/ 1만8000원


391년 가을 광개토왕이 함락한 백제 관미성은 비류와 온조가 나라를 세운 미추홀이자 현 중국 산둥성 연성(聯城)시다. 또한 한(漢)을 세운 유방은 마한 출신으로 ‘한’이란 국명은 백제 한수와 한산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백제 900년의 비밀’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삼국의 강역이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동부 지역에 있었음을 증언하는 저자의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걸으면 보이는 것들
오세훈, 길을 떠나 다시 배우다(전 2권)

오세훈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페루 리마 일기 312쪽, 르완다 키갈리 일기 304쪽/ 각 권 1만4000원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후 한국국제협력단 중·장기 자문단에 지원했던 저자가 2013년 1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페루와 르완다에서 쓴 일기를 토대로 쓴 책. 무섭게 성장하는 중남미 신흥강국 페루에서, 상생의 힘으로 일어선 동아프리카 맹주 르완다에서 저자는 ‘우리가 꿈꿔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용서와 나눔의 의미’를 되새겼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72~73)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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