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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의 대북 사치품 수출 3차 핵실험 후 오히려 늘어

북·중 관계 냉랭? 시가부터 LCD TV까지 한결같은 증가세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중국의 대북 사치품 수출 3차 핵실험 후 오히려 늘어

‘주간동아’(983호)는 3월 23일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12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중국 당국자들의 전체 상호방문 횟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겉으로 드러난 두 나라의 관계 악화는 물밑에서 이뤄지는 실제 협력과는 무관함을 보여주는 자료였다. 특히 실무급 방문이 급증한 일련의 추세는 이전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던 중국의 대북 협력이 각 지방정부나 기업 차원으로 세분화하는 ‘풀뿌리 수준에서의 일체화’를 방증하는 데이터였다.

대북제재를 둘러싼 중국의 진짜 속내가 외부에 알려진 것과 사뭇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또 다른 자료가 공개됐다. 4월 29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유엔 세관 통계 데이터베이스(UN Comtrade) 자료를 분석해 집계한 중국의 대북 사치품(luxury goods) 수출 현황이 그것.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사치품은 2010년 이후 한결같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이나 그해 말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등이 추세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국제무역통계에서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품목은 요트부터 바닷가재까지 다양하다. 주요 유엔 회원국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따라 이들 품목 대부분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그 이행 현황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이렇게 취합된 자료 가운데 호주와 일본이 유엔에 제출한 금수 사치품목을 중국의 대북수출 통계와 비교해보면 중국이 북한에 보낸 해당 항목의 수출 금액이 오히려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다(그래프 참조). 2005년 4000만 달러(약 432억6800만 원)에 불과하던 사치품 수출액은 지난해에 이르면 일본 금수품 기준으로 1억9600만 달러(약 2120억 원), 호주 금수품 기준으로는 2억3700만 달러 수준까지 증가했다. 2009년 2차 핵실험을 전후해 살짝 감소했을 뿐 이후로는 거의 흔들림 없는 증가 추세다.

유엔은 귀금속과 보석류, 고가 자동차 등을 대표적인 금수 사치품목으로 예시했을 뿐 세부 항목까지 지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북한에 수출하지 않을지는 각 회원국 자율에 맡겨져 있는 셈. 따라서 중국의 사치품 수출 역시 형식 논리로만 따지면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은 호주나 일본과 달리 구체적인 금수 사치품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이번에 공개된 통계는 중국의 수출 중단 품목이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너그럽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준다.

중국의 대북 사치품 수출 3차 핵실험 후 오히려 늘어
최근 9년 사이 5~6배 증가



더욱 기묘한 부분은 이러한 사치품 수출 증가세가 전체 수출액 증감과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2014년 1월 이후 중국의 공식 무역통계에서 대북 원유 수출이 ‘0’으로 기록되면서 전체 수출액 규모는 전년도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사치품목은 이전 증가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외부에 공개된 원유 수출 데이터가 과연 사실에 부합하느냐,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비공식 루트로 이를 벌충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그간의 의구심에 힘을 실어주는 수치다.

2014년 대북 수출이 급증한 중국 사치품목으로는 엽궐련(43% 증가)과 손목시계(200% 증가), 화장품·미용제품(29% 증가), 주류 등이 있다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밝혔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증가세를 기록한 품목은 LCD(액정표시장치) TV다. 2014년 중국이 북한에 판매한 LCD TV는 전년도에 비해 2배 늘어난 총 7500만(약 811억 원) 달러 규모로, 전체 사치품 수출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대당 가격을 1000달러로 어림잡으면 지난해에만 7만5000대의 LCD TV가 북한으로 팔려나간 셈. 그 대부분이 평양 권력 엘리트들의 안방에 놓였으리라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분석 작업을 담당한 케빈 스탈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당국자들이 북한 핵개발의 심각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모든 가전제품의 대북 수출을 중단한 호주처럼 금수품목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으름장을 반복해온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에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빈틈과 구멍이 뚫려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재와 금수조치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또 하나의 실증자료다.

중국의 대북 사치품 수출 3차 핵실험 후 오히려 늘어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의 중조우의교에 불이 밝혀져 있다. 멀리 북한 신의주 공장지대가 보인다.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20~21)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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