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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전도 공무원연금 개혁 막장 드라마의 시작과 끝

개혁은 미봉…뜬금없이 국민연금 벌집만 들쑤셔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본말전도 공무원연금 개혁 막장 드라마의 시작과 끝

본말전도 공무원연금 개혁 막장 드라마의 시작과 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5월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미소 짓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간사 조원진 의원, 주호영 공무원연금개혁특위원회 위원장, 유승민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강기정 정책위원회 의장, 공적연금 태스크포스(TF) 간사 김성주 의원.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5월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여야는 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합의하고 9월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공적연금 강화 방안을 처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한다’는 문구를 국회 규칙에 명시하자는 새정치민주연합 측 요구를 새누리당이 거부하면서 결국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는 물 건너갔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문제는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파급력이 큰 이슈다. 그러나 숫자가 난무하고 시점도 오락가락해 현 시점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 논점을 명확히 하기 쉽지 않다. 자칫 숫자로 된 미로에 빠져들면 연금 개혁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전문가들은 왜 현 시점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중요한 개혁과제로 등장했는지 그 본질적 문제의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의 시작과 끝을 기승전결로 구분해 살펴봤다.



문 :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나.



답 :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정부 보전금(연금수지 부족분)을 줄이려 했다.

공무원연금은 재직 공무원이 매달 내는 돈(기준소득의 7%)과 정부가 동일 비율로 내는 돈(보수예산의 7%)으로 현재 퇴직한 사람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그런데 고령화로 연금 수령자가 급증한 탓에 재직 공무원이 내는 돈으로는 퇴직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연금을 감당할 수 없어 해마다 정부가 그 부족액을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1960년에는 52세에 불과하던 평균 기대수명이 2012년에는 82세로 한 세대(30년) 가까이 늘었고, 그에 따라 연금 수령 기간도 대폭 늘었다. 즉 과거에는 아들이 낸 세금으로 공무원 출신 아버지의 노후를 잠시 ‘봉양’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 아들은 물론 손자가 낸 세금으로 공무원 출신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노후를 ‘봉양’하게 된 셈이다. 이처럼 평균 기대수명 증가로 더 많은 퇴직 공무원이 더 오랜 기간 연금을 받게 되면서 국민연금 재정수지 적자폭은 해마다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무원연금 재정수지 부족액은 지난해 2조5000억 원, 올해는 3조 원, 내년에는 3조6000여억 원으로 해마다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만약 현행 방식대로 공무원연금을 지급하면 향후 70년 동안 1987조1000억 원, 즉 2000조 원 가까운 세금을 공무원 연금에 쏟아부어야 한다. 퇴직한 공무원의 노후 보장에 이처럼 과도한 세금이 투입되면 복지나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에 쓸 재원이 턱없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려는 이유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박근혜 대통령의 생애 맞춤형 복지 공약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복지 공약을 이행하고자 지난해 7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매달 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재정 수입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에 쓸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지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연초 유리지갑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소득공제제도 변경이 정부 재정의 수입을 늘리려 한 것이라면, 공무원연금 개혁은 정부 재정의 지출 규모를 줄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문 : 공무원연금 개혁에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뭔가.

답 : 공무원연금 보험료는 5년간 2%p 인상하고 지급률은 20년간 0.2%p 인하하는 것이다.

본말전도 공무원연금 개혁 막장 드라마의 시작과 끝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놓고 종일 진통을 겪은 5월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유승민(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여야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공무원연금 지급을 위해 투입해야 할 국민 세금을 줄이려면 수혜자인 공무원이 평소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퇴직 후 연금을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새누리당과 공무원단체, 전문가 사이에 이견이 컸지만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특위)에서 합의한 내용은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를 7%에서 5년간 단계적으로 인상해 9%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는 공무원이 지금까지 연금 보험료로 7만 원을 냈다면 앞으로 9만 원을 내게 하겠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2016년 8%로 올린 뒤 매년 0.25%p씩 단계적으로 높여 2020년 9%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연금 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정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도 덩달아 뛴다. 지금까지 공무원 7%, 정부 7%로 동률로 적립해왔던 것이 함께 상향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급률은 현재 1.9%에서 2020년 1.79%, 2025년 1.74%, 2035년 1.7%로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 숫자만으로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은 ‘소득×재직 기간×지급률’로 결정된다. 따라서 소득이 높을수록, 재직 기간이 길수록, 지급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지급률 인하는 향후 20년 동안 0.2%p를 줄이는 수준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앞으로 20년 안에 퇴직할 공무원, 즉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임용 기간이 긴 공무원의 경우 이번 개혁으로 연금 하락폭이 크지 않다. 그 대신 신규로 임용될 미래 공무원의 연금은 대폭 깎인다. 현 세대의 부담을 결국 미래 세대에게 전가했을 뿐 아니라, 같은 공무원 집단 내에서도 임용 시점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도록 합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 :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왜 건드렸나.

답 :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요구를 합의 시한에 쫓긴 여당이 수용했다.

5월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주호영 특위 위원장과 조원진, 강기정 등 여야 특위 간사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막판 합의하는 과정에서 야당 측 요구로 추가한 ‘공적연금 강화’ 부분이 새로운 불씨가 됐다. 특히 공적연금을 개선하고 이를 입법화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를 만들고,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여야가 합의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는 ‘월권’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는 실무기구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이 위임된 권한 밖의 일이라는 점에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얘기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 절반 가까운 2000만여 명이 가입한 반면, 공무원연금은 1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20배가 넘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소득대체율 논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해 앞으로의 국민 세금 부담을 덜겠다는 본질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본말전도 공무원연금 개혁 막장 드라마의 시작과 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5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왼쪽).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실패한 두 사람은 리더십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문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이 왜 문제인가.

답 :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그만큼 보험요율을 대폭 올려야 한다.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안을 여야가 졸속으로 합의한 것에 대한 국민 반발 여론이 거셀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본질은 막대한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이해당사자인 공무원이 재직 중 보험료를 더 내고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을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국민이 평소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나중에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즉 당장 국민 다수에게 보험요율 인상이 필요하다.

언뜻 보면 ‘소득대체율 40%에서 50% 인상’이라고 하니 돈을 더 받아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에 걸맞게 보험료를 국민 다수가 더 부담해야 한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의 경우 공무원연금처럼 정부가 세금으로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근로자와 회사가 절반씩 국민연금을 부담하는 직장인은 나은 편이다.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 등 850만 명에 이르는 지역가입자는 국민연금 보험요율이 오르면 인상분만큼 고스란히 개인이 짊어져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아낀 재정을 국민연금에 쏟아부어 공적연금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마치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납부액 대비 지급액 차이가 큰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피하려는 ‘꼼수’일 수 있다. 여야가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에 합의한 뒤 공무원노동조합과 교직원 단체 등에서 “공무원연금 제도의 틀을 유지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복지부 “국민연금 가입자 4명 중 1명은 사각지대에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할까. 야당은 1%p 수준의 소폭 인상으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복지부)는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둘 다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지만 둘 다 맞는 얘기라고 할 수도 없다.

먼저 야당 측 주장을 살펴보자. 현재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9%이다. 보험료 9%를 유지하고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060년에서 2056년으로 4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야당은 보험요율을 당장 1.01%p 올려 10.01%로 조정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2060년으로 4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지금 약 1%p 보험요율을 올리는 대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60년으로 같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보험요율(현재 9%)을 최대 18.85%까지 2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1.01%p 인상과 18.85%라는 큰 격차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문 장관의 주장은 2100년 이후에도 국민연금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올해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려면 보험요율을 18.85%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가정(2100년 이후 기금 보유)에 가정(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더한 결과가 18.85%인 셈이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현행 9% 보험료에 소득대체율 40%라면 2100년 이후에도 기금 보유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일까. 복지부가 발표한 ‘재정목표별 보험요율’을 보면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을 보유하면서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려면 보험요율을 15.85%로 올려야 한다고 나타나 있다. 즉 실제로는 3%p 차이가 나는 것을 마치 9%에서 18.85%로 2배 이상 보험요율을 높여야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하고, 보험료를 1.01%p 높이더라도 노후 소득 보장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국민연금 가입자 2113만 명 가운데 보험료를 내기 어려운 납부 예외자가 457만 명, 장기체납자가 112만 명으로 합쳐서 569만 명이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고, 그 밖에도 전업주부 등과 같이 국민연금 당연 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임의 가입을 하지 않은 적용 제외자가 1084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이 10명 중 1명, 국민연금 소외자가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넘는다는 통계를 스스로 밝힌 것이다. 한 보건복지 전문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이 500만 명이 넘고 적용 제외자가 10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국민연금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15.05.11 987호 (p10~13)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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