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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유용하다, 수십억 달러 값을 할까가 문제일 뿐”

마르쿠스 실러 독일 미사일공학자가 본 사드 논란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유용하다, 수십억 달러 값을 할까가 문제일 뿐”

“유용하다, 수십억 달러 값을 할까가 문제일 뿐”

2011년 10월 5일 새벽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진행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시험발사 모습.

한국에서 안보는 정치다. 안보 문제와 관련한 모든 이슈는 빠른 속도로 정치화되고, 전문가들조차 각자의 견해에 따라 입에 맞는 데이터와 정보만 앞세우기 일쑤다. 지난 2개월간 서울을 뜨겁게 달궜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논쟁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도입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주한미군 배치는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반론은 물고 물리는 논란만 양산해왔다. 제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예산 삭감에 압박을 느껴온 주한미군사령부, 이를 ‘배려’해야 하는 한국 군 당국의 이해관계까지 감안하면 방정식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주간동아’는 이러한 갖가지 한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제3의 견해’를 확인하고자 유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독일 슈무커기술연구소(Schmucker Technologie)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르쿠스 실러(Markus Schiller) 공학박사가 그 주인공. 뮌헨공과대에서 항공·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독일 정부, 유럽연합(EU) 등의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해왔고, 현재는 독일연방군사대에서 미사일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2012년 10월 미국 랜드연구소를 통해 그가 공개한 기술보고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분석’은 당시 북한이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한 KN-08 등의 중장거리 미사일이 모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주간동아와 진행한 총 8차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실러 박사는 북한 미사일 기술과 이와 관련한 한국 측 분석의 한계, 사드 체계가 한반도 전장(戰場) 환경에서 갖는 효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한국 국방부 발표는 잘못됐다”

▼ 최근 한미 안보 당국자들의 관련 발언으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능력이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이 과연 핵탄두를 노동이나 스커드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는가.



“2012년 랜드연구소 기술보고서에서 관련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미사일에 장착한 핵이나 생화학 탄두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실제로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날려 폭발시키는 실험을 진행하는 길뿐이다. 탄두가 비행하는 동안 발생할 극단적인 온도 변화나 진동, 가속, 하중, 진공에 가까운 압력 변화 등에 견딜지 여부는 다른 경로로 검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아직까지 이러한 실험을 실행한 적이 없다는 것이고, 따라서 탄두 크기를 충분히 줄였다 해도 실제로 사용 가능한지는 북한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책결정자들 처지에서 실제로 이를 실험하는 게 현명한 일일지는 의문이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실제 핵미사일 실험을 진행한 적이 없으나, 자신들이 이러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실제로 이들 국가의 핵미사일을 두 눈으로 본 사람은 찾기 어렵지만, 그러한 미사일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균형이 유지된다는 게 중요하다. 핵미사일로 강대국과 군사력 게임을 벌이려는 국가라면 ‘저 나라가 핵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진짜 핵전쟁을 일으키는 자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 사드 문제와 관련해 그간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사거리 1300km인 노동미사일을 ‘높은 궤도(Lofted Trajectory)’로 발사하면 남한 지역도 타격할 수 있고, 이 경우 하강 속도가 매우 빨라 한미 양국군이 보유 중인 저고도요격 체계로는 명중이 어렵다”는 논리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왔다. 고도 40~150km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 체계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는 설명이었다. 스커드는 기존 패트리어트로 요격 가능하지만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달아 높은 궤도로 날리면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핵심 논거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높은 궤도로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낙하속도 같은 최종 비행 단계에서의 조건은 미사일이 어떤 궤도로 발사됐는지 여부와 큰 관계가 없다. 높은 궤도로 발사한다고 낙하속도가 빨라진다거나 그 때문에 요격이 어려워진다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면, 실제로 높은 궤도로 발사된 미사일의 낙하속도는 정상 궤도보다 오히려 약간 낮았다(그래프1 참조). 탄두가 1t짜리라고 가정하면 어느 경우든 초속 2.7km 안팎 속도로 떨어진다. 높은 궤도로 쏜 미사일은 더 가파른 각도로 솟아오르느라 중력의 작용을 강하게 받고, 이 때문에 전체 비행속도가 줄어든다. 이러한 조건 변화가 고스란히 낙하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유용하다, 수십억 달러 값을 할까가 문제일 뿐”
“요격 성공률은 중요하지 않다”

▼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지난해 3월 26일 동해상으로 발사된 노동미사일 2기가 최고고도를 160km까지 높이고 비행거리를 600km로 줄이는 높은 궤도 방식으로 발사됐다며, 북한이 실제로 이러한 미사일 전술을 실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 처지에서 높은 궤도가 정상 궤도보다 유리할 게 없다면 이러한 실험을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좋은 지적이다. 비행거리만으로는 구분이 안 되는 경우 북한이 실제로 어떤 미사일을 발사했는지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늘 궁금한 이슈다. 한국 국방부가 인적정보(human intelligence)와 신호정보(signal intelligence)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론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판단에 실질적인 증거가 있는지 혹은 의심스러운 분석에 근거한 것은 아닌지 확신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해 3월 노동미사일이 최고고도 160km에 이르는 높은 궤도로 발사됐다는 발표는 기묘하다. 명백히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 수준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은 정상 궤도로 발사해도 최고고도가 300km가 넘고, 높은 궤도로 발사한다면 400km에 이를 것이다(그래프2 참조). 최고고도 160km는 오히려 사거리 600km 수준 미사일의 정상 궤도 비행에 가깝다. 이러한 발표가 의도된 정보 조작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혹은 단순히 실무자들의 착오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된 분석이라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

사거리와 최고고도 같은 궤도 분석이 아니어도, 예컨대 비행하는 동안 미사일이 내뿜는 불꽃을 판독해 엔진 연소시간을 추정한 뒤 미사일 종류를 판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노동미사일의 연소시간은 90초인 반면 스커드C는 70초 정도만 연소하기 때문이다. 가속 단계에서 나타나는 속도 증가 패턴도 노동과 스커드가 다르므로 성능이 매우 뛰어난 레이더가 있다면 이를 가늠해 미사일 종류를 판별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얼마나 주의 깊게 관찰돼왔는지, 얼마나 적정한 방식으로 분석됐는지, 혹은 단순히 기밀로 분류됐기 때문에 공개 자료에서 다르게 밝힌 것인지는 원데이터를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유용하다, 수십억 달러 값을 할까가 문제일 뿐”
▼ 사드 체계와 관련해 가장 첨예한 논점은 과연 이 체계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겠느냐는 데 있다.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측은 “11차례의 요격시험에서 모두 성공했다”는 수치만 제시할 뿐 그 구체적인 실험 조건이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드의 신뢰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물론 록히트마틴은 자사 제품이 완벽하다고 홍보하려 할 것이다. 사실 그간 실시한 요격시험은 모두 실제 전장 환경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요격 각도 문제가 있다. 요격부대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은 비행시간 내내 궤도를 따라 쏘아 맞힐 기회가 있지만, 측면에서는 특정한 지점에서 매우 짧은 순간에만 요격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속 수km로 비행하는 1m 남짓 크기의 물건을 맞힌다는 건 100만 분의 1초를 다투는 극단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요격 체계는 대부분 정면 요격만 실험해왔고, 따라서 요격 각도에 따라 성공률이 얼마나 달라지는지에 대한 데이터 역시 알려진 바 없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사드 체계가 전장에서 상대 미사일을 얼마나 쏘아 맞힐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잠재적 공격자나 방어자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사일요격 체계의 의미는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 여부보다 훨씬 심오한 질문에 기반을 둔다. 미사일이라는 물건 자체가 첨단기술의 결정체이다 보니, 어떤 공격자도 자신의 미사일이 전시 상황에서 100% 성능을 발휘하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물론 핵미사일도 예외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요격 체계는 이러한 공격자의 불안을 증폭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현실화 가능성과 비용 크기

심지어 시험평가에서 절반만 성공했다 해도 상대는 이 요격 체계가 배치됐다는 사실만으로 공격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공격자는 자신의 미사일이 요격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는 반면, 방어자는 상대편 미사일이 요격을 피해 날아드는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양측 모두 개전(開戰)이나 확전(擴戰)을 섣불리 결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요격 체계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다. 이렇게 놓고 보면 사실 한국이 따져야 할 문제는 하나뿐이다. 이 정도 수준의 효과가 과연 수조 원의 예산을 들일 값어치가 있느냐 여부다.”

▼ 일각에서는 사드가 여전히 개발 중인 체계이므로 그 기술적 진전이나 개발 진척을 지켜보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사드 체계가 향후 1~2년 안에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사일요격 체계는 정확성이 중요한 물건이 아니므로 기술 진전을 지켜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드는 이미 ‘요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날아들 미사일 종류에 맞춰 설정을 바꿀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개발업체는 앞으로도 요격률을 높이려고 애쓰겠지만 이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사드 체계가 한반도 안보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편에 가깝다. 물론 북한과 중국은 반발할 테지만, 외교적 분쟁은 미사일요격 체계 배치와 관련해 전 세계 어디서나 늘 벌어지는 일이다. 나는 레이더 전문가가 아니므로 중국 측이 사드 체계의 X밴드 레이더와 관련해 제기하고 있는 우려에 대해 섣불리 평가할 수는 없으나, 한반도에 3~4개 포대의 사드가 배치된다고 해서 중국의 군사전략이 실질적으로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기술적으로 보면 사드 체계는 분명 북한의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에 유용하다. 개인적으로는 평화를 원한다면 창보다 방패를 늘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감안할 때 사드 배치가 나쁜 아이디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드 체계는 실제 전장에서 사용된다면 매우 놀랄 만한 정도로 고가의 장비인 것 역시 사실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위협에 대응하려고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사용하는 게 맞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주간동아 2015.04.20 984호 (p20~22)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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