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3

2015.04.13

북·중, 3차 핵실험 후 상호방문 되레 늘었다

최고위 방문은 급감, 실무급은 폭증…‘북·중 관계 악화’ 평가 일러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5-04-10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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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 3차 핵실험 후 상호방문 되레 늘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2012년 집권 이후 한 차례도 외국에 나가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3월 취임 이후 한 차례도 북한을 찾지 않았다. 전통의 우방인 두 나라가 최근 수년간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이유다. 2010년 천안함 사건과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실망’한 중국이 이를 통해 평양 정책결정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를테면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했다’는 주장의 결정적 증거인 셈이다.

    과연 그럴까. 3월 23일 미국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가 발표한 ‘중국-북한 상호방문 감소와 평가(Diminishing China-North Korea Exchanges:An Assessment)’ 보고서는 이러한 판단이 사실과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두 나라의 관계 악화는 물밑에서 이뤄지는 실제 협력과는 무관하다는 것. 중국은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분위기에 동참하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진짜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2009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6년간 미 국가정보국(DNI) 공개정보센터(OSC)가 수집한 수백 차례의 양국 당국자 상호방문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 검토했다. 최고지도자와 총리급, 장관과 차관급 인사를 포괄하는 고위급 방문과 그 이하 실무급 방문이다. 일단 고위급 방문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3차 핵실험이 있었던 2013년부터 급격히 횟수가 줄어든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그래프1 참조). 2013년에는 전년도의 절반 수준이 조금 넘는 17회, 2014년에는 11회로 줄어든 것이다. 최고지도자, 총리급, 장관급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난 감소 추세다.

    그러나 실무급 방문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2009년 이후 방문 횟수가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300회에 육박하는 교환 방문이 이뤄진 것(그래프2 참조). 80회 남짓이던 2009년에 비하면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실무급 교류가 활발해진 결과 고위급 상호방문의 급감에도 전체 교류 횟수는 2013년까지는 증가, 2014년에도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북·중 관계 악화라는 대외 이미지에도, 북한 안정에 대한 중국의 장기 전략목표가 수정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결론짓는다.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전략을 경계하는 베이징은 북한의 붕괴를 피해야 할 시나리오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평양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 중국이 북한 무역의 90%와 해외 직접투자의 95%를 감당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중국의 대북정책에 뚜렷한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해거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고위급 방문 감소에 대체하는 차원에서 실무급 방문이 늘어난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세부사업 차원에서 양국 통합이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로 보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던 중국 대북 협력이 각 지방정부나 기업 차원으로 세분화하는 최근 흐름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풀뿌리 수준에서의 일체화’야말로 최근의 북·중 관계를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표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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