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꽃샘추위 이기는 매콤한 맛

서울 짬뽕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5-03-16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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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샘추위 이기는 매콤한 맛

    일본 나가사키현 ‘시카이로’의 짬뽕.

    봄이 왔나 했는데 날씨는 여전히 겨울에 머물러 있다. 이런 날은 중국집을 찾아도 메뉴 선택의 고민이 줄어든다. 매콤하고 따스한 국물의 짬뽕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짬뽕은 음식 명칭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무엇인가 뒤섞인 것을 이를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짬뽕이다. 오죽하면 짬뽕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음식보다 짬뽕 내각(1963년 12월 2일자 ‘동아일보’)이 먼저 등장한다. 짬뽕이란 말의 기원도 복잡하다. 중국 음식을 기본으로 했지만 일본에서 만들어져 어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 축제에서 징과 북의 연주 소리를 ‘잔폰(チャンポン)’이라 하는데 여기에서 왔다는 얘기도 있고, 짬뽕 발상지인 나가사키현에 가장 많이 살던 중국 푸젠(福建) 사람들의 발음으로 ‘밥 먹었느냐’는 말인 ‘츠판(吃飯)’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짬뽕 원조 집으로 알려진 나가사키 ‘시카이로(四海樓)’는 1899년 이래로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시카이로’는 잔폰에 대해 중국 푸젠의 면인 탕루시멘(湯肉絲麵)과 나가사키 해산물의 결합체라고 주장한다. 탕루시멘은 돼지고기, 표고버섯, 죽순, 파를 국수와 함께 넣어 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짬뽕의 원형을 중국 초마면(炒碼麵·차오마멘)으로 보고 있다. 초마면에 대한 기록은 196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다. 공식적인 기록은 1983년 문교부(현 교육부)의 ‘국어순화자료’에 짬뽕을 초마면으로 표기할 것을 권장한 것이다.

    중국말 츠판도 아니고 일본말 잔폰도 아닌 한국말 짬뽕에 관한 기록은 1960년대 등장하지만 일제강점기 나가사키 화교들과 한국 화교들의 교류를 감안하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들어왔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하얀색 국물에 해산물과 고기, 채소가 두루 섞인 잔폰에 고추와 고춧가루가 더해지면서 한국식 짬뽕이 된다. 하지만 빨간색과 매운맛이 기본이 된 짬뽕의 탄생은 80년대 이후다. 이전에는 나가사키식 잔폰이나 우동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짬뽕은 1960년대 말 분식장려운동에 힘입어 짜장면과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중국 음식이 된다. 80년대 배고픈 청춘에게 중국집 짬뽕 국물은 최강의 소주 안주였다. 짬뽕은 다양한 기원처럼 맛과 모양도 여러가지다. 경기 송탄에서 마약짬뽕이란 이름으로 시작해 전국구 짬뽕이 된 ‘영빈루’는 서울 홍대 근처에 자리 잡았다. ‘영빈루’ 짬뽕은 푸젠 탕루시멘처럼 오징어, 돼지고기를 얇고 길게 썰어낸 고명과 붉지만 맵지 않고 감칠맛이 강하게 나는 국물이 인상적인데, 치즈를 넣은 듯한 맛 때문에 젊은이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중국식당의 경연장인 서울 연희동에는 굴짬뽕으로 유명한 ‘구무전’이 있다. 겨울에서 초봄까지 맛이 절정에 오르는 굴이 들어간 짬뽕은 지금이 제철이다. 허름한 식당이지만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출신 조리장이 만드는 짬뽕은 옅은 갈색에 진한 맛이 특징이다. 말린 고추를 넣어 은근하게 매운맛이 감돌기도 하는 국물 또한 일품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으로 알려진 ‘안동장’의 굴짬뽕도 유명하다. 예전 방식의 하얀 짬뽕 맛을 느낄 수 있다. 서울 마포의 ‘외백’은 국물이 개운하면서도 담백하다. 서울메트로 4호선 한성대입구역 부근 ‘송림원’이나 영등포 ‘송죽장’, 이태원 ‘송화원’도 서울 짬뽕으로 인기를 누리는 집들이다. 짬뽕은 오늘도 다양한 고명과 면으로 분화, 발전하고 있다.

    꽃샘추위 이기는 매콤한 맛

    서울 홍대 근처 ‘영빈루’의 짬뽕과 연희동 ‘구무전’, 마포 ‘외백’의 짬뽕(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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