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9

2015.03.16

사랑에 돌 던지지 말라는 대법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3-13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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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돌 던지지 말라는 대법원

    사랑의 정표는 뇌물이 아닐까. 이모 전 검사가 내연관계에 있던 최모 변호사로부터 받은 메르세데스 벤츠 S350L 모델.

    “나도 누군가 벤츠로 사랑을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된 ‘벤츠 여검사’ 사건의 주인공 이모(40) 전 검사가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자 트위터 타임라인은 뒤집혔다. 대법원은 3월 12일 사건 청탁 대가로 내연관계인 부장판사 출신 최모(53) 변호사로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와 샤넬 핸드백 등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기소된 이 전 검사의 상고심에서 검찰 측 상소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는 최 변호사로부터 ‘사랑의 정표’로 받은 것이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는 대법원이 ‘대가성’의 판단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것으로 봤지만 누리꾼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누리꾼은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사 승용차를 사랑의 정표로 만들어준 대법원에 감사해야 한다며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벤츠 회사는 광고 찍어라. 대법을 뛰어넘은 사랑” “사랑은 얄미운 벤츠인가 봐” “벤츠 정도는 돼야 사랑의 정표면 국산차는 사랑이 ×× 작은 거냐” “BMW와 벤틀리 마케팅&PR 대행사는 각성하라! 벤츠가 사랑의 정표로 브랜딩되는 동안 당신들은 뭐했는가!” 등의 트위트가 눈에 띄었다.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누리꾼은 트위터에 “벤츠 여검사 무죄… 그래… 팔은 안으로 굽지…” “대법원이 벤츠 여검사와 변호사의 사랑을 더 돈독하게 엮어주는 가교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였군” “벤츠 여검사 사랑의 정표 개드립 ㅋㅋ 판사들도 댓글학원 다니냐” “모든 뇌물이여~ 사랑의 징표가 되거라~ 그럼 무죄니라”라고 적었다.

    내년 9월 시행되는 김영란법도 사교의 목적으로 제공한 선물은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하인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김영란법 피해가려고 법조인들 사이에 내연관계가 성행하겠군” “뇌물을 주면서 사랑의 정표라고 하면 걸릴 일이 전혀 없겠네요. 이런 것을 창조판결이라고 합니다” “김영란법은 여전히 공권력이 개인의 사적 영역을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의문만 커지게 하는 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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