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6

2015.02.16

무선충전 시장을 잡아라

최신 스마트폰에 장착 러시…A4WP와 WPC 양대 진영으로 좁혀져

  •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입력2015-02-16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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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얼마 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애플 아이폰으로 휴대전화를 바꾼 김모(30) 씨는 10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경우가 많아 배터리가 빨리 닳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여분의 배터리팩이 있었지만 아이폰은 배터리 일체형이라 요새는 충전기를 통째로 들고 다닌다.

    #2 이모(50) 씨는 최근 화제가 된 초소형 무인항공기 드론과 스마트워치를 구매했다. 들뜬 마음으로 드론을 날려보는데 채 10분도 안 돼 배터리 부족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운동할 때 쓰려고 했던 스마트워치도 조금만 쓰면 배터리가 반 토막이 돼 결국 두 제품 모두 장롱으로 직행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봤자 가동 시간이 몇 분에 불과하다면 무용지물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스마트’한 휴대용 기기를 살 때는 더욱 그렇다. 기기 구매 시 우선순위에 두는 성능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인 이유다. 전자기기가 얇고 작아지는 추세라 배터리도 소형화되는 반면 소모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웹서핑은 그나마 배터리를 덜 잡아먹는다. 하지만 고화질 동영상이나 3차원(3D) 모바일 게임 등은 조금만 했다 하면 배터리 절반을 소모할 정도다.

    배터리는 크기에 따라 용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각 전자기기 제조사는 ‘저전력 부품’을 선택한다. 배터리를 작게 만들 수 없으니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왔던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 늘면서 무선충전 니즈 커져



    무선충전 시장을 잡아라

    충전 패드에 올려놓기만 해도 배터리가 충전되는 LG전자의 옵티머스 LTE2와 무선충전 패드.

    하지만 초고화질(UHD) 콘텐츠 시대의 개막이 다가오면서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 화질이 좋아질수록 기기 속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가 늘어나니 배터리 소모량도 많아진다. 여기에 착용형(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도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이다. 특성상 충전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눈길을 끄는 기술이 ‘무선충전’이다. 무선충전 기술은 크게 자기공명 방식과 자기유도 방식으로 나눈다. 아직 무선충전에 대한 국제적 기술 표준이 없어 진영 및 기술 간 경쟁이 치열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 무선충전 진영은 자기유도 방식의 무선충전컨소시엄(WPC)과 자기공진(공명) 방식의 파워매터스얼라이언스(PMA), 무선충전연합(A4WP)으로 삼분할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PMA와 A4WP가 합병을 결정하면서 A4WP와 WPC 양대 진영으로 좁혀진 상태다.

    WPC는 가장 많은 제품과 LG전자, 소니 등 200여 개 회원사를 확보한 상태다. 자기유도 방식인 ‘치(Qi)’를 밀고 있다. 전력 송신부 코일에서 자기장을 만들어 수신부 코일로 전기가 유도돼 전류를 공급하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한다. 변압기의 작동 원리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전력 효율성이 좋고 단가가 저렴하다. 각 코일의 고유 공진주파수가 실제 에너지를 옮기는 전송주파수와 달라 코일을 소형화하기 쉽지만 코일 크기가 작아지면 자기장 전송 거리도 줄어든다. 충전이 가능한 거리가 극히 짧아 충전기와 단말기가 거의 붙어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이 방식의 무선충전을 적용했지만 전용 케이스나 충전 패드를 따로 구매해야 해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시장 활성화가 더뎠던 셈이다. 주요 자동차업체 등도 고가 승용차에 번들 형태로 넣을 계획이었지만 일부만 추진됐다.

    A4WP는 삼성전자, 브로드컴, 인텔, 퀄컴 등이 주도한다. 자기공명 방식의 ‘리젠스(Rezence)’를 앞세웠다. 상용화한 제품이 없었지만 PMA와 합치면서 힘을 얻게 됐다. PMA는 미국 듀라셀, 이스라엘 파워매트테크놀로지 등이 주도해 제품이 이미 몇 개 나온 상태고, 미국 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업체와도 협력 중이다.

    자기공명 방식은 송신부 코일에서 특정 공진주파수로 진동하는 자기장을 만들어 동일한 공진주파수를 가진 수신부 코일에 전기에너지를 전달한다. 송수신부의 공진주파수를 같게 해 코일 간 에너지 결합 원리를 사용한 셈이다. 단말기와 충전기 간 접점을 맞추지 않아도 돼 원격 충전은 물론 한 번에 여러 기기까지 충전 가능하다. 훨씬 실용적이지만 전력 효율성이 낮아 상용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합병으로 참여 기업이 많아진 데다 기술적 진보로 향후 무선충전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인체 유해성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무선충전 시장을 잡아라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한 번에 충전하는 자기공명 무선충전 ‘리젠스’ 기술.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다. 지문인식 이후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은 차기작에 탑재할 새로운 기능을 찾는 데 고심했다. 하드웨어적으로 더는 내놓을 게 없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근 소비자의 무선충전에 대한 니즈(needs)가 커진 데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얻을 수 있어 올해부턴 프리미엄급 제품에 기본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각 사의 전략 제품인 ‘갤럭시S7’(가칭)과 ‘G시리즈’, 웨어러블 기기에 무선충전을 기본 탑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 사의 무선충전 제품은 계열사인 삼성전기, LG이노텍이 만든다. 특히 갤럭시S7은 메탈케이스를 적용해 애플 아이폰 시리즈처럼 배터리 일체형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무선충전 기능이 필수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1월 지난해 4분기 실적과 함께 자사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4월에 선보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애플워치의 가장 큰 특징은 무선충전 기능이다. 차기작인 ‘아이폰7’에도 무선충전 기능을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인텔 역시 차세대 충전 상품을 연내 선보인다.

    국내외 업체, 발 빠른 무선충전 기능 탑재

    국내 업체들도 A4WP에 연이어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가 세계 처음으로 A4WP 상용화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브로드컴을 포함해 세계 유수 반도체업체들보다 빠른 움직임이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 관련 제품으로 이목을 끄는 등 연달아 좋은 실적을 기록 중이다.

    고객 마케팅 차원에서 무선충전 기능을 도입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요 자동차업체들은 프리미엄급 차량용 부품 중 하나로 모바일 기기용 무선충전패드를 기본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PMA를 이끌었던 듀라셀, 파워매트테크놀로지의 합작사 ‘듀라셀파워매트’와 손잡고 올해 매장 내 무선충전 서비스를 위한 ‘파워매트 스폿(powermat spot)’을 확대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을 시작으로 미국 내 전체 직영점 8000여 곳에 무선충전기 약 10만 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고급 호텔체인업체 메리어트인터내셔널도 유사 시스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무선충전이 보편화한 미래를 상상해본다. 당장 배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기기에 들어가는 기능도 좀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언젠가 복잡하게 얽힌 전선마저 말끔히 사라지는 날까지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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