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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韓食이 무슨 죄? 02

집밥·제철음식·팔도진미 한식도 뷔페가 대세

줄 서서 먹는다는 ‘빅3’ 매장 현장 비교…콘셉트·메뉴 비슷해 식상할 수도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집밥·제철음식·팔도진미 한식도 뷔페가 대세

집밥·제철음식·팔도진미 한식도 뷔페가 대세

제철음식을 내세워 가장 먼저 한식뷔페 브랜드를 선보인 CJ푸드빌의 ‘계절밥상’(왼쪽). 이랜드의 ‘자연별곡’은 왕의 밥상을 콘셉트로 팔도진미를 메뉴화했다.

패밀리레스토랑, 시푸드뷔페, 샐러드바…. 2000년대 들어 새로운 스타일의 레스토랑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었다. 식전 빵과 퓨전 메뉴들로 새로운 맛을 선보였던 패밀리레스토랑은 10~30대 젊은 층에게 사랑받았고,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시푸드뷔페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각종 채소와 건강식을 선보인 샐러드바 형태의 레스토랑은 여성과 직장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한식뷔페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2013년 CJ푸드빌에서 내놓은 ‘계절밥상’을 필두로 지난해 이랜드 ‘자연별곡’, 신세계푸드 ‘올반’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한식뷔페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외식 문화도 바뀌고 있는 것. 점심 1만5000원대, 저녁 2만~2만3000원대 가격과 100여 가지 다양한 한식 메뉴에 승부를 거는 한식뷔페는 20~40대 주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저변을 확대해가고 있다.

한식뷔페 열풍을 이끌고 있는 빅3 매장을 찾아 인기 요인을 점검해봤다.

선두주자 ‘계절밥상’의 농가상생 마케팅

2013년 7월 경기 성남시 판교에 1호점을 내고 첫선을 보인 ‘계절밥상’은 2월 현재까지 총 7개 매장을 열어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매장을 평일 점심에 맞춰 찾아갔다. 이미 20팀가량의 대기자가 있었다. 매장 직원은 “지금 대기하는 분들은 1시간 반에서 2시간가량 기다려야 한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나마 적은 편인데 평소에는 50~60팀씩, 길게는 3시간까지도 기다린다”고 했다.



뷔페 내부는 일반 샐러드바의 인테리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명을 환하게 밝혀 따뜻한 느낌이 돌게 했고, 좌석도 나무 식탁과 의자로 평범했다. 홀 중앙에 작은 텃밭을 유리 온실로 꾸며 각종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는 점은 신선했다.

‘계절밥상’은 토종 식재료를 발굴해 메뉴화하고 농가와 직접 판로를 형성해 농가상생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예로 충남 서산, 경기 여주에서 자란 쌈채소와 경기 이천의 느타리버섯을 넣은 비빔밥 등이 메뉴에 올라 있다. 또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계절 메뉴도 눈에 띄었는데 겨울을 맞아 한시적으로 꼬시래기와 묵은 김치를 이용한 무침, 비빔밥 등을 선보이고 있었다.

또 매장 입구에 농·특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계절장터’를 마련했다는 점도 농가상생의 일환이다. 각종 곡류와 말린 나물 등 각 제품에 생산한 농부의 이름과 얼굴 사진을 배치해 신뢰감을 준다. 외식사업 외 식품가공업도 하는 회사 특성을 살려 재료와 메뉴를 상품화해 활로를 다각도로 갖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매장 내 200여 좌석을 차지한 이는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날 친구 4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50대 주부는 “예약을 하고 싶었는데 3월까지 찼다고 해서 한 명이 대표로 미리 매장 문을 여는 10시에 맞춰 온 덕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어떤 점에서 만족하느냐고 묻자 “대부분 집에서도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원하는 만큼 적당히 먹을 수 있어 좋다”며 이용객이 많아 번잡한 것만 빼면 만족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날 매장 안은 얼굴을 가까이 맞대지 않으면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컸다. 또 자리를 확보하고자 테이블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 여유로운 식사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뷔페식의 특성상 음식을 담으러 자주 오가야 하는데 통로가 좁아 불편했다.

집밥·제철음식·팔도진미 한식도 뷔페가 대세

종갓집 메뉴를 대중화하고 가공식품을 최소화했다는 신세계푸드의 ‘올반’.

후발주자 ‘자연별곡’ ‘올반’의 차별화

집밥·제철음식·팔도진미 한식도 뷔페가 대세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랜드의 ‘자연별곡’은 후발주자이지만 저돌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 2월 현재 전국 26개 매장을 확보했다. 선택지가 많아서일까. 금요일 저녁에 찾은 서울 중구 명동 매장은 주말 저녁임에도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매장 직원은 “규모가 큰 편이라 좌석에 여유가 있지만 상업중심지여서 한두 시간 만에 손님들로 가득 찬다. 주말에는 저녁 늦게까지 손님이 이어져 한 시간 정도 대기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자연별곡’은 ‘왕의 밥상’을 콘셉트로 잡아 팔도진미를 선보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도 다소 어두운 분위기에 부분 조명을 써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매장 구석구석에는 영조의 초상화와 과거 수라상에 오른 고서를 배치해 한식의 전통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메뉴는 조선시대 수라상에 올랐던 진미들 위주로 구성했는데 특히 강원도식 두부보쌈과 남도식 떡갈비, 평양식 불고기 등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대중적 인기를 고려한 메뉴들이다. 이곳에서도 겨울 동안 한시적으로 계절 메뉴를 운영하는데 그중에서 서울식 불고기전골, 춘천식 직화닭갈비 등 왕가와 반가에서 즐기던 고기요리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완도산 매생이전, 통영식 멍게비빔장 등이 군침을 돌게 했다.

이곳을 찾은 20대 직장여성은 “특별히 어떤 메뉴가 맛있다기보다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맛을 내는 것 같아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면 무난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음식이 놓인 곳과 좌석이 지나치게 멀어 한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음식 코너와 좌석이 완전히 분리된 형태로 근처 좌석을 잡지 않으면 음식을 나르는 데만 수십 분이 소요될 정도. 그러나 테이블 간 공간이 널찍해 답답함은 덜하고, 가족단위 단체석도 비교적 많은 것이 장점이다.

또 다른 후발주자 ‘올반’은 신세계푸드에서 내놓은 한식뷔페 브랜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서울 여의도점을 비롯해 2월 현재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 낮에 찾은 여의도 매장은 주변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매장 직원은 “오픈 시간인 10시 30분에 맞춰 대부분 줄을 선다. 주변 아파트에서 찾아오는 가족단위 손님부터 여의도에 근무하는 직장인까지 고객층이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집밥·제철음식·팔도진미 한식도 뷔페가 대세

최근 한식뷔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입장 대기 시간도 길어 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올반’ 매장 입구.

매장은 갤러리를 연상케 하듯, 벽면에 브랜드 스토리와 메뉴 개발자인 박종숙 요리연구가의 사진을 걸어놨고, 어두운 실내에 간접조명을 이용해 메뉴들이 돋보이게끔 구성해놓았다. 오픈형 키친에 유리 칸막이를 해놓아 위생에 신경 쓴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특징. 또 매장 중앙에 손을 씻을 수 있게 배치해 놓은 세면대에 눈길이 간다. 매장 직원은 “손님들이 쌈채소 등 손으로 집어 먹어야 할 메뉴를 이용할 때 화장실까지 가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올반’의 메뉴도 여느 한식뷔페와 마찬가지로 신선한 식재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강원 철원에서 공수한 쌀자루와 파주산 콩자루를 배치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올반’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식재료를 수급하고 있는데, 특히 매장 한편에 두부 제조실을 두고 파주산 장단콩을 이용해 손두부를 만든다는 점이 특이했다. 매일 두부를 생산하기 때문에 두부 식감이 일반 판매 두부와 확연히 다르다는 평을 받는다고.

이곳을 찾은 50대 여성은 “오늘이 두 번째 방문인데 가격 대비 다양한 종류의 한식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이곳에서 자주 모임을 갖는다. 중년 여성들이 모이면 주로 한정식집이나 일식집에 가는데, 이렇게 새로운 분위기에서 모두의 입맛을 만족할 수 있는 뷔페가 생겨 편리하다”고 했다. 부모를 모시고 방문했다는 20대 남성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해 자주 오는 편인데 만족스럽다. 다만 대기 시간이 2시간씩 걸리는 게 단점”이라고 했다.

외식 트렌드 주기 짧아져 열풍 식을까 우려

최근 1~2년 사이 한식뷔페가 이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한류로 한국 문화와 음식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며 한편으로 “과거 1960~70년대 산업이 발전하던 시기에는 서양 외식 문화를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제는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고객 니즈를 충족해주는 것이 최근의 한식뷔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사람은 대부분 한식을 주식으로 여기고, 양식은 어쩌다 한 번 먹는 음식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고 교수는 “어려서부터 한식을 먹으며 자란 사람에게는 ‘한식 DNA’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한식으로의 회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유기농 건강식과 발효 음식에 대한 욕구가 형성된 것도 주원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부적 요소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외식 문화 트렌드는 미국,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들어 미국과 일본에서 ‘에스닉 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레스토랑이 늘어났다고. 이 때문에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외식경영자들을 중심으로 한식의 재발견이 화두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외식 트렌드의 주기가 짧아진 탓에 한식뷔페 열풍도 한순간 식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최웅조 신세계푸드 기획관리팀 과장은 “한때 웰빙 붐이 일면서 샐러드바 형태의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었는데 7~8년 사이 거의 사라졌다. 한식뷔페 역시 이용객이 점점 늘고 있긴 하지만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최근 한식뷔페 열풍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매장을 늘려달라는 고객의 요청대로 무작위로 매장을 늘리다 보면 가격을 낮추면서 업체 간 경쟁을 해야 할 테고, 이후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음식의 질을 떨어뜨려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무조건 매장을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5.02.16 976호 (p24~26)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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